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시 오숙자 곡 sop. 김희정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
달 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마음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문득 들려옵니다
♬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시/오숙자 곡
Sop.김희정/Piano 김수진
▒ 이 시는 제목과 소재가 재미있다 옛날 사진이나 티부이 프로그램을 보면 재미난 장면이 있듯이 이 시를 이 시대에 접목, 해석하여 읽는다는 사실이 참 재미있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주시다니요. "달이 뜨다"라는 표현과 "주시다니요" 란 의문과 놀람의 접미사를 보면 분명 한국 고풍어린 문풍지 모양의 앤틱한 느낌이 들면서 작년에 나온 영화 스캔들이란 한국영화의 배경이 연상된다.
빛깔이 우아하고 고상하게 좋은 한복을 입은 여인네가 윤나는 검정머리를 참하게 빗어 올리고서 화려한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고혹적인 눈을 내리깔며 연분홍 복숭아빛 입술을 열어 말하는 투다.
"달이 떴다고 소녀에게 전갈을 해오시다니요..." 이러면 딱 맞아떨어질 박자다.
그런데...그 사이에 [전화] 라는 신식단어가 신문물을 먹고 온 이에게 걸쳐진 안경처럼 장난꾸러기마냥 혹은, 무슨 서양 음표 모양 샐쭉 앉아 있다.
▒ 현대의 사고로 보면 전화란 용건을 위해 생긴 것이고 용건이란 애초에는 길흉에 대한 전갈이나 생활에서 일어난 변화에 대한 소식이었었다. 그 다음에 발전된 것이 용건이 꼭 없어도 수다나 생활을 나누는 등에 해당하는 이야기....또다시.. 빨리 시대를 건너 뛰어서 요사이로 와서 본다면 전화걸고 앉아 있는 것도 양에 안차서 상대가 통화중이거나 미쳐 전화를 못받으면 메시지로 내 할말만 먼저 띄어 버리고 나면 일단 내 소임은 끝이나는 홀가분한 시점까지 왔다.
이런 사실적인 것만 치중해서 전화에 대한 글을 쓴다면 시가 결코 시가 아닐테지?
y-여보세요? 저...거기 x씨 댁인가요? ?x-네..제가 x입니다만...?
y-저 Y입니다.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x-어머 ...네..이 밤에 어쩐 일이세요? 오랜만이시네요
y-다름이 아니오라....창문을 한번 열어 봐 주시겠습니까?
x-창문요? ..
y-네..창문요... 오늘...달이 참 이쁘게 떴습니다.
뒤는 산이요 앞은 강인 작은 이 마을..
달이 뜬 강변이... 너무 곱길래.....전화를
* 이수동의 그림
▒ 달이 떴다고, 강변이 곱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여인이 이렇게만 말하고 더이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현대 세대가 보긴 약간 내숭이요, 표현의 시간으로 보면 또다시 저 뒤 조선으로 넘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 행에서 이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라고 여인의 마음을 직설적으로 뱉어 버린 말 때문에 다시 현대로 와서 은근하고 매력있는 모습과 결코 천박스럽지 않게 좋아하는 귀여운 여인의 두가지의 묘한 뉘앙스와 깊이가 성격의 풍성하고 따스함을 더해 준다.
"세상에" ~ 라고 표현을 살짝 들어간 것은 어쩐일로 전화하셨나요? 하고 여인이 물었다고 가정했을 때, 보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거나 그냥 문득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라는 흔하고 맛없는 대답이 아니라서 전화를 받는 이나 독자들 입장에서도 얼마나 기대하지 않게 산뜻하게 들렸을런지 알고서 마음 시원하게 맞장구 쳐 주는 느낌이다.
또한 달이 떠서 전화를 했다는 그리운 이의 표현을 십분 잘 받아 들이는 여인의 감성에 우리도 한마음이 된다. 싱거우시게도...그렇다고 전화를....이라던가 달떴다고 설마... 제가 그리운 까닭이셨겠지요. 라고 여인이 받았다면 그 얼마나 재미가 없었을까!
▒ 여인은 창밖에 뜬 달을 바라보면서 설레이고 그립던 마음을 달에게 전하고 달따라 그리운 이가 지금 있는 그 강변에 나란히 함께 서서 그 달빛이 흐르고 흐르다가 어디쯤에선 부서지곤 하는 광경을 보고 있을 것이다.
여인이 신나고 근사한 것이 기실 까발리고 보면 그립던 이가 전화를 해서였겠지만 전화 건 이유를 이렇듯 근사하게 대는 것은 스테이크를 먹고나서 달콤한 후식 을 기다리는 심정이나 혹은 연애하는 여인이 연애시절만의 독특한 낭만을 기대하는 이치와 같다고나 할까..
▒ 시대따라 사랑하는 이에게 고백하는 전화나 편지의 내용과 표현의소재가 조금씩 다르겠지만 그 중 어느 한 시대에 한 연인에게 일어난 이 사건을 보면서 표현을 하는 것과 그 표현을 받는 것의 소중한 포인트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다.♤
Jan 28 2004 Papermoon
▶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 임실 출생, 순창 농림고등학교 졸업 시인, 전북 임실군 덕운감면 마암리 마암 분교 교사
1982년 『21인 신작 시집』에 <꺼지지 않은 횃불>, <섬진강·1> 등을 발표하여 등단 1986년 제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섬진강』(1985), 『맑은 날』(1986), 『누이야 날이 저문다』(1988), 『꽃산 가는 길』(1988), 『그리운 꽃편지』(1989), 『그대, 거침 없는 사랑』(1994), 『강 같은 세월』(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