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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낙엽

모탕 4 2417
늦은 시간 귀가하는 길에
발 밑에서 서걱이는 낯선 소리를 느꼈습니다.
그건 바로 수줍음이 많은 듯 밤에 져버린 잎새였습니다.
그 잎새 하나 주워들고 켜로 쌓인 어둠 곁에 앉아
"나뭇잎 하나"(손승교 작시, 이호섭 작곡)를 나직이 불러 보았습니다.
못하는 노래지만 해마다 이 맘 때면 불러보던 바로 그 노래...
 
고요히 늦은 가을 해가 저문데
집 잃은 길거리에 나뭇잎 하나
그늘을 빌려주던 고마운 생각
품에 넣어 가만히 안아봅니다
 
이름을 불러볼까 잠이 깨일 듯
어느새 따뜻해진 나뭇잎 하나
푸르고 싱싱하던 그 때의 모습
다시 한번 머리에 그려봅니다
 
손승교 선생은 이처럼 낙엽을 그리움으로 노래하였지만
아폴리네르는 낙엽을 "번져 나가는 눈물"에 비유하였지요.
낙엽이 질 때면
낙엽만큼이나 많은 상념이 마음의 항구로 들어오는 까닭에
낙엽은 상념을 실어오는 배가 아닐까고 여겨보았습니다.
그 상념 안에는 그리움도 눈물도 자리하고 있겠지요.
 
제가 오늘 잠시나마 슬펐던 것은 그것이 발끝에 채인 낙엽이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단풍도 들어보지 못한 채 져버린 낙엽이었기 때문입니다.
찬란한 몸치장도 없이 길을 떠나고자
내려선 그 모습이 어찌나 쓸쓸하던지...
그러나 우리가 이 때문에 오래도록 슬퍼할 까닭이 없는 것은
설혹 꿈을 가슴에 안고서 떠나가는 파란 낙엽이라 하더라도
다시 새싹의 하나가 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임을 아는 때문입니다.
 
"낙엽은 결코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낙엽은 결코 고독하지 않다."
4 Comments
미리내 2002.10.19 05:32  
  안냥하세요^^
모탕님 ㅡ**********
어제 음악회에  다녀오면서 느낀, 그런글을 올려놓으셨군요,,
이~아침에 님에 글을 보고  저는 지금대구에 갑니다,,
파란낙엽을  많이~많이 보고오겠습니다,
그럼 ~~~~~~~저 다녀오지요^^
2002.10.24 14:04  
  공감합니다.

한때는 인생은 짧고 굻게란 구호라도 외치듯
오랜 수명에 대한 성찰이 없었습니다.

 세월의 비를  맞으며
 저도 어느새 단풍같은 장수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군요
 
 어미, 애비보다 일찍 세상을 떠나
 무덤이 아닌 부모 가슴에 묻혀버린 파란 낙엽들.
 누구의 잘못으로-종교적인 표현으로 누구의 죄로- 이 무고한 어린 생명이 죽음 -또는 죽임을 당해야 하나?
 여기에 시사적으로 한가지 더 추가하면 미국에서  어린이 머리에 가해지는 총격사건,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다리 팔이 잘려진 죽어간 처참한 어린이 사진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난자 당한 영아들.
 
 왜 죄없는 무고한 이들이 저렇게 죽어가야 하는가?

 저는 30여년간 이 한가지 의문에 막혀 밤을 낮으로 삼아 골몰하고 딴에는 해답을 풀어보려 몸부림쳤었습니다.
 
 물론 해답을 얻었지요. 광명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둠을 털고 일어섰습니다.
 
 모탕님의 표현처럼 다시 새싹이 되어 돌아올 것을 아는 이유 때문에
 슬퍼하지 않습니다.

 오색의 단풍처럼 자연의 수명을 다하며 인생의 최후를 맞기가,
 그 하늘의 명(건강)을 다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우리의 삶의 과제인것을
 우리는 모릅니다.

 그럭저럭 살만큼 살다 가겠다는 삶의 냉소보다는
 
 자연의 수명을 다할수 있는 아름다운 잎으로
 건강한 그릇으로
 이 몸을
 우주의 일부를
 너무나 소중히 지켜가야 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모탕 2002.11.02 19:12  
  답글이 늦어 어쩜 보시는 분도 계시지 않을 듯하지만
그래도 몇 줄의 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리내님은 파란낙엽을 많이 보고 잘 오셨는지요?
저는 요새 거의 매일 파란낙엽을 밟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별님의 글은 그야말로 별빛처럼 제 가슴에 내려 감동으로 쌓였습니다.
제 속을 꿰뚫어보신 듯해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놀랬더랬습니다.

저는 가슴에 묻어둔 자식이 하나 있습니다.
태어나서 겨우 한나절 울다가 애비 얼굴도 한번 보지 못하고
이름도, 그 어떤 흔적도 세상에 남기지 못하고
저 먼 나라로 가버린 자식이 살아있다면
어제는 우리 집이 요란스러웠을 하루가 되었을 것입니다.
애비가 되어 무어 하나 해주지 못하고
치졸한 언어로 시 한 수 지은 것이 고작일 뿐인 이 애비를
저 먼 나라에 있을 제 자식은 어떻게 생각할런지...
집사람 외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했던 제 치졸한 언어를 여기에 붙여둡니다.

失兒

才經半日身遷化
喜却爲悲欲斷腸
幼女不知同氣事
室中遊戱輒求糖


아이를 잃고

겨우 한나절 살고는 저 세상으로 가버렸음에
환희가 되려 슬픔 되어 애간장 끊어지려는 듯
어린 딸은 제 同氣의 일 알지 못하고
방안에서 놀다가 번번이 사탕을 찾누나
미리내 2002.11.02 19:45  
  모탕님^^
가슴이 져미도록 아픔이 계셨군요,,
사람은 저마다 타고나는 ㅡㅡ 뭔가가 있답니다,,
아마도,,
연이 아니되였다고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세요~~ 누구나가 다 아픔을겪는것은
사실이 아닌지요,,

큰~~슬픔이 있으면 작은 슬픔도 있답니다,,
한번은 이별이란것은  ㅡㅡㅡㅡㅡㅡㅡㅡ하기 마련인것입니다,

모탕님,,
너무 가슴아파하지마세요,,
좋은 마음으로 여기고 즐거운 마음으로 지내세요,그것이 현재..
우리에 위치랍니다,

사람들은  말을 안할뿐이지,,속을 덜어가버면,,똑같은 삶이랍니다,,
건강하시고 ,,
추워오는 날씨에 감기조심하십시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