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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차성우 3 1309
아들놈이 자라,
어른처럼 자라서
내 등을 빡빡 문지르며 때를 민다.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라고
마음속으로 빌었을 것이다.

내 나이 아직, 다섯 살적에
돈이라는 놈이 귀한 때
삼십 원인가 하는 목욕 값이 힘들어
추석, 설이 다가오는 즈음에
아주 귀한 날을 잡아
어머니는 나를 읍내 하나뿐인
목욕탕에 대리고 가셨다.

순번표를 사서 오랜 동안 기다렸다가
목욕탕으로 들어온 할머니 아주머니들께서
금남(禁男)의 곳에,
엄마 빽으로 감히 들어온 빨가벗은 사내 녀석을
‘고놈 고추 참 실하게 생겼다.’
이렇게 맞아주시었다.

시장바닥처럼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앉은 목욕탕 물은
때들이 둥둥 떠 다녀, 이따금씩 뜰채로 때를 건져 올려가며
때를 때물로 씻을 때, 세상은 따뜻하고 포근하였다.

어머니는 어린 살갗이 발개지도록 박박 문지르시며,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라고, 하나님께 비셨을 것이다.

내가 자라 아비가 되고.
풀잎 같이 여린 아들이 자라
세상살이를 이어갈 때,
나를 떠나 제 혼자 살아갈 때,
남몰래 묻어드는 때를 밀어내며 살라고,
가슴에 끼어들어 힘들고 지치게 하는 세상 때를 씻으며,
깨끗하게 살라고 빌며,
애타게 빌며
어린 살갗을 빡빡 문질렀다.
3 Comments
열무꽃 2012.11.28 09:53  
등짝의 때뭉치는 둥실둥실
떠내려 보낼 수 있으나

마음 속의 때궁물은
우째 잘 씻기질 않는구료.

(추운 아침 차시인의 얘기 잘 들었심더.)
해야로비 2013.02.15 17:39  
남몰래 묻어드는 때
알면서 묻힌 때.....
그렇게 밀어내면 씻겨지면 좋으련만....
Samuel 2013.05.04 23:50  
나이가 먹고 자식을 낳아 기르니
생전의 아버지 마음도 알겠고
날이 갈 수록 이버지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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