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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片片短想] ㅡ 아침산보 길섶의 나무이름표

鄭宇東 4 2520
방귀 뀌어 뽕나무,  구리구나 똥나무
타향살이에 벚나무, 달나라에 계수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새로 지은 옷나무
깔고앉아 구기자나무, 목에 걸려 가시나무
대낮에도 밤나무,  불 밝혀라 등나무
너 잘나 너도밤나무,  내 잘나 나도밤나무
칼에 베어 피나무,  곧 죽어도 살구나무
달고 달아 꿀나무,  입 맞췄다 쪽나무 
절에 가서 기구나무, 하느님께 비자나무

이 민요는 예전에 우리선인들이 불러 온 나무노래의 한 구절인데
그 언어를 농하는 유희가 참으로 능란하고 위트가 있고 해학적입니다.
달디 단 꿀(맛 같은)나무로 입을 쪽 맞추어 내는 재치와 능청이 넘치고
칼로 베어 피가 나도 살아남는 용기와 슬기가 삶의 여기 저기에서 약동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산으로 오르는 길에는
아까시나무 팥배나무 국수나무 백일홍나무 밤나무 생강나무 진달래와 철쭉이
즐비하여 철따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잎은 무성하고 싱그럽다가 가을에는 마침내
쓸쓸한 단풍으로 노랗게 조락하고 맙니다. 이 잎들은 땅위에 떨어져서 거름이 되어
이듬해의 새싹으로 자라는 자양분이 되니 자연의 조화가 오묘하기만 합니다.

지금은 봄의 첫 머리에서 피던 개나리와 생강나무 동박꽃 목련 진달래 철쭉도 지고
황매의 짙노란꽃이 눈에 선명하고 밤나무들이 잎을 피워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꽃이 피면 男(丁)香때문에 젊은 아낙네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그런
좋은 계절이 눈앞에 닥아 와 있습니다.
밤나무에는 먹는것이 부족했던 수렵채취 시절에는 구황식물이고 양식이 되었기에
다람쥐와 소유를 서로 다투며 밥나무라 하다가 농경생활로 양식사정이 좋아지면서
이름이 밤나무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정은 진달래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보리고개때에 맞추어서 꽃이 피는 진달래는 허기진 아이들에게 아무 탈없이 머구리
가 되는 꽃이기 때문에 "참꽃"이라고 하는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반면에
비슷한 모양이지만 개화시기가 잎 없이 꽃부터 먼저 피는 진달래보다 조금 늦게 잎이
나고나서 꽃이 피는 철쭉은 독이 있으므로 먹을수 없어서 "개꽃"이고 또 진달래보다
핀 꽃빛깔이 연(軟)하고 진달래에 이어서 연달아(連) 피기에 연달래라고도 합니다.
깊은 산속에서 머루랑 다래랑 먹고 사는 사슴도 독없는 참꽃만 골라 먹는데 미련한
인간은 개꽃을 먹고 혼쭐이 나는 중독사고도 종종 있습니다만
길가에 지천으로 있는 국수나무는 배가 고플때는 잘라서 먹어도 될만큼 국수발처럼
가지가 가늘고 긴것이 이 나무에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집 뒷산에서 서오릉까지 길게 누워있는 와산에 오르는 길섶에는
잡지 신문 방송등의 계몽성 기사에서 여러차례 들은대로 우리가 흔히 잘못 쓰는
아카시아나무로 부르고 있는 가시나무는 아카시나무가 바른 이름인데 새로 정비된
이름표에는 바르게 고쳐 적었고 Robinia pseudoacacia 학명까지 부기되어 있습니다.
아카시와 아카시아는 가시의 유무로 구별하는데 가시없는 아카시가 혼동되는 이유
는 유사 또는 의사 아카시아란 이 학명때문에 빚어진 사고로 여겨집니다.
설사 이렇게 이름이 바로 잡아졌지만 문제의 해결에 이은 또 하나의 다른 문제의
제기는 동요 <과수원길>과 <아카시아꽃>에 나오는 아카시아는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를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 묻고 싶은 것입니다.

이렇게 고쳐졌기도 하지만 또 한곳에 이르니 이런 잘못도 그대로 눈에 띄었습니다.
(木本) 백일홍의 이름은 배롱나무라고 하는데 이름표를 배룡나무로 적었습니다.
백일홍을 여러번 속히 거듭하다 보면 배기롱이었다가 "배롱"으로 들리는데서 생겨난
이름이기 때문에 저렇게 "배룡"이라는 이름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4 Comments
바 위 2009.05.19 06:25  
이런 글인심
필요한 지절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이규택 2009.05.19 10:52  
우리 정우동님이 언제 식물학을 전공하셨댔나 봅니다. 
 해박한 설명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나무 이름 민요는 누가 동요로 곡을 붙여 주신다면  애들 부르기에 아주 재미있을 상 싶네요.
감사합니다.
열무꽃 2009.05.19 15:36  
가자가자 갓나무
오자오자 옻나무
가다보니 가닥나무
오자마자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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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우/나무노래)
고진숙 2009.06.02 00:52  
열무꽃님처럼
쉬운 것 많이 찾아 냅시다.
정우동님은
어려운 것 찾아 연구하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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