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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 하는 여자

호수나무 2 1314
<뜨개질 하는 여자 >




내설악 첫서리 소식이 들릴 때쯤
가을비 내리는 날은
뜨개질하기에 좋은 날이다.

실타래 넉넉한 바구니를 가져와
창문 곁에 앉으면
하얀 털강아지도 따라와 무릎담요아래 엎드리고
대바늘 머리 맞대어 소곤거리자
타래실 몸을 풀어 길을 떠난다.
동요부터 성가에서 가곡을 거쳐
흘러간 가요까지 메들리로 흥얼거리다보면
큼지막한 약탕기에서 은은히 퍼져나는 햇대추차 향
바늘코 숫자야 더러 어긋나기도하지
낯익은 옆구리를 지나
술술 풀었다가 되돌아 조이고 다듬어가는
이 남자의 가슴과 어깨가 포근하다.

유리창으로 흐르는 빗줄기에
바구니 속 몸 가벼워진 실타래가 잠시 눈을 식히고
오늘 밤 먼 산 첫눈이 되려는지
창문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굵다.


2 Comments
바 위 2005.11.17 01:05  
  정말 ~

나그네  몸부리 같은 세월살이에
님  좋은 글 주심 참 굵습니다
산이 그래도 가끔은 우리를 걱정하고
불러도 주지 않나요
산새 도  무두  세상 하얀 세상을 걷네요
스님에 영불도 짙은 안개속에 울려 퍼져요
그래야 하니까
부윰한 안개 속을 꼬깔쓰고 시주 나가는 비구니
마음이 보이는것 같습니다...

차시요 몸잘  가누세요 !!!
고길환 2005.11.20 09:52  
  우와 좋다.
호 : 호숫가 나무곁에 흔들의자 끄덕끄덕
수 : 수목이 우거져서 건너편에 바라뵈고
나 : 나홀로 뜨게질이 포근함을 전해올때
무 : 무심한 염불소리 애간장을 녹이누나
                          乙酉年 호수나무 곁에서서.....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