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음악을 음악이라 부르지 못하고(음악 칼럼)

임수철 3 1486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교과서에「집 떠나는 홍길동」이라는 단원이 있었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칠 정도로 홍길동의 총명함이 뛰어났다.
  그러나 서자 출신이라서 호부호형(呼父呼兄)하는 것도 함부로 못하고 결국은 집을 떠나게 된다는 줄거리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국악이 딱 그런 것 같다. 음악 혈통은 엄연히 한국인데, 어찌된 셈인지 서자 취급을 받고 있다.
  반면에, 서양음악인 클래식음악은 온갖 과분한 적자 대우를 받고 있다.
  홍길동이 자기 생부를 아버지라고 부르면 꾸짖음을 받았듯이, 국악도 그러하다.
  그냥 ‘음악’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국악’이라고 부르든지, 아니면 ‘한국 전통음악’이라고 불러야 한다.
  그냥 음악이라고 하면, 서양(클래식)음악을 뜻하는 것이 된다.
  그래서 나 또한 서양음악 전공자이다 보니, 주위에서 나를 ‘음악인’이라고 부르지, ‘국악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서양 식민지도 아닌 자주독립국가 대한민국 땅에서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명칭적 차별뿐만 아니다. 국악인들은 보수와 사회적 신분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정명훈 지휘자가 서울시향에 있을 때, 연봉이 대략 20 억 정도였다.
  그런데 같은 서울시 산하 연주단체인 서울시립국악관현단 지휘자 연봉은 5천50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인가?
 
  정명훈 마니아들은 이렇게 반박한다. 클래식음악과 국악이 같은 수준의 음악이냐고?
  그러면 영어교사가 국어보다 어려운 외국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국어교사보다 월급을 몇 배 더 주는 것도 이치적으로 맞는 것인지?
  물론, 클래식음악의 우수성은 인정한다. 그리고 클래식음악이 언어로 말하면 마치 표준어 같은 개념의 음악으로 통용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이후부터 탈(脫)서양중심의 음악학이라고 할 수 있는「종족음악학」이라는 학문이 대두되면서,
  이제는 클래식의 본고장 서양에서조차 음악학자들은 모든 나라의 음악을 대등한 관점에서 보고 있다.
 
  최근에는 국악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음악교과서에 국악비중이 무척 높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음악환경은 여전히 서양음악 중심이다. 음악교사들부터가 거의 서양음악 전공자들이다. 
  내가 음악교사로 근무할 때, 강원도내 공립학교 음악교사들 중 국악전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국악특별활동반이 있던 사립학교 강릉 강일여고와 영월 석정여고에만 국악전공 음악교사가 1명씩 있었다.
  그래서 도(道)교육청 주최 예능실기 대회 국악 부문 심사위원을 맡을 음악교사가 없어서 고민이었다.
  비전공자인 내가 다년간, 부득이 심사를 하였었다. 그나마 내가 국악을 조금 안다고….
  그 때 나에게 심사를 받았던 국악 꿈나무들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국어교사와 영어교사가 있듯이, 음악교사도 국악교사와 양악교사로 전문화되어야 한다.
  음악은 ‘실기’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어학보다 전공의 의미가 더욱 크다.
  자국(自國)의 음악보다 서양음악을 먼저 가르치고, 또 중요시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한다.
  같은 아시아 나라이지만, 중국·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등 그 어떤 나라도 우리나라처럼 서양음악 중심으로 음악교육을 하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서양음악이 거의 발도 못 붙이고 있다고 한다. 클래식음악 알기를 우습게 아는 나라가 바로 인도라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내마노 회원분들이라도 이런 음악 상황을 알고, 자녀들의 음악교육에 참고 하셨으면 한다.
3 Comments
바다박원자 2016.01.14 21:26  
공감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에 근무했었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어느 날부터 음악교과서에 국악의 비중이 많이 높아지고 있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오랜 경력을 가진 교사들이 재학 중에 국악에 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여 곤란을 겪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좀 더 잘 가르치기 위해 특별히 개인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했고 학교에서는 국악전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고
교육청에서 국악전공 졸업자에게 위탁하여 몇 시간 정도 지도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젊은층의 교사들은 교과서에 실린 국악정도는 잘 가르치더군요.

 저 개인적으로는 국악에 대해 깊은 공부도 못해서인지  어렵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막 태어났을 때부터 국악 속에서 살았다면 상황은 달라졌겠지요.
지금도 저는 국악이 어쩐지 낯선 것은 사실입니다.

사설학원을 보더라도 대도시에서는 서양음악학원은 적어도 200m 정도 안에서 찾아 볼 수 있지만
국악학원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잠깐의 교육을 받고 그것을 좋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국민이 우리 민족의 혼이 가득 담긴 국악을 좋아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고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우리의 국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날이 오기를 빌어봅니다.
임수철 2016.01.15 10:30  
먼저, 선생님의 좋은 의견에 감사드립니다.
음악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절대음감은 최소한 7세 이전에 학습을 해야 터득이 되며,
음악취향은 20세 전후까지 체험하고, 학습된 음악문화 환경에 의해서 거의 결정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뻔합니다.
아이들이 국악에 큰 흥미를 못느끼는 것은 우리 음악 환경이 전혀 국악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음악교육자 생활을 25년간 했던 저만 하더라도, 어려서 국악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추석이나 설, 또는 정월대보름 때 동네 아마추어 풍물패들의 농악 종류의 음악을 들은 게 고작입니다.

저는 진해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만 8년을 사는 동안 주로 들었던 음악이 해군, 해병대 군악대 연주였습니다.
그런 음악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저는 교직생활 25년 동안 관악합주부 지도교사로 21년이나 활동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 대학원에서 관악전공이 아닌 작곡전공을 했지만,
트럼펫, 트럼본, 유포늄 등 웬만한 나팔 종류의 악기들은 다 다룰 줄 압니다.
이처럼, 음악 환경의 영향은 큰 것입니다.
따라서 학교 음악교육도 중요하지만, 생활 속의 음악환경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헝가리 같은 나라에서는 아이들에게 10 년 동안은 자기네 나라 민요만 들려주는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음악인들이 브라만 계급에 속했기 때문에
그 만큼 인도음악은 수준도 높아서 클래식음악을 우습게 알 정도라고 합니다.

그래도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웬만한 국악곡들은 다 접할 수가 있어서
아이들 국악교육이 많이 편리해졌습니다.
전에는 음반이나 테이프 구하기도 그리 쉽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클래식음악을 배척하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클래식음악도 소중한 인류문화의 유산입니다.
다만, 그 클래식음악의 지나친 독식으로 인해서
여러 나라의 다양한 음악문화가 파괴되고, 획일화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류 전체로 봐서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鄭宇東 2016.01.15 16:50  
우리나라에서 서양악기가 맨처음 들어 온 곳은 통영이라합니다.
수군의 통제영이 있던 곳이니까 문무백관이 드나들고
병사들의 사기를 돋구고자 군악대가 흥성하여 예향이라 하였습니다.

전통국악을 알아보려고
라디오의 "동창이 밝았느냐" 시간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조창의 마지막 부분을 생략하는 이유를 알아보려는 생각에서 쓴
글이 있어서 바른 교시를 받고 싶어 줄을 바꾸어 게시판에 올립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