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봄볕이 따사로이 내리고 있읍니다
아버지가 계신 그곳도 봄볕이 따사로이 내리는지요?
봄만되면 유난히 봄을 타시여 식사를 못하시고 얼굴이 까매지시던 당신 .
이제 아버지 당신이 계신 천상에서는 그런 괴로움은 없으신지요?
지금도 밤차를 타면 중환자실에 사지가 결박된채 혼수상태에 누우셔서
아버지를 찾을라치면 이것풀어줘 이것풀어줘 하시든 당신의
절박한 부르짖음이 들려서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니다
여름날이면 시원한 마루에 천자문을 펴시고 쓰시고 또쓰시고
천자문이 나달나달 해질때까지 쓰시던당신 .
왜?냐고 여쭈면 머리가 쉬먼 바보가 될까봐, 하시던 당신
불편한 다리이심에도 불구하시고
겨울밤이면 화롯가에 자식들을 앉혀놓고 해박한 옛글을 말씀하시든 당신
이제는 그모습도 저모습도 한참 옛날이 되여갑니다 .
아버지가 가신지 이제 10주기가 되여 갑니다
아버지 이제 그곳 따스한 나라에서는
아픔의 고통도 호흡의 고통도 받지앉으시고,편히 잠드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