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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숭화

산처녀 3 1079
허리 구부러진 시어머니
봉숭화 물들이먼 은
저승가는길이 밝다고
"얘 에미야" 오늘은
봉숭화 물들이자"

백반찧고 시금풀찧고
아주까리잎 찢어서
소금섞어 손톱에 언고
풀어질까 실로 챙챙 매여서
밤지나니 손가락이 화끈 화끈

참을성 없는 며느리는 밤새
참지못하고 풀어버리고
허리구부러진 시어머니
밤새참은 손톱은 곱기도 하여라

어머니 가시는길 그저 봉숭화
물들인 손톱만큼 이나
밝고 고은 곳으로 가소소
3 Comments
유담 2004.08.26 17:13  
  남자인 저도 어려서 누님따라 손톱에 봉숭아 꽃물 들였었지요.
봉숭아꽃, 꽃물든 손톱은 아득한 추억입니다.
아무리 예쁜 네일 아트를 한들,
그 붉은 꽃물든 손톱은 따를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지요.
그것은 붉은 꽃빛깔에 추억이 더하여져 그런것이 아닐런지요
지킬박사 2004.08.27 10:07  
  산처녀님... 고운 시 눈물나게 읽었습니다. 미당의 시가 생각나는 작품이군요..
유랑인 2004.08.27 16:19  
  이쁜 꽃물들은 손톱을 갖기까지 번거로운 과정과 기다리는 인내와 그를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를 무척 사랑한 다정다감한 민족인데...  우리 가곡과 같은...   

요새는 너무 빨리 결과를 얻으려하는 조급증의 세상에 살게 되었지요..  말초를 때리는 요즘 젊은 음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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