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어느 하루

싸나이 5 1358

어느 하루


여명이 밝아오며
나의 오욕투성이의 적나라한 모습이
나르치스의 거울처럼 투영될때
마치 나는
어깨에 무거운 지구를 둘러맨
어떤 신화속 거인처럼
잊혀진 과거를 회상하며
면면히 이어온 슬픈과거처럼
체념의 시간속에 오갈데를 모른다.

언젠가 나도 형용사처럼 살고파서
아프락싸스의 언덕을 너머 교교히 살고파서
그렇게도 외쳐대며 울부짖고 살고파서
흐르는 강물에도 하소연하고
오갈데없는 구름에게도 추파를 던졌다.


나는 왜 사는가?
부질없는 질문속에
새장에 갇힌 새가되어
언젠가 날았던 낮으막한 구릉을기억하고
다시 오지못할 시간속으로
서서히 잠식당한다.

이슬픔을 깨닫기 오십몇년이 필요한 것인가
알수 없음에
정녕 알수 없음에
허공에 수많은 질문을 던져놓고
왔던길 다시가고
다시간길에서 나는 한숨쉰다.

분명 어딘가에 노오란 유채꽃이 피고
그잘난 단어들 때문에 죄의식도 안느끼고
가없는 길따라 풀피리 부르며
쉽게 웃을수 있을텐데

분명 어딘가에 기억했던 모든 즐거움 속에서
잘짜여진 각본처럼
그렇게 아름다울수도 있을텐데.....


밤이 주는 무한한 용서와 상상속에서
오늘만은 용감해지고 싶다.

5 Comments
장미숙 2004.02.11 18:54  
  밤이 주는 무한한 용서에
오늘만은 용감해지고싶은 싸나이님!
날마다 날마다
더욱 큰 날개를 달으세요~
꽃구름언덕 2004.02.12 00:23  
  너무도 준엄한 생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시입니다.
그리고 많은 시어에서는  살아온 세월에 대한 번쩍이는
외침인듯 마음에 파랑이 입니다.

오숙자.#.b. 2004.02.12 09:20  
  슬픔을 깨닫는 순간
거울속에 나를 한번 비춰보는
거륵한 순간이지요

그러므로 어디엔가 있을
고운 유채꽃이 나를반기며
기다립니다.
애나/박 신애 2004.02.12 09:33  
  왜 사느냐 묻거든...그냥 웃지요
수 없이 물어 보아도
늘 내 앞에서 배회하는 미묘한 삶의 물결앞에
용감하지 못하고 늘 휘청거리는 인생인 나를
이 시간에도 다시금 일으켜 세워 보면서
왜 사느냐고 묻거든..
나도 그냥 웃고 가지요
동심초 2004.02.12 11:53  
  어찌 사는 삶이 인간다운 삶인지
어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인지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 저절로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어요

그리곤 긴 여행을 떠나지요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이땅의 마지막 북쪽 끝으로
오세요.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어 가세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