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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 무형의 향기를

바다 27 1808
어머니 , 그 무형의 향기를

                              박 원 자

 얼마 후면 새로 지은 집에 이사가기 위해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래된 이불을 바꾸는 일이다.  쓰던 걸 다 버리고 새 이불로 장만하면
많은 돈이 들것이고 그냥 가져가자니 새집에 격이 맞지 않을 것이고....
집을 짓는 일이 아주 기쁘고 보람된 일이나 생각보다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내가 결혼 할 때 가지고 온  솜이불은 내 고향 새무게 밭에서 어머니가 손수
목화를 심어 그걸 타다 만든 이불이다.  그 해 커다란 목화밭에서 굽은 허리를
펴시지 못하면서 막내딸 혼수밑천으로 목화를 따시던 어머니.
밤이면 방안 가득히 목화를 펼쳐놓으시고 씨를 가르면 목화에서 나온 벌레가
 방안에서 기어다니면 벌레가 징그러워 엄살을 떠는 막내딸에게 목화에서 나온
벌레라 깨끗하다고 잡아내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혹시나 아들일까 늦동이로 나를 낳으셨건만 딸을 낳아 죄인처럼
기도 못 펴시고 일만 하시다가 허리가 굽어  엄마 같은 큰언니와  목화를 이고
 함평에 가서 이불솜으로 타오던 날 .

그 날은 흰눈이 내리고 바람도 제법 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 
2월 28일 날 결혼을 했으니 겨울방학 끝 무렵에 갔던 거 같다.
 큰언니와 먼지가 펄펄 나는 공장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이고 왔던 그 솜으로
결혼이불을 만들고. 이불홑청은 내가 재봉틀로 붙이고...
그 세월이 벌써 얼마나 흘러버렸는지....

요즘은 목화솜이 아주 귀하니 그걸 다시 타서 이불을 만들면 새 이불처럼 좋다고
여기저기서 조언을 해주어 오랫동안 미루었던 일을 하게 되었다.
이불가게 아줌마도 이렇게 좋은 솜은 지금은 구할 수가 없다고 솜이불을 세 채를
만들어 주셨다.
 순간  농이 작아 얼만 전 솜이불 한 채를 친척에게 주어버린 일을 후회했다 .
명주이불 둘, 양모이불 둘, 솜이불 셋

새로 다시 만든 이불을 보면서 어렸을 적 허리춤에 감춰두셨던 사탕을 꺼내 주시면서
 "내 강아지...."
하시던 말씀.
초등학교 1학년 때 눈이 너무 많이 와  흰고무신에 새끼줄을 감아  학교까지 업어다 주시던 일 .
까만 가마솥 뚜껑에 밀개떡을 해주시던 일 
양철 바케쓰에 수박을 담아 우물에 담가두었다가 주시던 일.
김장하시던 날 배추 속잎에 깨소금을 묻혀 제일 먼저 한 잎 넣어주시던 일....

막내딸이 다녀가면 동네 어귀에 나와 앉아 내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앉아 계시던 모습.
내일 돌아가시는데 오늘 찾아간 외손자 내 아들에게 허리춤에서 용돈을 꺼내 주시며
 아직도 죽지 않고 있어 미안하다 하시던 너무도 그리운 내 어머니
막내딸이 이렇게 잘 살고 이제 새집도 지어 이사가는데 살아계시면 얼마나 기뻐하실까...

 나는 이불집에서 찾아온 이불을 정리하며 아무도 없는 방에서  솜이불과 요를 펼치고
그 속에 누워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내 어머니의 그 무형의 포근한 향기를 맡고 또 맡았다.
(2005. 12. 31)

※새무게 밭- 샘위의 밭을 우리는 그렇게 불렀다

목화꽃 속에는
 
연노랑 예쁜 얼굴
땡볕에 부끄러워
연분홍 마음이 진 자리

희미한 등잔불 아래
다듬잇돌 두드리며
긴긴날 설움하나
달래시던 어머니 얼굴

달빛에 젖은 옥양목 적삼
옷고름 풀어 다시 매면
목화송이로 피어나던
어머니의 사모곡

물레가 돌고
물레가 돌고

밤이 이슥하도록
낡은 창호지문에
그림자로 남아 계시던
그리운 어머니



27 Comments
해야로비 2006.01.01 14:17  
  어머니~~
내 어머니.......
별헤아림 2006.01.01 23:27  
  <..물레를 돌리며
방이 이슥하도록
낡은 창호지문에
그림자로 남아 계시던 ...>

그 어머님께서 지금도 바다님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안아 주시고 지켜 주시는 듯합니다. ..^^*..
바다 2006.01.01 23:47  
  이쁜 해야~님!
님이 부르시는 어머니..
그 속에 온갖 그리움이 다 들어있는 듯
바다 2006.01.01 23:49  
  별헤아림님!
우리 어머니는 그러실 것입니다.
항상 제 곁에서 ...
감사!!!
流浪忍 2006.01.02 11:17  
  다듬이질 하시는 걸 보다가 그 규칙적이고 정겨운 박자에 졸고..
[공깨딱딱 공깨딱딱 꽁,꽁,꽁,꽁
 공깨딱딱 공깨딱딱 꽁,꽁,꽁,꽁]
이렇게 들렸었던 거 같습니다. ㅎㅎ

그러다 슬며시 문지방 베고 잠이 들었던 달콤함이 생각나네요..
서울 도림동에서도 저 어릴땐 목화송이를 따 먹었던 기억이 삼삼한데~~

잠시 어릴 적으로 갔다 옵니다.

새  꽃대궐 입주 축하드립니다.
나리 2006.01.02 11:57  
  ^*^..장농속에 한 자리 잡고 있는 혼수이불을, 나도 버릴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바다님 글을 읽고 나니 그 마음이 싹 사라졌네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 되십시요!!
바다 2006.01.02 12:09  
  流浪忍 님!
다듬잇소리 그랬었지요.
잘도 표현해 놓으셨네요^^*
서울에서도 그런 향수를 간직하고 계시는군요.
그런 향수는 우리에게 최고의 재산이 되더군요
감사드립니다.
바다 2006.01.02 12:12  
  나리님!
이게 얼마만인가요?
혼수이불 절대로 버리지 마세요
 저처럼 활용해 봐요.
지후 지원(?)이 다들 건강하고 학교에 잘 다니겠지요?
아마 이제 둘 다 중학생이 아닌가 모르겠네요.
나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자주 들러주세요^^*
旼映오숙자 2006.01.02 12:53  
  어머니, 부르기만 하여도 눈시울이 뜨겁습니다.
혼수 이불에 관한 마음 싸한 추억이 나에게도 있습니다만...
말로 표현하기 조차도 벅차오릅니다.
같은 동질인 추억의 감성을 떠 올리게 해주셔서
감사한지 ...슬픈지 ... 둘 다 입니다.
박성숙 2006.01.02 15:30  
  키가 남들보다 크다고
보통것보다 더 크게 이불과 요를
만들어 주셨는데.
어찌다 무겁던지 솜을 새로 털어
아이들 이불 만들어 주었는데
그 이불이 다 어디로 갔을까?
엄마 생각 많이 나네요.
장미숙 2006.01.02 17:17  
  바다선생님!
새 해에.. 입주하시는 새 집을 축복합니다~
솜 이불과 어머님의 이야기가 저에게도 따스하게 전해져요.
고 귀여운 핑크 벌레에게 어릴 땐 왜 그리도 호들갑을 떨었던지..
정겨운 시에서 어머니를 그리며 행복합니다~
바다 2006.01.02 19:32  
  교수님!
 혼수이불 하면 어머니얼굴이 떠오르시지요?
우리 여성들은 그 이야기를 하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가 있을 것입니다.
미루어 짐작컨데 아무래도 눈물어린 사연이 있을 것 같아요.
바다 2006.01.02 19:34  
  박성숙님!
 키가 크시군요^^*
그래도 님은 그 이불로 아이들 이불을 만들어주셨군요.
대물림하여 덮으셨으니 다행이네요.
이제 순수한 우리 것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된거 같아요 ㅎ ㅎ
바다 2006.01.02 19:35  
  장미숙 시인님!
고 핑크벌레 기억하시는군요^^*
솜처럼 따스한 엄마의 기억들 ...
함께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정미 2006.01.02 19:37  
  엄마...
목단꽃 같으신 우리 엄마.
새하얀 버선발 살포시...
봄날의 하아얀미소로 먼길 떠나신 우리엄마...

한참을 머무르게 해주심을 바다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바다 2006.01.02 20:56  
  정미님의 어머니께서는 무척 아름다우셨을 것 같아요.
님의 어머니도 그렇게 가셨군요.
우리 딸들에게는 어머니보다는 어렸을 때 부르던 엄마이지요. 저도 글이라 어머니라 했지 지금도 엄마라고 합니다.
엄마
그리운 엄마...
우지니 2006.01.03 01:45  
  바다님의 글을 읽는 동안 우리 어머니의 생애에 대한 글을 쓸 수 가 없네요. 눈물이 나와서...
어머니께서는 평생을 인내와 자비와 나눔으로 주위를 보살펴 주시는 분이셨기에...
아들을 못 낳은 일이 칠거지악에 어머니 당신 잘못으로 인정하시면서...
저를 낳으시고 십여년이 지난 4십대  노산으로 바다를 낳고보니
또 딸이라니.....
어머니의 일생을 책으로 엮어 보고싶은 심정이랍니다.
저희들이 이제야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도 춥던 날들이
어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나시던 날은
따스하고 부드러운 훈풍속에서
햇님이 방긋 웃으시며 어머니를 품에 꼭 안고
가시는 모습이었답니다.
매사에 참고 또 참으시며 온갖 고통을 감내하신 우리 어머니
지금 생존해 계시다면 외손자들로부터 제일 영광스러운 큰 상을 받으실텐데 ...하늘나라에서  "그래 장하다 내 손자들 "
하고 바라보시고 계실까?
다시 한 번 불러봅니다. 어머니!
인자하신 우리어머니~~~!!!
고광덕 2006.01.03 16:54  
  덕분에 그리고 실로 오랜만에 어머니 얼굴을 그려 부게 됩니다.
그분들의 모습을 우리 모두 절대 잊지 못하죠.
추워도 춥다 못하고 배고파도 배고프다 못하고 힘들어도 힘들다 못하시는 분들...
잘 보고 갑니다.
바다 2006.01.03 17:29  
 
고광덕님!
감사합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그랬지요.
그 세대의 어머니들..
모두 그립고 존경스러운 분들이지요.
산처녀 2006.01.04 16:47  
  아버지는 증평 목화 시장에 가셔서 타래 목화를 사서 씨아틀에서 씨를빼서 에미 새끼 함께 덮으라고 그야말로 이불을 바다만하게 만들라고 말씀하셨죠 ,
철없는 저는 이불이 너무커서 솜이 너무 두터워 무겁다고 불평을했다 아버지의 불호령에 눈물을 떯어 트렸죠.지금 그이불을 바라보며 부모님의 애틋한 정 생각에 마음이 안쓰러울때가 많아요 .
부모님을 회상할수있는글.......
집 지으시느라 고생하신 바깥 선생님 등좀 도닥여 드러야 겠어요 ,.축하해요 ~~~~
바다 2006.01.04 21:12  
  산처녀 언니!
그 시절엔 그랬을 거예요.
식구들이 한 방에서 한 이불을 덮어야 하므로 바다처럼 큰 이불을 만드라고 하신 건 당연한 일이지요. 제 기억으로 어렸을 때 혼수감으로 이불을 몇 채 해 가느냐에 따라 혼수를 잘 해간다고 들은 것 같네요.이제는 거의 솜이불이 사라지고 침대에 거의 혼자서 아니면 둘이서 방을 쓰고 난방이 잘 되어 솜이불이 홀대받는 것 같지요?
산처녀 언니!
고마워요.
오늘도 인테리어때문에 함께 나갔다 왔답니다.
금년 여름에 우리 언니랑 우리 집에 놀러 오셔요^^*
시와사랑 2006.01.07 10:19  
  누님! 새해 인사가 늦었습니다.
인사드리기 전 어머니를 향한 사랑과 그리움이
절절히 베인 글을 읽으며 아름다운 감동을 받습니다.

새해에도 건필 하시어
아름다운 시어들을
공간에, 사람들의 마음 마음에
가득 가득 채우시어
아름답게 꾸며 주시길.....

주님의 평안과 기쁨이 넘치는 한 해 이시길
못난 아우 기원합니다.
바다 2006.01.07 14:18  
  시와 사랑님!
오랜만입니다.
새해 복 많으시고 하시는 일마다 축복이 있길 빕니다.
죄송하기는 오히려 제가 죄송하군요.
먼저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집안일이 해결이 되면 연락해서
꼭 차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자 연 2006.01.07 14:43  
  새해 빛 좋은날
모시고 오셨습니다...

어머니 손 따듯하던가요 ?

내 죄라던
어머님 기도소리
가슴을 후비니
추위도 물렀거라 하더니다 ~

尊 글 주신 바다여
이해 더욱 큰 해일이르키 싶시요
당신만이 할수있는 사랑 인걸 아시지요 !!!

도레미파솔
또 또 고맙습니다 @@@
바다 2006.01.07 21:02  
  권운 선생님!
따뜻한 마음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그리고 금년에는 만나보고 싶군요 ㅎ ㅎ
사랑노래 2006.01.30 22:49  
  어머니
그 사랑 영원하여
언제나
그리움으로
거룩한 모습으로
내곁에 다가 오십니다. 
바다 2006.01.31 16:07  
  사랑노래님!
감사합니다.
어머니는 어느 자식에게든 성모이십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