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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바리톤 4 2443
1955년도 영화이니까 1969년에 태어난 제가 그 영화를 보았을리 만무합니다. 하지만 그 주제가인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였습니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쯤이나 중학교 1학년 때 쯤 그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 같습니다.

폭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미성의 테너 목소리로 사랑의 찬가를 호소하는 듯한 첫 소절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한국어로는 사랑은 아름다워라!)은 저의 마음속에 지워질 수 없는 깊은 인상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철이 없던 시절 그 노래 처럼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을 나도 해보리라 꿈을 꾸었던 것 같습니다. 철이 너무나도 늦게 들었던 저는 대학시절에도 그런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리라. 결심을 했다가 이성을 단 한사람도 사귀어 보지 못하고 쓸쓸하게 대학생활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대학 4학년이 되어서 조차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을 읽고 감명을 받아 이런 사랑 나도 한 번 해보았으면 했었습니다.

스물 일곱살 때 20년 간 짝사랑했던(물론 중간 중간 마음에 두었던 사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만) 교회 장로님의 딸이 스물 일곱의 나이로 결혼을 할 때 제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유치한 그러나 그 때는 아름답다고 생각한 그녀의 결혼식에 장미꽃 한 다발을 놓고 눈물을 지으면 돌아서는 상상을 결국은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아픔을 달랬던 기억이 가끔은 저를 미소짓게 합니다.

대학원 시절 구약성경과 고대근동의 시문학 세미나 시간에 "아가서"와 비슷한 양식의 고대 근동의 시를 읽으면 아직도 자신은 사춘기 소년의 마음이 된다고 하신 노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제가 마냥 철이 없고 유치했던 것 만은 아니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어린 시절 그리고 사춘기 시절 사람은 누구나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겠지요. 이런 말이 기억납니다.

"모든 여성은 백마를 탄 왕자님을 상상하지만 그러나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백마를 탄 왕자님이 아니라 그 말을 끌고 있는 마부이다."

20대 후반 그 글을 읽고 "맞아 맞는 말이야."라고 중얼거리며 무릎을  치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말을 남자들의 입장에서 바꾸어 본다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모든 남자들은 화려한 마차를 타고 오는 공주님을 꿈꾸지만 그러나 눈 앞에 나타나는 것은 공주님이 아니라 공주님의 시중을 들고 있는 하녀이다."

30이 훌쩍 넘어 늦은 결혼을 할 무렵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의 옆에 있는 여인은 공주님이 아니라 공주님의 하녀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뿔싸!

하지만 어쩌겠습니다? 저 또한 왕자님이 아니라 말을 끄는 마부인걸요. 만약 마부인 제가 공주님과 결혼을 했다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 결혼생활로 인해 하루 하루 불화가 끊이지 않겠지요.

어짜피 마부와 하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었으니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도록 최선을 다해 보렵니다.

모정의 Love is many splendored thing.에서 그려진 극적이고 감미로운 사랑뿐만 아니라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에 나오는 낭만적인 사랑도 저희 가정을 통해 꾸며 보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영화 모정의 배경이 된 홍콩의 항구도시에 아내와 함께 다녀오고 싶습니다.
4 Comments
송월당 2007.05.03 01:06  
  바리톤님 저도 그 영화를 너무 감명깊게 보았지요..
그 미남이 왜 학생 시절에 연애 한번 못 해보셨는지 알수 없네요.
스스로 자기 비하를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 하지 못해요.
공주님 하녀,마부 그러지 마세요.공주님,왕자님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주의 종으로 살아가시는 님의 가정에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하시기 바랍니다.
권혁민 2007.05.03 10:12  
  위에 바리톤님의 글과 영화 포스트를 보니 나도 생각나는 영화가 한편 있다.애수 (Waterloo Bridge, 1940) 명화극장에서 이 영화를 어린 가슴에  얼마나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는 지.
노을 2007.05.03 11:28  
  '모정' 한문으로 읽으면 참 격조높은 단어입니다. 사모하는 마음...
그런데 이 스토리는 아름답고 감미로울 뿐 아니라 너무 가슴 아프지요.
여의사 한수인이 연인의 죽음을 전해 듣고 늘 만나던 병원 뒷 산에 혼자 갔을 때
문득 들려오는 소리
" give me your hands" 
돌아다 보면 빈 하늘, 부는 바람 뿐입니다.
그 순간에 우리의 그 몹쓸놈의 한국전쟁이 또다시 얼마나 원망스럽던지요.
아름다운 제니퍼 존스, 멋진 윌리암 홀덴...
모두 우리의 젊은 한 때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었답니다.
바리톤님의 사랑에 대한 새로운 마음, 아름답게 꽃피우기를 빕니다.
아니, 사모님은 로맨스에 어울리는 아주 귀엽고 예쁜 분이던걸요 뭘.
허상을 쫓는 게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 해봅니다. 
이종균 2007.05.03 12:23  
  나는 지금
악보를 읽고 있습니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글씨 하나하나를
오선지 위에 걸어
이토록 많은 가슴들을
뜨겁게 하는

님은
분명 연금술사 이신가요
글씨로도 황홀한 노래를 부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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