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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열애중

꽃구름언덕 22 1222
15.jpg

음악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우리 남편이
요즘 사랑에 빠졌어요.
오랜 세월 저만 알고 저만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사랑에 빠졌는데 왜 그렇게 좋아 보이는지...... .
질투를 안 하느냐구요?
천만에 말씀! 오히려 응원해 주죠.
제가 무슨 마음이 태평양 바다 같다고요?
그건 더더욱 아니지요.

그는 요즘 저녁만 되면 컴퓨터 앞에 앉아요.
그가 그리워하던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서예요.
제가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채팅을 하고 내 마음의 노래를 비롯한
여러 카페나 들꽃 사이트, 문학사이트에서 기쁨을 얻어가는 동안
컴퓨터에대한 편견과 기계치인 제가 참 예외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하곤 했지요.

책보다 컴퓨터에 시간을 할애한다고 걱정하면서 별관심이 없더라구요.
자신이 맡아 있는 남성합창단 카페만 이용하구요.
남편은 회사에서 업무상 액셀은 사용하지만
인터넷이나 타자는 아직 서툰 내 실력을 못 따라오는데
요즘은 속칭 독수리 타법으로 열심히 그 홈에 있는 사람들과 얘기를 한답니다.
바로 고교동문회 홈 폐이지를 알게 된거지요.
30년 전 고교 동기들과의 만남이 그를 행복한 열중을 하게 하는 것입니다.

청운의 푸른 꿈을 간직했던 파란 풋사과 같았던
순수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가족을 위해 가정만 생각하며 사는 줄 알았던 그도 오랜 세월
그렇게도 지난 세월을 그리워하고 마음에 그 친구들을 담아 두었다가
오랜 만에 사이버 공간에서나마 만나니
그의 표현대로 눈물이 날 만큼 보고 싶은 그의 친구들이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되었지요.

철없이 17세로만 사는 감수성 예민한 아내랑 사는 것도 버거워 그냥 사는 일에 적응도 잘하고 무엇이던 든든히 잘해주는 울타리 같은 남편이었는데 지금 그의 모습이 너무 생경해요.

무슨 기념일 한번 안 잊고 꽃다발을 내밀고 깜짝 이벤트도 잘하고 장미와 메시지 담긴 카드도 다 철없는
아내를 위한 몸에 맞지 않은 옷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이렇듯 저는 늘 제 감정만 중요했나봅니다. 반성하고 있어요.

바쁜 일상을 지나면서 지방에 사는 연고로 늘 있는 동창회도 가고 싶다는 내색을 안 하고
가끔 동문 모임에 가라고 하면 다음에 가겠다고 하여 별 관심도 없는 줄만 알았던 무심한 아내였네요.
요번엔 좀 가도록 도와줘야지 해도 여러 가지 바쁜 시간을 쪼개기도 쉽지 않았고
삶의 갖가지 무늬들 속에 여러 질곡을 지나오면서 언제 그리
옛 친구들을 만나볼 여유가 있었어야지 말이지요.

누구에게나 지나온 삶은 아쉽고 그리운 것이지요.
고교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 50이 된 나이에도 마음 설레고 가슴 뛰는 마음이 그 만큼의 세월을 건너온
사람들이라면 공감하잖아요.
그의 시인 친구 말대로 갈래 머리에 교복이 깨끗하던 여학생을 마음에 두고
설레다가 말도 못 부치던 연두 빛 시절도 있었겟지요.

제 남편은 절대로 마음 설레어 본적이 없대요. 사랑을 느낀 사람도 저뿐이라네요..
늘 제가 그의 첫사랑이라고 그러지요. (엄처시하라 그런지...)
그래 제가 그랬지요. 참 매력 없다고 유도 심문을 해도 언제나 안 넘어가요.
누군가 그러데요. 그리워할 사람이 없는 사람과는 깊은 대화가 안된다고...... .
그 시절엔 남여 공학이라도 항상 존칭을 쓰고 숫기 없는 남학생들은
새침한 여학생들에게 눈도 한번 못 맞추고 말도 제대로 못했잖아요
.
그런 남학생들이 제 경험엔 귀엽고 어려 보였었는데
30년 세월에 이제 그들은 이성인지 동성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웃고 애기하며
그 시절을 공유 했던 만발한 추억들로 게시판이 예쁘고 화기애애하더군요.
남편 친구 분들을 좀 알고 있는데 외국에 있는 분들도 많고 다양한 삶을
열심히 성실히 사는 분들이지요.

학교 동문 게시판엔 올빼미처럼 매일 밤을 지키는 분들도 있고
다양한 기획들도 하고 뒤돌아 본 세월이 아쉽고 남은 세월
친구들과 아름다운 삶을 나누고 살고자 하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았어요.

특히나 제 남편은 형제가 없는 무매독자 인데 그간 먼 타관에 와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제 배려가 모자란 것에 대한 미안함이 밀려오더군요.
“그래, 그래 많이 연애하세요.
컴퓨터도 양보하고 태그도 알려 드릴 테니 좋은 글도 올리고 하세요.“
하면서 속 넓은 아내인척 합니다.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눈이 생기가 돌고 빛이 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30년간의 그리움을 잘 길어 올려 새로운 기쁨의 친구 관계를 만들라고
말할 거예요. 여름 숲의 숨소리를 밤이 되어야 느낄 수 있듯이
세월이 흐른 뒤엔 조용히 지나온 삶을 반추하고 남은 생을
적당히 그리워하고 감동과 인정이 베여 있는 옛 친구들과의 만남도
삶의 빛나는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마음이 깊은 우리 남편의 열애를 보고 깨달았답니다.

아참! 남편 고등학교 동기중에 음악하는 분들이 여럿 있는데
<내 마음의 노래>를 알려줘야겠어요.
남편의 그립던 친구들과의 열애 장면 또 다른 매력인데요. 왜 제가 질투하겠어요?
저도 그이의 친구들과 같이 친구가 된 기분으로 그 동문 게시판을
자주 기웃거리거든요.
가끔은 내가 모르는 남편의 푸른 시절을 엿보는 것도
비 오는 날 엷은 커텐을 살며시 열고 안개 내리는 앞산을 바라보듯 조용한 기쁨이예요.

저도 오늘 그이가 모르는 제 푸른 시절의 그립던 친구들과 채팅 좀하고 편지도 쓰고
옛날을 추억하고 미소 지으며 잠들려고 합니다.

내 마음의 노래 동호회원님들의 푸른 시절의 추억에 잠겨보세요.~
그리움의 강물이 흐르고 있을 거예요. * _*







22 Comments
서들비 2004.07.09 08:52  
  꽃구름언덕님은
이름처럼
고운모습이 어디서 나는가 했는데,
그 고운 마음에서군요.
저는
하루종일 기다린 사람(?)이
뒷통수만 보여준다고(사이버 바둑 매니아거든요)
철없이 불평만 했는데,
저도 반성하겠습니다.  ^^*
가객 2004.07.09 09:42  
  글이 가슴 속으로 잔잔히 흘러 들어 와 가슴을 적셔 주네요.
꽃구름언덕님의 글은 제게 언제나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어요.
저도 요즈음 고등학교동기들과 자주 만나 옛 우정을 되살리며
새로운 정을 쌓아가는 재미에 빠져 있습니다.
이번주에 고3때의 반 카페도 만들기로 했는데 그게 완성되면 푸른시절의 추억을 더 많이 나누는 행복을 얻게 되겠지요.
자 연 2004.07.09 10:37  
  차영섭 (작성일 : 2004-07-09 08:59:05, 조회 : 30) 
 
  행복의 삼원색         
 
    본시 마음은 빛의 삼원색이 모아진
    하얀색였다네.
    언제부턴가 욕심이 차면서부터
    색의 삼원색이 섞여
    점점 까맣게 물들여졌지.
    욕심은 끝이 없어
    아무리 덧칠해도 지지 않는
    까만 꽃이라네.

    행복은 하얀 꽃을 좋아하고
    너무 부족해도 넘쳐도 싫어한다네.
    부족하면 꽃을 피우지 못하고
    넘치면 꽃이 시들고 말거든.

    마음의 뜨락에서
    까만 꽃을 뽑아버리고
    행복의 삼원색인
    야생화와 산 새와 물이 사는
    하얀 꽃의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네.

    마음을 끌고
    푸른 눈이 마주치는 그 곳
    가까이에 행복이 살고 있다네.


 선생님 글 을 익다가
 連 해지는 시라 놓고 갑니다...
 존 글 자주 사해 주시지요...

 늘 고마운
 소프라노 님 오늘 건심 바랍니다 !!
 
임승천 2004.07.09 12:36  
    꽃구름언덕님! 아주 멋진 글입니다. 아름다운 마음도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지난 시간과 날들의 의미가 새롭습니다. 추억을 안고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늘 새로운 물과  이야기하며 자연과 함께 기쁨의 노래를 부릅니다.
노래천사 2004.07.09 14:58  
  보는 시각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군요.
남편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 모든것이 사랑스러워 지는군요.
두 분의 사랑 오래 오래 견지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싸나이 2004.07.09 16:01  
  개인적으로 고교 동창 카페의 운영자이기도 한 저는
삼십몇년전의 친구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혼쾌히 이일을 맏았답니다.
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녀석들과 현재 같이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그립기도 해서리.......
요지음 모임에 부부동반을 많이 하는데
모쪼록 같이 동참하셔서 즐거운 추억 만드세요^^
유랑 2004.07.09 16:45  
  세월이 어느 정도 무르익어 어느 땐가  피곤과 허무가 잦아들 즈음엔..
누구나 그 옛날 푸르렀던 시간을 찾아 거슬러 가나 봅니다.

무한한 가능성과 자신과 체력이 철철 넘쳐 주체하기 어려웠던 그때..
지금 그 친구들 만나면..  이미 우리는 그때로 돌아가 있습디다.

깊은 배려를 가지신 꽃언덕님을 옆지기로 두신 그분은 더더욱 풍요롭고 건강한 나날을 보내실 거예요..  행복하세요~~~
꾀송이 2004.07.09 23:25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 배움에 목말라지는 밤마다 아니낮이나 밤이나
내마음의노래만 듣는 촌노이지요.좋은 글과 음악에 빠져오늘도
하루가가네요.열심히 일하고 차분히 듣는      가곡은 시원한 한모금의
생명수처럼 제영혼에안식과 평화를 준답니다.
정우동 2004.07.10 06:48  
  꽃구름 피우는 언덕님의 금실 좋은 글을 읽으면서
두분이 누리는 알근달근한 행복감에 함께 흠씬 빠져 듭니다.
이참에 부군 선생님께도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물방아 2004.07.10 10:49  
  야 정말 멋있네요
아름답습니다.
배려하는 아내나

50이되어서 어린시절
고교동창을 찾으며

또한 열심히 도와주시는 모습이.....

늘 그렇게 예쁘게 살아가셔요

삶이 우리를 잠시 시기할 지라도

그건 잠시이죠

늘 언제나

푸른창공을 바라보며

희망을 애기하죠
톰돌 2004.07.10 19:40  
  저도 뭔가를 찾아야 하겠네요
에구 ~~~
바다 2004.07.10 19:58  
  저는 내 마음의노래와 열렬한 연애를 하다가 이렇게 되었음 ㅎ ㅎ
유담 2004.07.11 01:53  
  그누구라도, 무엇이라도, 어떤 일이라도 따뜻한 눈길로 보는 시각을 배워야 겠습니다. 꽃구름언덕님의 글에서 사랑스런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비 2004.07.11 08:46  
  지난 모임때 꽃구름 언덕님이랑 찍은 사진이 참 예쁘게 나왔네요!
왜 그렇께 고우시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으셨군요. 그날 입으신 의상도
분홍빛 꽃구름이었답니다! 꽃구름언니! 내내 행복하세요.....^^
나비 2004.07.11 08:52  
 
그리고 바다선생님! 최고의 멋진 연애를 하고 계십니다!^^
이번에도 뵙고 싶은데 가능한지요?
아참 방학이시잖아요?^^아! 오시겠구나...^^
오숙자.#.b. 2004.07.11 09:03  
  꽃구름 언덕님

행복의 미소가 철철 넘치시네...
남편님께서 열애하는 그모습에 또한 반하셨죠?

이제 누가누가 잘하나 내기하셔요.
자 연 2004.07.11 12:53  
  선생님...
들 님 참말 은
사랑도 애교 있어야 지요...!!

회장님 - =
살구 빛
노을 넘 곱잖나요...!!!
꽃구름언덕 2004.07.11 15:58  
  영국의 한 출판사에서 상금을 내걸고
"친구"라는 말의 정의를 공모한 적이 있습니다
수천이나 되는 응모엽서 중 이런 글이 뽑혔습니다
친구란...
"기쁨은 더해주고 고통은 나눠 갖는 사람"
"언제나 정확한 시간을 가리켜 주고 멈추지 않는 시계"
"많은 동정을 베풀어서 그 동정의 옷을 입고 있는사람"
하지만 일등은 다음의 글이었습니다

"친구란 온 세상 사람이 내곁을 떠났을 때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정을 느끼며 행복합니다.
존경하는 내마음의노래 동호회원님들의 글들이 모두 감사해서
제 신변잡기가 너무 부끄럽네요.
그러나 이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제가 또
별일도 아닌것 가지고 수다를 떨고 싶나봅니다.
아름다운 여러분들의 따뜻한 글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뒷산을 남편과 다녀 오면서 내마음의 노래를 얼마나
자랑했던지 담엔 함께 가고 싶다고 하네요.ㅎㅎ
전 바다님처럼 늘 내마음의 노래랑 열애중이지요.~~~

산처녀 2004.07.11 16:43  
  후기에쓰인 "친구란 온세상사람들이 내곁을 떠났을때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다" 정말 일품이군요 저도 40년이 가까운 씨간에 동창들을 만났을때에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았죠 꽃구름언덕님의부군이 이해가 되지요
두분 오래오래 사랑하세요
바다 2004.07.11 19:16  
  꽃구름언덕님!
강력한 라이벌이 생겨서 어떡하지요?
내 마음의 노래는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남자로군요  ㅎㅎ ㅎ
톰돌 2004.07.12 13:23  
  이참에 닉을 내마음의 노래루 바꿔 말어 ~~ 고민됩니당 ㅋㅋㅋㅋ
음악친구♬ 2004.07.14 00:28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