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바위 호수
마음이 무너지는 날에는 나도
파도가 되자
파도에 실려 함께 무너지며
파도를 닮아 부러지지 말고 넘실대며 춤추자
그 바람에 파도를 타고 저 멀리 이국땅으로
나도 넘어 보자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항해하자
마음이 무거운 날에는 나도
바위가 되자
바위에 올라 함께 침묵하며
바위를 닮아 부서지지 말고 그자리에 머물자
그바람에 보이는 저 먼 수평선으로 시선을 던지며
나도 무거워지자 들리는 소리쯤이야 가벼이 날려보자
마음이 아픈 날에는 나도
호수가 되자
내게로 흘러들어온 모든 물줄기
호수를 닮아 누구에게도 흘려 보내지 말고
그 바람에 저홀로 잔잔해진 호수처럼
모두를 영롱하게 담아내자
나도 언젠가 진짜 호수가 되자
글/박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