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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자 한 그루

호수나무 3 1942
[나무의자 한 그루]


오래된 벚나무 아래
나무의자 하나를 내어놓았다
시집(詩集)을 덮어두고 차를 끓이러 들어온 창문 너머
쓸쓸해 보이는 나무의자의 풍경
그래, 예전엔 너도 나무였구나

성장 멈춘 관절마다 쐐기 옥 다물어
잎눈 틔우던 수액의 향을
힘겹게 잊어냈을 마른 옹이들
맨발로 듣는 벚나무 숨소리
직선의 어깨위로
눈길 없이 바람은 지나 먼 숲에 다다르고

김 서린 창문 너머 오래된 벚나무 아래
손길 익은 한 사람의 체온과 무게를 감내하는 기다림
그리워 할 일 하나로 저기 서 있다
아름다운 나무의자 한 그루.


3 Comments
호수나무 2003.09.16 10:46  
  - 노래로 아름다운 구월 아침에 -
 
<내마음의 노래>의 음악을 열어두고 참 좋은 시간들을 보내곤 했습니다.
좋은 글들도 읽고 고개 끄덕이며 늘 이 사랑을 받고만 지냈습니다.
그러다
나도 졸시나마 얹어놓고 나오니 부끄럽기도 하고
갑자기 다른 세계 하나에 불쑥 뛰어든 느낌입니다.
감상글을 이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께도 고맙습니다.

노래와 시들이 참 잘 어울리는
구월의 아침입니다.
아름다운 가을을 누리시고
많이 즐거우시길 기원합니다. 


 
꽃구름피는언덕 2003.09.16 10:47  
  호수나무님!
오랜만에 청명한 가을 아침 곱고 아름다운 시
너무 감동입니다. 닠네임도 예쁘구요.

아마도 저처럼 나무를 사랑 하시나봐요.
'나무의자 한 그루'너무 좋았어요.

우리 사람들은 나무의 예쁜잎이나 그리고 꽃과 열매
단풍은 감탄하지만 죽어서도 '아낌없이 주느' 나무의
여러 모습들은 고맙게 보아주기 인색한거 같아요.

오늘아침 호수나무님의 시를 읽고 나무에 대한
아니 간과해 버린것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늘 이 노래 마을에 좋은 글 올려주시고 자주만나요.

감사합니다. 좋은 가을 하루 되시기를....
임현빈 2003.10.14 10:45  
  오래된 벚나무 아래

또 얼마나의 세월이
묻은 나무 의자 하나가
쉬고 있네요

늘 서있다가
앉은 나무 한 그루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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