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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 나물과 내 아버지

인애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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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와 노인의 놀이터

집 뒤에 있는 텃밭 안쪽에 한 서너 평 남짓한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바로 뒷산 쪽으로 이어지는 축대 아래라 맑은 물이 꽤나 스미는 걸 보고
할아버지가 젊었을 때 일꾼들을 동원해 연못을 만드셨다고 한다.
뒷산 계곡으로 연결된 작은 도랑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이프도
묻었다는데,어디쯤인지 짐작은 가지만 땅속이라 확인이 안 된다.
몇 년 전에 가뭄이 심한 해에 연못 위쪽에서 맑은 물이 송송 솟아나는
걸 본 적은 있지만 수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옛날부터 이 고기 저 고기 잡아넣고 붕어들이 흙탕물을 일으키며
몸을 숨기는 걸 지켜보았다. 우리 아이가 다섯 살 무렵에 아주 짧은
낚싯대로 처음으로 물고기를 잡은 곳이 바로 여기다.
그 날 상당히 시끄러웠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 선배는 강에서 허탕을
치고 와선 씩씩거리며 여기 세 평짜리 연못에다 릴낚시를 던졌다.
장마철에는 물이 작은 도랑으로 흘러넘치게끔 만들어 두었더니
물이 넘칠 때마다 붕어들이 도망치는 바람에 작은 철망을 세워 놓았다.
어릴 때 동네 어른들이 한 뼘이나 되는 두꺼운 얼음을 깨어내고 손바닥
보다 큰 허연 붕어들을 잡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연못 뒤로는 나지막한 축대가 있고 두릅나무가 제법 우거져 초봄에는
돌담 위에 올라가 두릅 순을 따곤 한다. 가시가 많아서 딸 때는 무섭지만
(본의 아니게 몇 번 껴안은 적이 있다) 먹을 때는 두릅 순처럼 향기롭게
아삭거리는 것도 드물다. 연을 심고 싶었으나 번번이 시기를 놓치고
방법을 몰라 아직도 성공을 못했다. 시장에서 파는 식용 연뿌리를 사다가
진흙에 그냥 푹 꽂아 놓고는 무작정 기다렸다. 연뿌리는 마디에서부터
나온다는 것도 모르고 시장에서는 전부 마디를 잘라 판다는 것도 몰랐으니….
껍질 벗긴 걸 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다.

수질정화에 도움이 된다기에 올해도 부레옥잠을 사다 넣었다. 늦가을에는
연못 속으로 홍시가 떨어지고 알록달록 감나무 낙엽이 가라앉아 어두운
물속이 환해진다. 천천히 헤엄치는 검은 붕어가 더욱 볼 만 해진다.
응달진 곳이라 겨우내 두꺼운 얼음이 녹지 않는 까닭에 어릴 때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썰매를 타기도 하고 새로 산 스케이트를
신고 연습을 해 보기도 했다. 그 때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꽁꽁 얼어붙어
스케이트를 타고 상주에서 대구까지 가 보는 게 꿈이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북유럽의 얼어붙은 운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연못 오른쪽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고 그 옆으로 두어 평 쯤 되는 미나리
꽝이 붙어 있다. 오랫동안 흘러든 진흙으로 수심이 얕아진 연못을 파내다가
진흙 속에서 짤막한 썰매용 창 한 개가 나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아마 내가
쓰던 거겠지. 할아버지가 만드신 거겠고. 나는 한참동안 그야말로 감개무량하였다.
35년 전에 여기서 썰매를 타다말고 얼음 속에 갇힌 미꾸라지를 파내던
개구쟁이 소년이 생각났던 것이다. 그리고 씽긋씽긋 웃어가며 함께 썰매를
만들던 인자한 장난꾸러기 노인이 떠올라 문득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오병욱 화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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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두릅 나물을 캐러 간 적이 있었다
치악산 못 미쳐서 어느 마을 이있었는데
두릅을 소개한 그녀는
산비탈을 오르더니
나 더러 똑 같이 해보라 한다.

두릅 나물이 두릅나무 가지 끝에
순으로 자라는 것을 처음 보고
저으기 놀래고 있었는데
작은 호미로 가지를 잡아 당기더니
두릅 순을 똑 따는 것이였다

향기가 좋은 두릅은
살짝 데쳐서
초장이 찍어 먹는 맛이라니
아직도 내 혀 끝에는
아삭 거리는 두릅의 향을
느낄 수가 있다.

두릅 나물 따러 가요~

2004/ 7 / 10.에

비원(돈화문) 앞 운니동, 내 자랄때에는 친정 아버님의 붕어 낚시의 취미로
마당 한 가운데 연못이 있었더랬습니다.
그 당시 칼칼한 붕어 찜도 맛있었구요
낚시의 밥이 쏟아 지거나, 나올때에는 기겁을 하고 아버지를 빤히 바라 보고
있었지요.
이 세상에서 반듯하고 멋진 내 아버지이셨는데에...

3 Comments
꽃구름언덕 2004.07.10 21:15  
  인애님의 글을 읽으며 두릅을 좋아하시는
친정아버님 생각이 납니다.
두릅 나물은요 캔다고 하지 않고 두릅을 딴다고 하지요.^^
저의 친정 아버님이 즐기시는 두릅 요리는
두릅회가 아니라 두릅전이지요.
아버님은 세상에서 제일 격식있고 맛난 부침이라고 하시는데
그 두릅전을 위해 드릅 나무를 좀 심어 놨는데
급방 뿌리로 퍼저서 많아졌어요.
내년 봄엔 향긋한 두릅전을 맛볼수 있을 거예요.(지나시면 들러세요.~) 
나비 2004.07.18 12:00  
  꼬구름언덕님! 저도 꼭 그 두릅부침 먹으러 가고 싶어요!
나비처럼 날아서...^^
인애 2004.08.13 07:50  
  아싹거리는 두릅 부침전 여기 있어요
초간장에 콕 찍어 드세요...자 !
꽃구름 언덕님,나비님 건강하십시오.
꽃 구름 언덕님은 제 1회 자작시낭송 및 가곡 발표회
이원문화쎈터에서 뵈온 적이 있었지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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