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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그널 뮤직

오숙자 6 2549
누가 진지한 표정을 하고 이런 질문 던진다.

    " 사람이 튀어나오게 하는 기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
    " 사람이 튀어나오게 하는 기계?.....글쎄..."
    " 그게 초인종이죠 "

    엉뚱한 대답이지만 하긴 맞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람에게서 감동을 끌어내는 것은 무었일까?
 
    나는 어렸을적 기억을 꽤 잘하는 편이다.
어머니가 나를 무릎위에 뉘고 바느질을 하면서 내게 흥얼흥얼 불러주던 노래다.
   
    타불 타불 타불레야
    울면서 어디가니
    우리엄마 무덤으로
    젖먹으로 나는간다
    과자줄께 가지마라
    나는 싫다 나는 싫어

  이 <타불레야> 라는 노래는 가사중의 과자가 과일이되고 과일이 또 다른 먹을것으로 대입되면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이노래만 들으면 슬퍼서 마냥 눈물이 나온다. 포대기 속에 누운 아기때였으니
내기억력도 무척이나 이르다 싶기도 하다. 나의 어머니는 내가 이노래를 들을때마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그래서 내가 열살이 됐을때도 이 노래를 불러 나를 울리곤 하셨다. 나를 놀리기 위해서 였다.
  나는 지금도 아기때  내가 왠지 모르게 슬픈 감성으로 울었던 그때가 기억나고 이런 연상이 떠오를때
또 슬퍼져서 눈물이 핑 돌곤 한다.
    엄마의 음성 때문이었을까. 노래의 내용 때문이었을까.
어찌했건 타불레란 노래는 나에게 시그널 이다. 눈물의 시그널 뮤직인 셈이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갔지만 가수 서유석이 <타박네>란 노래를 불렀다. 듣고 보니 그 노래가 바로 어머니가 들려주던 <타불레>란 노래였다.<타박네>가 본디말 이었던가.
    타불레란 노래가 일찍부터 나를 울려 눈물의 감성훈련이 잘된 탓인지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눈물을 참을수가 없다.
    집집마다 초인종이 있어서 사람을 부르는 첫 신호를 보내듯 사람의 감성에도 초인종 같은것이 있다.
    음악은 바로 감성의 초인종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좋와하는 것은 타고난 감성에서 비롯되는 것이지만 작위적이 아닌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도 감성의 텃밭이 닦여지는 것이다.
    나의 오페라 <원술랑> 의 제2막 3장에 나오는 <유령들의 합창>은 나의 어릴적 감성 <타불레>듣던때의그슬픈 느낌이 바탕이 되었다.
    바로 <가세가세 저승길> 이란 유령들의 합창은 그 미묘한 감성이 내가 일찌기도 기억했던 바로 그 순수한 것이었다
    자신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어도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감성의 시그널 뮤직이 있다.
    다들 한번쯤은 "내것은 무엇일까?" 일부러 찾아봄직도 하다.
6 Comments
평화 2003.01.02 23:54  
  교수님 글을 읽으며 초등시절 몇몇 친구들과 방과후 학교뒷산 언덕위에 올라가
씰데없이 타박네를 청승맞게 부르며 눈물지었던 생각이나서 잠시 웃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은 그시절 이야기를 하며 어릴적 노래부르며 울던 저를 놀리곤합니다.
아직도 그때의 가사가 기억의 언저리를 맴돕니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데로 놀러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먹으러 찾아간단다.
명태주랴 명태싫다,가지주랴 가지싫다.
산이 높아서 못간단다.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물이 깊어서 못간단다.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우리 엄마 무덤가에 개똥참외 열렸기에
정신없이 먹고보니 우리 엄마 젖맛 같더라.

그리고 또 고등학교적 첫사랑의 남자친구를 만났던때가 장마철이라 만날때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곤 하였어요.어떨땐 쾌청하게 맑았던 하늘에서 난데없이
소나기가 내려서 해가 쟁쨍해도 남자친구를 만날적엔 줄창 제가방속에는 우산이
교과서를 비집고 드러앉아 있었답니다.
그래선지 비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심수봉의 "비가오면 생각나는 그사람~~~"
이라는 노래만 들으면 얼마전까지만해도 금새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제 시그널 뮤직을 기억나게 해주셔서...
새해에도 늘 지금처럼 아름다우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또 교수님의 좋은 노래 많이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별헤아림 2003.01.03 00:10  
  누군가 절 <따오기>라 불렀습니다.
젊은 날 한 끝자락에서.
지금 저의 휴대폰 화면에
<따오기>와 제 이름 사이에
하트 모양이 놓여 있습니다.

    - 따오기 -
한정동 작사 윤극영 작곡

<1>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2>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 뭔지 모르지만 간절한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살아 계신데도 ... . -
수선화 2003.01.03 16:58  
  ' 음악은 바로 감성의 초인종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하면서
잠재의식 속에 숨어있던 나의 시그널 뮤직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

그런데..  전 욕심이 많은건지..  감성이 산만한건지..
시기별로 떠오르는 곡이 참 많기도 하네요.

유년시절에는 교회에서 불렀던 찬송가 중에..
'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위에 앉아서~ '란 곡을
무척 좋아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잠자리에서 자장가를 불러줄 땐
어린시절 즐겨 부르던 그 찬송가를 불러주며 유년의 내 자신으로 돌아갔던 것 같고

그리고 여고시절엔 폴모리아의 연주를 너무 좋아해서 밤이면 밤마다
맨발의 이사도라. 첫 발자욱. Love is blue 등을 들어야지만 잠을 잘 수가 있었지요.

여고시절 폴모리아의 내한 공연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을 때
자신의 용돈을 다 털어 좌석표를 구입해 초대해 주던 교회 남자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할만큼 새침을 떨던 여고시절이 생각나..

지금은 너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에 이제라도 보상을 해 주고 싶지만
만날 길이 없어 그 친구에겐 평생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폴모리아의 연주를 들을 때면 꿈 많던 여고시절로 되돌아 가게 하는
감성의 시그널 뮤직으로.. 저를 설레이게 합니다.

그리고 성년이 되어서는
내게 가슴아린 사랑으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람이
너무나 좋아하던 임지훈의 '사랑의 썰물'을 들으며.. 그리운 이와 음악을 통해
교감할 수 있는 사랑의 시그널 뮤직으로~

언제든지 누군가가 그립거나.. 그리운 시절이 생각날 땐
그 때로 나를 이끌어주는 나만의 시그널 뮤직들이 있기에..
세월은 흘러가도~ 그리움과 함께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줍니다.

그러기에~
 ' 음악은 진정..  묻어둔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너무나 멋진 초인종입니다.'
가객 2003.01.03 21:39  
  교수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저도 그런 추억의 시그널뮤직이 생각나는군요.

현제명님의 '고향생각' 가곡이나 흘러간 가요인 진방남의 '불효자는 웁니다'
노래를 들을 때면, 어렸을 적에 그 노래를 부르며 귀가하시던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깜깜한 밤에 아버지가 돌아 오시는 신호음이 언제나 들려오나 하고 긴장하여
귀기울이고 있으면  이윽고 동네 어귀에서
'해는 져서 어두운데... 밝은 달만 쳐다 보니...' 하는 노래 소리가 들려 오지요.

그러면 곧바로 호롱불이 들어 있는 유리등을 가지고 동네 어귀까지 가서
술을 많이 잡수셔서 갈之자로 걸어 오시는 아버지께 '아버지 인자 오시요!'
하고 인사를 드리고 아버지를 부축하여 집에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젠 저에게도 40여년 가까이 되는 일이니 추억의 창고 속에나 갇혀 있는
편린이지만 그 노래들은 그 것을 살며시 꺼내어 아버지의 잊혀진 잔상을
불러 일으키곤 하더군요. 
 

 
별헤아림 2003.01.04 00:25  
  여러 고운 님들의 노래와 추억어린 유년 시절 얘길 들으면
해 저무는 저녁 무렵
산골의 초가집 위로 피어 오르는 저녁 연기 마냥
가슴 속에 묻어 둔 유년의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네요.
나이도 잊은 듯 생각은 자꾸만 아이가 되고
추수가 끝난 가을 들판을 마구 뛰고 있네요.
바람을 가르며 꿈을 따라 꿈을 따라 - . 
 
음악친구 2003.01.05 01:22  
  우리 아이들한테 자장가처럼 불러 주는 노래가 있어요.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이다~"

얼마전 큰애랑 막내랑 함께 잠을 자는데~ 큰애가 막내한테 그 노래를 불러 주더라구요.
막내는 언니 노래를 말 도 안되게 중얼 중얼 따라 부르고~
큰애가 너무 기특하고 사랑 스러웠습니다.

근데, 결국 그 노래를 듣고 잠이 든것은 엄마였어요.
ㅎㅎ~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