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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플루트 연주자 - 피천득(皮千得) -

별헤아림 4 2365
<독서일기>플루트 연주자 - 피천득(皮千得) -
권선옥(sun)

2007년 3월 25일

* '나를 찾아 떠난 여행' ...... .
그 회향을 위해 다시 1박2일 '나를 굳건히 하는 짧은 주말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다이어리에 정성스레 적어 두고 2개월 여 기다린 일정.
어제는 아침부터 만물의 소생을 도우려는 보슬비가 아주 약하게 뿌려집니다. 아시는 분이 굳이 문경 산골까지 태워다 주시는 수고를 하셨습니다.
하늘 가까운 듯 높이 솟은 바위산을 산그림자 진 서향집에서 바라보고, 맑고 찬 산골짜기 물에 손 감그면서 주운 돌 하나. 그 작은 돌 하나에도 천지의 신비가 깃들어 있음을 알고 싶은 앎에의 갈망. 한 톨의 쌀에도 농부의 수고로움이 있음에 감사할 줄 아는 겸손함. 남을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질서 정연함.
그저 부족함만을 가슴에 안은 채, '굳바이 솔로'의 뜨는 별인 탈렌트 이한의 참신한 촌극에 웃음보를 터뜨리기도도 하고 TV에서 보던 느낌보다 훨씬 평범한 '대장금'의 제주도 스승역 김여진의 밝은 웃음을 단체 사진에 담고 돌아오는 길.
김천의 어떤 초등학교에 근무한다는 보건교사가 구미까지 태워 주겠다고 해서 옆자리에 앉았습니다.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길은 늘 쓸쓸하고 외로운 그 무엇에 걸려 입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말수가 없어집니다.
낯선 구미터미널에서 동대구고속터미널까지 50 여분의 시간에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뽑아들고, '다이제 비스킷'을 들고 앉아서 빠른 속도로 먹으면서 이런 나도 이세상에서 한 사람의 '무명 플루트 연주자'가 될 수 있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플루트 연주자
피천득(皮千得)

바통을 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찬란한 존재다. 토스카니니 같은 지휘자 밑에서 플루트를 분다는 것은 또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 그러나 다 지휘자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다 콘서트 마스터가 될 수도 없는 것이다.
오케스트라와 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서는 한 멤버가 된다는 것만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각자의 맡은 바 기능이 전체 효과에 종합적으로 기여된다는 것은 의의 깊은 일이다.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받는다는 것은 마음 든든한 일이다.
자기의 악기가 연주하는 부분이 얼마 아니 된다 하더라도, 그리고 독주하는 부분이 없다 하더라도 그리 서운할 것은 없다. 남의 파트가 연주되는 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도 무음(無音)의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야구 팀의 외야수(外野手)와 같이 무대 뒤에 서 있는 콘트라베이스를 나는 좋아한다.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스켈소’의 악장 속에 있는 트리오 섹션에도, 둔한 콘트라베이스를 쩔쩔매게 하는 빠른 대목이 있다. 나는 이런 유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스 연주자를 부러워한다.
전원 교향곡 제3악장에는 농부의 춤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나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서투른 바순이 제때 나오지 못하고 뒤늦게야 따라나오는 대목이 몇 번 있다. 이 우스운 음절을 연주할 때는 바순 연주자의 기쁨을 나는 안다.
팀파니스트가 되는 것도 좋다. 하이든 교향곡 94번의 서두가 연주되는 동안은 카운터 뒤에 있는 약방 주인같이 서 있다가, 청중이 경악하도록 갑자기 북을 두들기는 순간이 오면 그 얼마나 신이 나겠는가? 자기를 향하여 힘차게 손을 흔드는 지휘자를 쳐다볼 때, 그는 자못 무상(無上)의 환희를 느낄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공책에 줄치는 작은 자로 교향악단을 지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지휘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토스카니니가 아니라도 어떤 존경받는 지휘자 밑에서 무명(無名)의 플루트 연주자가 되고 싶은 때가 가끔 있었다.

▶ 어휘 풀이
바통(baton 프) : 배턴. 지휘봉
오케스트라(orchestra) : 관현악(管絃樂). 관현악단
토스카니니(Artoro Toscanini 1867-1957) : 이탈리아 지휘자
플루트(flute) : 목관악기의 한 가지로서 피리를 닮아 가로로 쥐고서 불며 맑고 깨끗한 음색을 지녔음
콘서트 마스터(concert master) : 관현악단의 제일 바이올린의 수석 연주자. 단원의 대표로서 악단 전체의 지도적 역할을 함
혹평(酷評) : 아주 나쁘게 평하는 것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스켈소(Scherzo)’ : 베토벤의 교향곡 제5번 C단조(작품 번호 67)의 통칭.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짐
트리오 섹션(trio section) : 삼중주(三重奏) 부분
바순(basson) : 저음(低音)의 목관악기. 이중의 혀가 있는 큰 피리로서 낮은 소리를 냄
팀파니스트(timpanist) : 팀파니를 연주하는 사람. 팀파니는 타악기의 한 가지로 구리로 만든 반구형(半球形)의 북임
하이든 교향곡 94번 : 일명 ‘놀람 교향곡’. 1791년 작품으로서 모두 4악장으로 이루어진 고전적 교향곡의 걸작
무상(無上) : 그 위에 더할 수 없음. 가장 좋음

4 Comments
송인자 2007.03.26 17:34  
  와~ 정말 좋았겠어요.
저도 여행 떠나고 싶어요.ㅠ.ㅠ
피천득 선생님은 음악에 대해서도 아주 해박하셨나봅니다.^^
별헤아림 2007.03.26 18:17  
  제가 수정하다 중간에 내용이 섞였었지요?  다시 바로 잡았습니다. ^^*
노을 2007.03.27 13:44  
  '나를 굳건히 하는 짧은 여행'은 어떤 여행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을 참 좋아합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은 실은 하나도 없지요. '별헤아림'님 같은 분이 '무명 플룻연주자'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하셨다니 좀 의외로 느껴집니다. 이미 존재감이 확실한 분이라고 알고 있는데....   
별헤아림 2007.03.28 13:24  
  노을님의 격려 ...혹은 위로 감사합니다.  ..종교에 관계없이 ... 참여할 수 있는 4박 5일의 수행 프로그램엘 간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 씨, 탈렌트 배종옥 씨를 비롯 여의도 KBS 종사자분들이 꾸준히 참석하는가 봅니다. ...검색하면  동아일보에도 나온다고 하더군요. ... 저도 나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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