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에서
출입문 한쪽에는 젊은 남녀대학생이 꽉껴안고 서있다.
마치 둘이서 떨어지면 큰일 날듯이 볼까지 서로 부비면서..
이때, 비좁은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맹인 또 한사람이 지난다.
‘왜 저들은 모두 찬송가를 틀고 다닐까’
‘찬송가 가 왜? 그래야 전도가 되지..’
‘전도는 무슨 ..동전을 얻기 위함이지..
‘누가 알아 그것도 하나님의 역사이신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주님을 망녕되이 일컫지 말라, 몰라서 그래?
‘그래 우리 기독교가 그게 문제야,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걸핏하면 하나님 뜻이라고 무조건 순종을 요구하지…’
아무도 동전 넣는 이가 거의 없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을
측은하다고 느끼는 행인들의 눈빛은 거의 찿을 수가 없고
왜 이리 비좁은 만원 칸에 지나다닐까 하는 것 같다.
중년이 넘은 노부부가 들어왔다. 빈자리가 하나였다.
공교롭게도 옆자리는 모두 눈들을 감고있어 (정말 자는 건지…) 양보해 주는 자가 없다.
‘당신 앉아요’
‘여자가 앉아야지 남자가 무슨..’
‘고마워요 여보.’
이때 드디어 옆에 눈을 감고 있던 젊은 청년이 일어나 양보하자
노 부부가 나란히 앉는다 그리고 그아내는 늘 그랫듯이 남편의 한쪽팔짱을 하고
아이처럼 기대어 무언의 잔잔한 평화가 흐른다.
‘나두 저렇게 늙어야지…’
우당탕, 앞에 빈자리 하나가 생기자 마자
얼마전 부터 서서 큰소리로 수다를 떨든 아주머니 한사람이
잽싸게 몸을날려 그자리를 차지하자, 우선순위로 그곳에 서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생콩을 씹은 기분이 되어 말이없다.
얼마를 지나 그아주머니는 금새 졸기 시작 한다 그런데
아불싸 다리를 벌리고있어 치마속 속옷이 드러나 보이기까지 한다.
나는 즉시 눈을 이곳 저곳으로 돌려봤지만 모두 정면으로 앉은 내눈을 쳐다 보는것 같아서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왜 여자들은 여자한테 다리를 모으도록 말해 주지 않을가…’
나는 차창밖 한강물에 잠시 성폭행 당한 내 눈을 씻으며
삐뚤어져가는 개인주의를 미워하고 있었다.
출입문에 껴안고 서 있는 남녀는 아직도 볼키스에
서로 충실하고 있다. 이 광경을 보는 건너편 경노석 어느 노인은
내가 힐끗 보니 동물원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신기해 하고 또 어떤
할머니는 눈을 감았다 떳다 안절 부절해 하신다.
‘저러다 둘이 같이 쓰러지면 어쩌나….’ 옆에선 아주머니가 나즉히 탄식을 한다.
주위는 아랑곳없는 저들만의 세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