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떤 분과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그분으로 부터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요. 고등학교 때 만큼은 외국 학생들 보다 우수하지만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면 외국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지는 것이지요.

그 말을 들으면서 저는 갑자기 대학시절의 어느 날이 떠올랐습니다. 시험기간 이던 그 날 새벽 네시 반쯤 도서관에 가보니 도서관은 이미 네줄로 약 200미터 가량 길게 줄이 서 있었습니다. 다섯시가 되어 도서관이 열리자 사람들은 뛰다시피 도서관 열람실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시험기간이 아니더라도 제가 다닌 대학교는 평소에 도서관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미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치열한 삶의 경쟁으로 내몰려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대중가요에 나오는 대학교의 낭만은 찾아보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제가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것이 아닙니다. 지방에 있는 한 대학교를 졸업하였답니다.

그 때가 1989년 제가 대학교 2학년 때의 어느 하루 였습니다.

문득 그 생각을 하고 저는 그분에게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도 대학생들은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영어를 잘 못하다고 자기 스스로를 벌레같은 존재라고 비하하고 있는 대학생들에 대한 기사를 인터넷 신문에서 읽고 마음이 아픔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치열한 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 공부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졸업 후 장래가 보장이 되지 않는 대학생들에게 "한국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 다"는 말은 너무나도 커다란 모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한국대학생들이 공부를 외국학생들에 비해 공부를 하지 않는 다는 것은 이미 언론에서 알려진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최고 명문대학교인 서울대학교가 세계 속에 서는 수위권 내에 들지 못한다는 말, 외국의 일반 대학교에 비해 한국의 대학교는 여러가지 면에서 떨어진다는 말 이러한 말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지나치게 외국의 것을을 높이 보고 우리의 것들을 낮추어 생각하는 사대주의적인 생각에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국문학, 한국학, 국악 등의 몇가지 학문의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문은 서양으로 부터 수입 된 학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것이 아닌 서양의 것을 공부하게 되고 우리의 언어가 아닌 영어로 공부를 하기에 서양 사람들이 벤쯔 승용차를 타고 달릴 때 우리는 티코를 타고 달리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학문을 하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영어를 별도로 공부해 가며 원서를 읽으면서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외국의 학생들에 비해 실력이 떨어진다."하는 평가는 너무 지나친 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는 먹고대학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류의 대학생들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도 분포하고 있겠지요. 대학생들을 많이 대해보면 참으로 대학문화가 낭만적이기 보다는 치열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취업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그마마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더욱 갈 곳이 없기에 오늘도 대학생들은 도서관의 불을 밝히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나라 언론들은 대학생들을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으로 말하는지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언론에 의지하지 말고 한번 대학생들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깨닫게 되겠지요.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헤쳐나가기 위해 오늘도 도서관의 불을 밝히고 있는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오해는 그만 살라졌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국의 대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아리고 아파옵니다. 제가 대학생인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