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학교 앞 딸의 <대상> 현수막

별헤아림 18 1901
학교 앞 딸의 <대상>현수막
권선옥(sun)

그저께부터 딸에게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대상>이래. 김종건 선생님이 나 막 안으려고 하구..ㅋ.ㄷ.ㅋ.ㄷ.
<대상>은 아무나 하나 그러면서..(-_-)'

나의 답장
'응. 축하해.'

어제 들어온 문자메시지
'엄마! 나 수업 시간마다 박수 받고...... .ㅋ.ㄷ.
그런데 선생님과 애들이 한 턱 쏘래-'
나의 답장
'응. 그럼 쏘지 뭐.'

'엄마! 대구문인협회에서 계좌번호 불러 달래.'
누구나 돈을 밝히는 법
'상금이 얼마래? '
'몰라.'

밤 11시에 야자 마치고 오는 딸을 마중하러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현수막이 나붙었다. 대상, 차하 그리고 입선한 세 학생들의 이름과 학반이 적혀 있었는데, '혜윰'이를 '혜윤'으로 잘못 적혀 있었고, 같은 반 현아도 입선을 했었는데 둘 다 <1-11>이 <1-7>로 잘못 적혀 있었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교감 선생님께 말씀드렸다는 얘기까지 문자메시지로 전해 와서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반기듯이 뛰어와서 운전하는 나의 옆자리에 앉아서는 또 조잘거린다.
" 엄마. 우리반 선전을 좀 해야 하는데 둘 다 1학년 7반으로 나와 있어서 반아이들이 김종건 선생님 보고 '학교 일은 지 혼자서 다 하는 것처럼 바쁜 척하면서 저런 것도 하나 제대로 못 하나?' 그랬데이"
거침없는 태도에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자기들 눈높이에 두고 해대는 어투에 잠시 멍해졌다.
말없는 나의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는 듯 다음 말을 이어갔다.
'엄마, 나 현수막에 이름 걸려 보는 것 처음이데이. 전에는 한 번도 이렇게 이름 적혀 본 적이 없어."
"그~래? 나는 여태껏 처음이고 뭐고 단 한 번도 없었어."

오늘은 토요휴무 시범학교라서 출근을 하지 않는다. 어젯밤 궁금해서 통장 확인을 해 보니 <대상> 상금으로 적지 않은 50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딸을 태워다 주고는 코른베르그에서 빵을 주문했다. 반 아이들에게는 소세지빵을 주문하고 선생님들을 위해서는 백설기빵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이 마트에서 포도요구르트와 오렌지 주스를 섞어서 여유있게 90개 정도를 사서 실었다.
마치는 시간에 빠듯하게 맞추어서 12시 10분에 학교에 도착했다. 교무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시는 김종건 선생님의 얼굴이나 뵙고 인사나 하려고 했더니 딸의 대답이 김종건 선생님은 교무실에 없다고 한다.
"그럼 어디에 계시는데?"
" 학교일 혼자 하는 것처럼 나대니까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
"무슨 방. 상담실?"
"상담실 그런 거 아이다."
"그럼 무슨 방?"
"몰라! 아무튼 학교일 하라고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어."
딸을 따라가 보니 학교일 혼자하는 것처럼 나대서 학교에서 방 하나 마련해 줬다는 곳은 딸의 학반이나 1학년 교무실에서 두어 칸 떨어진 가까운 곳이었고 팻말은 <교지편집실>이었다.

미즈지만 신세대의 예쁜 담임 선생님께서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 나오자, 마치고 혜윰이랑 같이 갈 것 아니냐고 물었다.
"토요일이라도 공부한다고 오늘 도시락 사가지고 갔어요. ㅎ. ㅎ....... . 요즘 밤11시까지 야자하고 집에 와서도 씻고는 새벽 2시 반까지 공부하고 잔답니다."
어떤 대한민국의 엄마가 자기 딸 열심히공부한다고 자랑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실실 웃었다.
담임 선생님은
"차차 나아지겠지요."하신다.
딸의 담임선생님과 엄마인 나는 서로가 딸의 학업성적이 반에서 밑바닥을 깔고 있다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생활머리는 팍팍 돌아가면서 멀쩡한 것이 워째 성적은 그 모양인지. 그저 학교에 다니는 동안 성적은 엉망일 망정 훗날에라도 평생 우려 먹을 성실한 생활 태도와 지금 같은 당당한 자세만은 꼭 쥐고 놓치지 않을 바랄 뿐이다.

내일 오전 10시에 나는 대구 시민회관 소강당에서 한글559돌기념식 후에 열리는 <전국달구벌글쓰기 대회>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다. <교지편집실>실장님께서 전화로 '혜윰이 어머님, 내일 영광스러운 시상식 자리에 참석할 거지요?' 하면서 딸을 포함한 세 학생의 수상 사진과 작품을 연말에 교지에 실어야 한다시며 사진을 몇 장 찍어 달라고 부탁하신다. 무보수의 업무에다 책임까지 떠맡은 셈이다.
'영광스러운'이란 황홀한 단어에 잠시 황홀하여 거절의 기회를 놓친 것은 아닌지? 나도 무보수의 이 업무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싶다.

<2005. 10. 8.>

- 에필로그 -

* 딸이 다니는 학교 앞 교문 위의 현수막은
그 다음 날로 딸의 이름도 학반도 바로 잡아졌지만,
언어 순화를 않는 딸의 말투도
학업 성적이 밑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것도
바로 잡을 능력이 나에겐 없는 것 같아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 수 밖에 없다.
그러는 나 자신도 우리 부모님께는 못난 자식임을 스스로 아는 까닭에...... . *

very0229_1129053914_2.JPGvery0229_1129053914_1.JPG
very0229_1129054792_1.JPG
18 Comments
김경선 2005.10.11 17:57  
  축하드립니다,
엄마의 글재주를 꼭 닮았나 봐요.
나머지는 너무 걱정하지 마이소!
해야로비 2005.10.11 18:07  
  축하드려요.  정말....
우지니 2005.10.11 18:13  
  엄마를 닮아 재능이 뛰어난 따님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대견합니다. 얼마나 잘했으면 현수막까지 걸렸을까요?
기쁨" 두배로 축하드립니다."
어린 나이에 따님의 적성을 발견하였으니 그 방면으로 계속
노력한다면 앞으로 정상은 따님의 것이요 대성하리라 믿습니다.
산처녀 2005.10.12 00:11  
  별헤아림님 축하해요 ,
엄마를 닮은 따님의 글솜씨에 얼마나 대견하세요 .
성적도 어머니 의 기대가 너무 커서 반대 급부로 오는 응석 같아요 .ㅎㅎㅎ
별헤아림 2005.10.12 09:19  
  김경선 원장님...@!
해야로비님...@!
우지니님...@!
산처녀님...@!
너무 감사합니다.

에미에겐 '위로'를...
아이에겐 '희망'을 주셔서...

어쩌다 행운이 따라줘서 <대상>을 받아 가산점도 받고 했으니,
이젠 글쓰기대회에는 나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고교생으로서의 목표는 이루었으니까,
여유롭게 안으로 연마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ㅎ. ㅎ.
장미숙 2005.10.12 14:02  
  축하해요~
자랑스러운 따님의 앞 날에
축복의 꽃잎을 깔아드리고 싶습니다~~
바다 2005.10.12 17:15  
  축하합니다.
모전여전^^**
아무나 하는 것 아니예요 ㅎ ㅎ
별헤아림 2005.10.12 21:04  
  장미숙 시인님...@!
예이츠 시인처럼
향기로운 마음 보내 주셨군요.

바다님...@!
내 아이가 하면 아무나 하는 것 같고,
남의 아이가 하면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고....^^*...?
고진숙 2005.10.13 07:05  
  경축 '자녀 키우는 재미 <대상> 획득!!'
자 연 2005.10.14 03:37  
  중년의 별이 고운줄 알리더니
그래도 그리 큰 따님을 두셨소 !
그럼직한 이야기와 생각이 모여 글이 되지만
어미님 탐구력의 눈빛이 많이 닮은 모양이지요.
혜윰이 이름 범상치 않은 이름인거 아시오.
글 까지 소문 좀 내면 어떠리...

 고맙습니다 !!!
정덕기 2005.10.14 11:53  
  축하 또 축하합니다

딸 낳은 보람
두배
별헤아림 2005.10.14 17:25  
  고진숙 선생님...!
마음으로 받는 재미상 감사합니다.

자연님..!
삐치셔도 17행 중 5행만 노출...
나머지는 고이고이 아껴 두었습니다. 보배 마냥.

정덕기 교수님 반갑습니다.
어제 저녁 금호아트홀 공연에서
'청밀밭', '갈대의 시' 가 공연되었지요.
회원들과 즐거운 시간 함께 하셨으리라 믿으며~~@!
뭉게구름 2005.10.14 18:17  
  대상을 축하합니다.
혜윰은 엄마를 닮아 시혼이 살아 숨쉬는가  봅니다.
한글날을 기념하여 대구문인협회에서 주최한 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으니 너무 기쁩니다. 대상은 아무나 받는게 아니잖아요. 내가 대구문인협회 회원이기 때문에 기쁨은 더욱 큽니다. 곧 만나 뵙고 축하하면서 한턱 내겠습니다.
별헤아림 2005.10.14 20:23  
  김형규 교수님. .@!
그야말로 행운이겠지요.
유치원 갈 때도 제가 늑장부리는 바람에 선착순으로 모집하는 집 앞의 강변유치원에 떨어지고, 3일 간 모집하여 컴퓨터 추첨하는 영진전문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녔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이 보내고 싶어하는 유치원에 게으른 엄마를 둔 덕분에...^^*...!..ㅎ. ㅎ...
교장선생님께옵서 다음에 시간을 내어서 언제 금요일 가곡교실에 참석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어제는 치과엘 갔다가 늦어서 끝 부분 4팀만 감상한 후, 인사만 드리고 집으로 갔습니다.
김경선 2005.10.17 10:59  
  별헤아림님,
대구에서 열리는 금요일 가곡교실에
대하여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뭉게구름님,
언젠가 선생님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어요.
우가애본 사무국 2005.10.17 12:01  
  따님의 솜씨가 그 어머니의 따님일텐데  어련 하시겠어요~~ ^^
축하드리구요~~ 
모녀 문인으로 더욱 이름 높아지시기를 기원합니다.
뭉게구름 2005.10.17 21:03  
  김경선 원장님!
대구의 <가곡교실>은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대구 북구 합창단 지휘자인 테너 박범철 교수가 지도하는 가곡교실은 영남이공대학 내의 평생교육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월요일반, 목요일반, 금요일반과 카돌릭병원 내의 가곡반, 대구 곽병원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 안의 시지반 등이 가장 활발하며, 회원은 교수, 교장, 교육계, 사장, 금융계에서 퇴직하신 분들과 주부님 등 약 250여명이 됩니다.
그 외에도 대구에는 MBC, 대덕문화회관, 영남대학교, 경북대학교 평생교육원 등에서 가곡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회원 발표회도 한번씩 가지는데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곽병원의 이사장(곽동한)님과 경산 CC 회장님 부부도 열열한 회원입니다.
 저도 김원장님의 노래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김경선 2005.10.18 07:12  
  감사합니다, 뭉게구름님!
대구지역 가곡교실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네요.
마산창원에도 작은 그룹으로 선생님의 지도하에
열리는 모임들이 있습니다.
저도 평생교육원에 등록하고 배우고 있지만
내마노를 통해서 그룹 간의 벽이 헐리고
가끔은 함께 어우러질 수 도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면 어떠할까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