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하루
어느 하루
여명이 밝아오며
나의 오욕투성이의 적나라한 모습이
나르치스의 거울처럼 투영될때
마치 나는
어깨에 무거운 지구를 둘러맨
어떤 신화속 거인처럼
잊혀진 과거를 회상하며
면면히 이어온 슬픈과거처럼
체념의 시간속에 오갈데를 모른다.
언젠가 나도 형용사처럼 살고파서
아프락싸스의 언덕을 너머 교교히 살고파서
그렇게도 외쳐대며 울부짖고 살고파서
흐르는 강물에도 하소연하고
오갈데없는 구름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나는 왜 사는가?
부질없는 질문속에
새장에 갇힌 새가되어
언젠가 날았던 낮으막한 구릉을기억하고
다시 오지못할 시간속으로
서서히 잠식당한다.
이슬픔을 깨닫기 오십몇년이 필요한 것인가
알수 없음에
정녕 알수 없음에
허공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놓고
왔던길 다시가고
다시간길에서 나는 한숨쉰다.
분명 어딘가에 노오란 유채꽃이 피고
그잘난 단어들 때문에 죄의식도 안느끼고
가없는 길따라 풀피리 부르며
쉽게 웃을수 있을텐데
분명 어딘가에 기억했던 모든 즐거움 속에서
잘짜여진 각본처럼
그렇게 아름다울수도 있을텐데.....
밤이 주는 무한한 용서와 상상속에서
오늘만은 용감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