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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보고 싶은가봐

바다박원자 14 1532
자네가 보고 싶은가봐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만나는 중학교친구들과의 모임
전날 한 친구가 다짜고짜로 지산유원지 근처에 있는
할매 보리밥집으로 오라고 한다.

할매 보리밥집
어렸을 적 보리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오랜만에 수다도 떨 겸 가려는데 그 위치를 다시 물어야 했다.
동창들의 연락처를 꺼내들고  전화를 하니 상대방이 준수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혹시 유화 전화 아니에요?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걸려다 확인해 보니 전화번호가 011-604까지 똑같고
둘이 성이 같은 정씨라 나란히 있어 유화가 아닌 남자동창생의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다시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정 교수? 나 원자야!
아니! 우리 원자란 말이여? 자네가 다 전화를 하고...
응! 나야. 분명히 유화에게 전화를 했는데 이상하다 하고 살펴보니
자네한테 전화를 걸었더군.
아마 자네가 보고 싶은가봐 ㅎㅎ

 그날 모임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하고..

이사 갔다면서 .. 축하 하네
이사 갔어. 언제 초대할게. 그리고 자네에게 CD도 주고 싶고...

 중학교 시절 4반까지 있었고 그 중에 여학생은 한 반이었는데
그 남자 동창생 얼굴이 아주 미남에 피부도 깨끗하고
서글서글한 인상이 어린 십대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고도 남았다.

쉬는 시간이면 여자아이들은 인기 있는 남자애들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했고 누구나 그 애와 사귀어보고 싶어 했다.
물론 나도 그 중에 한 사람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맨 처음 그 친구를 만났던 때는
남편의 대학 졸업식장에서였다.
그는 남편과 대학동창인 것이다.

반갑게 인사를 했고...
후일 그는 중학교 국어선생님으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어느 날 광주에서 처음으로 비엔날레가 열리던 해
MBC TV에서 정 X 교수님이라며 방송을 진행하는 게 아닌가?
언제 대학교수가 되었지?
짜아식, 잘 했네!
 사실을 남편에게도 알렸더니 대학시절 연극반에서 맹활약하고
그 방면의 대학교수가 되고도 남을 사람이라고...

 중학교동창들의 남녀 모임은 1년에 4번 있는데 가끔 참석을 하면
장난끼가 많은 한 친구는 싱글벙글 웃으며 우리 강아지 왔는가?
하며 나의 엉덩이를 두들긴다.
다른 친구들은 왜 나에게만 강아지라 하느냐며 장난어린 시비를 걸기도 하고..
초등학교 선생이라고 강아지라고 하느냐 그랬더니
우리 강아지이니 강아지라고.
저것이 우리 박씨만 아니었으면.. ㅎㅎ
이렇듯 농담을 주고받아도 강아지란 말이 그리 싫지는 않았다.

 근데 이번에 그 정 교수가 나에게
우리 원자란 말이여?
이 말도 싫지 않았다.
아마 그 친구도
자네가 보고 싶은가봐
이 말이 싫지 않았으리

 우리 원자란 말이여?
자네가 보고 싶은가봐

긴 여운이 남으면서  가슴에서 작은 파랑이 일어남을...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언제 그 친구와  차 한 잔 하자고 다시 전화해 볼까? .
14 Comments
신은희 2006.09.12 09:16  
  저는 남편과 친구사이 였어요...
아직도 누구야 이름을 부르지요.한남자 친구가 전화를  해서는
연극도 보고 저녁을 사준다고 하면서 그시절 여자맴버만 3명을 불렀더군요.
실컷 놀다가 집에 와서 남편에게 말하니까
"경석이 좋았겠다" 그러잖아요...
다음에 여자친구5명 모이면 너 불러 줄께하니까 "그래"하잖아요...
우린 아내와 남편 이런 관계보다는 친구이고 싶은 거죠?.....ㅎㅎㅎ
바다 2006.09.12 10:38  
  신은희님!
 지킬과 친구사이였는데 부부가 되었군요.
친구가 남편이 되어서 항상 친구처럼 편안하고
 다정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네요. .
남편의 친구도 다 친구 아내의 친구도 다 내 친구..
부럽네요^^*
유랑인 2006.09.12 16:09  
  친구가 좋다~~~~~  ㅎㅎ
바다 2006.09.12 22:43  
  친구가 좋을 나이가 되어버렸군요 ㅎ ㅎ
sarah* 2006.09.13 09:39  
  ...절로 미소짓게 되는 푸근한 글이네요
아쉽게도^^ 여중 여고 여대를 다닌 까닭에...  친구라 부를 만한 남정네가 없는 저로서는.. 참 부럽군요
친구란 모두 귀하고 좋지만....  나이 먹어도 살짝 설레임을 주는 남자친구가
요즘처럼.. 계절을 타는 가을여인들에게 한 명쯤 어딘가에 있다면 ...
더욱 어울리겠네요^^...
바다님 꼬옥 전화 하시기를...ㅎㅎ
바다 2006.09.13 11:42  
  바다
  sarah*님!
요즘 합창연습 하시느라 고생 많으시지요?
마음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화 ㅎㅎ
좀 생각해 보고 한 번 ...
그래도 그게 참 쉽고도 어려운 문제 ㅎㅎ
자 연 2006.09.14 17:40  
  옛날에
젊음 뛸때
금남로 화신다방

아가씨
거침없이
자네가 하더라니

놀랜 맘
나만이 알고 자네라니 하였소  ?

존글
고맙습니다 ~~~
바다 2006.09.16 11:18  
  자연님!
금남로 화신다방 그 아가씨가 자네라 하였나요?
 아마 얼척없는 사이는 아니셨는지.
그 분도 세월따라  가버린 추억에 잠기고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세라피나 2006.09.18 18:44  
  선생님, 안녕하세요.^^
친구~~!!
말 만 들어도 한자락 고개들어 저~~만치  시선을 응시하게 하는 단어..^^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참, 많이도 서로 좋아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의상학을 같이 전공한  친구였지요..

정말  예쁘고 예뻤던 친구,  미인 대회를 나가기  전 날 꼬박, 밤 새워 가며
제 친구가 상위 입상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최선을 다해서 옆을 지켜줬어요.
(난 , 네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는 그말에 역~~시^^ 하는 회심의 미소를 품으며)^^

그런데..
그 이후  너무도  무심하게  그렇게~ 그렇게~ 
우린 절대, 헤어질 친구가 아니었거든요.
(항상  뜬 구름^^ 잡는 꿈도 함께  깔깔대며, 부풀었었지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그 친구 옆자리의 분이 (**한의원 원장) 하고 나오는데
그만~  안절부절  왜냐면, 전 그친구가  정말 궁금했었거든요..
막상, 찾을 수도  있는 기회가 왔는데  전 그냥  이렇게 있어요..^^

선생님~^^
쉽지 않아요..^^(슬퍼요~;;^^ 가을  이기에..더~~~요)^^

 
바다 2006.09.18 20:41  
  세라피나님!
혹시 한의원 원장님이  ㅎ ㅎ
 정말 가을이군요.
저 위에 수패인님의 글도 보니..
음악에빠져 2006.09.20 18:29  
  바다님이 글은 항상 푸근~합니다.
저도 이제 친구를 그리워할 나이가 되었네요.
20년 동안 못만나던 친구를 작년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하지만 그동안 걸어온 길들이 너무나 달라
단지 일상적인 이야기밖에 하지 못한게 너무나 아쉽네요.
가끔 연락을 하지만 안부 정도만...
옛날처럼 허물없이 터놓고 싸우기도 하고 그럴 수는 없는 것같습니다.
사실은 그 친구보다 더 만나고 싶은 친구가 있긴 한데 만날 길이 없습니다.
그 친구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은데요.
"자네가 보고 싶네..."
바다 2006.09.20 23:40  
  김기준님!
친구가 그리워지는 나이는 인생의 맛을 아는 나이가 아닐까요?
철없던 때보다 더 멋진 만남 더 진한 그리움 ..
이가을에 더 만나고 싶은 친구 꼭 만나게 되시길.

" 자네가 많이 보고 싶었네"
하시며 멋진 데이트(?)해보셔요 .
이 가을이 인생의 또다른 전환점이 되어 행복한 나날이 되실 겁니다.
감사합니다.
송인자 2006.09.26 11:03  
  저도 애들 아빠와 초등학교 동창이랍니다.
당연히 사연이 많지요^^
바다선생님은 동창 사이에서도 인기 많은 모양입니다.
"우리 원자란 말이여?" ......제 가슴도 찡해입니다. ^^


바다 2006.10.07 23:00  
  송인자님!
 남편과 초등학교 동창. 참 재미있게 사시겠네요.
 좀 잘못하면

야! 너 이러면 못 써!

설마 이러시지는 않겠지요 ㅎ ㅎ
 좋은 인연 끝까지 아름답게 잘 사시리라 믿습니다.
 늦게야 답글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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