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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이야기

가객 6 2176
이주오일생(以酒誤一生)...
술로써 삶을 그르쳤구나...라는 말인데
수주 변영로 시인의 "명정40년(酩酊四十年)"의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내 경우는 명정 20년이 채 못되지만
젊은 날의 삶을 그르쳤다는 것은 수주와 일반이다.
감히 그 분의 풍류에 비할 수가 없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긴 하지만.

30 넘은 늦은 나이에 술을 배워
늦바람이 무섭다고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지
아니면 제대로 길을 찾아 가는지 판단이 잘 서질 않는다.

치기도 젊은 날에나 부릴 수 있는 것이거늘
어울리지도 않는 나이에 주덕송(酒德頌)을 거들먹거리고
깨고 나면 탄식을 할 때도 많은데도
음주는 끝이 없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논어(論語)에도
식사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으나

'술만은 일정량이 없었다. 그러나
난잡에 이르지는 않았다(唯酒無量 不及亂)' 했으니

조심하면 되리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이제라도 철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채근담(菜根譚)에도
'꽃은 반만 핀 것이 좋고 술은 조금 취하도록
마시면 이 가운데 무한한 가취가 있다
(花開半開 酒飮微醉 此中有佳趣'라 했으니
그리 탓할 일도 아닐 것같다.

이 이야기가 이'내 마음의 노래'의 분위기를 해하는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더 아름답게 살릴지 알 수는 없으나

적어도 아름다운 동네라면 술 이야기가
한번쯤은 나오는 것이 제격일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이 무리한 것인지 모르겠다.


6 Comments
음악친구 2002.10.21 09:22  
  제 소원중 하나가 술먹고 취하지 않은거였어요.(지금도)
아니,취함에 상관없이 술을 즐길수 있었으면...

전 술을 마시면 (30분에 맥주 반컵이상) 온몸에 꽃이 피고,잘 안들리고,심히면 안보이기까지~ 그 이상이면 병원에 실려가야 합니다.

그러면 술을 싫어해야 할텐데 불행하게도 술마시는 분위기를 너무 좋아합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것이 안주입니다.
전 남들 술마실때 안주를 먹고 남들 안주 한쪽 먹을때 술을 한모금 마십니다.
ㅎㅎㅎ~

전 술집 중에서도 안주가 아주 푸짐한 곳을 좋아합니다.
술은 어떤 종류건 상관이 없죠~

중요한건 술이 가끔은 인생을 즐겁게 해준다는걸 압니다.
모든지 지나치지만 않으면~

근데, 사람들은 왜 "술 한잔하자!"고 할까요.
술집가서 한잔만 먹는 사람을 못봤는데...
혹시! 그 한잔이 냉면 그릇으로 한잔?

아침부터 가객님 술이야기에 취기가 오릅니다.
ㅎㅎㅎ~

바다 2002.10.21 16:09  
  술을 마실 줄 아는 남자야말로
인생의 맛을 아는 멋진 남자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음이 즐겁거나 괴로울 때 술 한 잔  걸칠 줄 아는
남자가 저는 더 남자답게 보여집니다

변영로 선생이 공처 선생 집에 가서
술을 인사불성이 되도록 마시고 측간을 찾지 못하여
광에다 실례를 하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술의 힘이 아니었으면 후일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운 이야기로 전해지지 않았겠지요?

성당에 다니는 남자들은 미사시간에 신부님이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라고 하시면 술을 좋아하는 남자들은 속으로
"술께서 우리와 함께!"
라고 한다고 해요

술을 잘 마시면 귀족이 되고 잘못 마시면
그 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평화 2002.10.21 19:36  
  술  - 오쇼라즈니쉬의 배꼽에서 -

내가 학생이었을 적에 아주 신심 깊은 교수 한분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당한 술꾼이었다. 나는 학생이었고 그는 교수였지만,
그는 나를 무척 존중했었다.
어쩌다가 내가 그의 집에 묵게 되었다.
그는 상당한 술꾼이었지만 내 앞에서 술 마시는 것을 몹시 꺼려했다.
그는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웠던 것이다. 나는 그를 지켜 보았다.
나는 그가 몹시 안절부절 못하는 것을 보고, 다음 날 그에게 말했다.
"교수님 마음 속에 뭔가가 분명 있습니다.
만일 교수님이 긴장을 풀지않는다면 전 당장 숙소를 옮기겠습니다.
교수님 마음 속에는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교수님은 제가 옆에 있는 게 불편하시죠?
제가 있으니까 곤란하신 거죠? "먼저 말을 꺼냈으니 내 솔직하게  말함세.
난 자네에게 내가 술을 많이 마신다곤 말하지 않았지.
하지만 집에서 자기 전에 꼭 술을 마신단 말이네.
그런데 자네가 내 집에 묵게 된 후론 곤란한 문제가 생긴거야.
자네 앞에서 술을 마시고 싶지는 않거든. 난 술을 마시지 않고는 못 견디는데, 자네 앞에서 술을 마신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군요. 교수님은 술을 마시세요.
전 교수님과 함께 있겠습니다. 제가 술을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는 내 말을 믿을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농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밤 내가 잔에 술을 따르자, 그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난 자네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네".
그가 눈물을 훔치며 말을 계속했다. "그럼 자네,내가 술 마시는 것,
내 행동이나 태도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갖지 않는단 말인가?"
"남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다는 건 지극히 어리석은 일입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합니까? 내가 누구이길래 말입니까?
그건 교수님의 삶입니다. 술을 마시고 싶으시면 마시세요."

남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마음 속 깊은 곳에 '나는 너를 지배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진정한 사람은 아무런 간섭도 하지 않는다. 자유야말로 사람의 본래적 권리이므로...

가객님! 오쇼라즈니쉬의 '술'에 대한 글이 재미있어 적어보았습니다.
우리 모두 진정한 자유인이 되기를 갈망하며...
쌀쌀한 가을밤 포장마차에서 오랜 친구랑 쇠주 한잔 기울이면 행복하겠지요?
건강하세요 *^-^*
미르 2002.10.22 21:44  
  술에 대한 감상보다는 글에 대한 감상이 앞섭니다...
이 정도면 완전한 한편의 잘 빚은 수필이 아니겠습니까...

가끔... 올라오는 이런 글들을 보면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쩌면 이렇게 글도 잘쓸까... 그런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우리의 호프 가객... 존경스러워...

술? 저도 비교적 늦게 술을 입에 댓고... 술의 예찬론을 펴기까지는 더 오랜 세월이 필요했지만..
적당한 음주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는게 틀림없지요...즐겁거나... 또 슬프게 취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세상...그리고 술은 마시다 보면 늡니다...
2002.10.23 13:55  
  가객님
지금 술이라 하셨습니까?
술이란 물이며 불이고 불이며 물인,
음양이 한자리에 들어와 있는 지상 최대의 조화물입니다. 독한 술은 불이 붙고 불인가 하면 물이고.
원리적으로나 체질적으로 약성으로 술이 받는 체질입니다.

저도 자다가도 술이라면 사양 안하는 사람입니다.
체질이 음체질이라서 속을 덥히는 데는 최상이지요.
반주 스티일이랄까. 소화를 돕기위해 한잔하는 타입입니다. 생활화되어있으니까 자주하는 편이죠. 인삼주나 과실주정도로 홀짝홀짝. 고양이 눈물만큼.

그러나 이 자리에서 술 이야기 하기는 좀 쑥스럽네요.
대작을 못하는 사람은 예찬가가 될수 없으니까요.

워낙 몸이 안좋았던 과거 어린 시절이 있었던지라.
어릴 때의 병치레하면 나중 장수한다했던가요? 지금은 건강이 최상이긴하지만요.
밥도 못먹는 시절에 술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지난 번 모임이 있기 바로 하루전 어느분과 -밝힐 수는 없고요-쪽지로 대화를 나누던 중 곡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쪽에서 건강 이유로 한방울도 못마신다는 이야기을 들으며 전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요?

우리는 서로가 모르는 사이들이고 신분과 처지들을 모르는데 잘못 선호하는 것들이 다르면 서로가 불편하겠구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 이야기는 모르겠으나 술자리가 함부로 되어서는 안되겠구나.
회원중 한방울도 못하는 분이 계신한 말입니다
전 미처 생각치도 못한 답변이었지요.

아예 못마시는 것과 건강상 마시지 못하는 것과는 다르니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인데요
기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밤새 마셔도 되지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로의 호 불호를 존중하는 의미로 여백으로 남겨두는 것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흔아홉 마리 양보다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의 심정이 저를 여전히 감동시키고 있답니다.

아름다운 마을에는 당연히 술이 있어야겠지요?
croco 2002.10.28 13:06  
  아침에 깨어보니 우리집이 아닌 났선 곳에서 왠 여자가 내옆에서 자고 있어 기겁을 하였더니, 옆에서 잔 여자도 왠 남자가 허락도 없이 잤냐고 눈을 화등잔만 하게 뜨고 황당해하며 서로모르는 사람끼리 아침을 맞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전날을 가만히 생각해보니 종로에서 독립운동 하는 냥 대모를 하다 전경들에 쫒겨 동숭동쪽으로 달아나 성대쪽 곱창집에서 친구들과 파쇼니, 정의는 사라졌다느니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느니 어줍잖은 논리로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친구들과 막걸리를 먹다 옆좌석에 앉아있는 여자 일행과 의기투합해서 2차, 3차를 대학로 주변에서 하다 취해서 친구 자취방에서 잔 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친구놈도 같이 잤는데 새벽에 물먹으려고 일어났다가 방 구조가 이상하게 생겨 정신차리고 보니 하숙집을 한 층 더 올라와 여학생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자게 됐고, 자세히 보니 몇번 본 여학생의 방이었다는 것입니다.
 나를 깨우기 위해 흔들었는데 소리를 지르기에 그냥 나와서 친구는 자기방에서 한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이했고, 나는 당황했고, 여자는 황당했읍니다.
여학생도 술에 취해 늦게 들어왔는데 자기 친구2명이 자고 있어서 자기도 그냥 꼬꾸라졌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친구들은 안보이고 나만 있다고 울고 불고 날리도 그런 날리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하숙집 주인이 올라와 아무일 없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는 그런일 없도록 할 것이며 향후에 여학생에 무슨일이 있으면 내가 평생 책임지겠다는 향후 문제에 까지 의무를 다하겠다는 반성문을 써 여학생과 하숙집 주인에게 주고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여자는 고등학교의 국어교사로  결혼해서 아들딸 낳고 잘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술을 지금도 먹어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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