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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애 가객 두분께 죄송

4 2069
아래 글을 쓰고 일월이란 시를 추가로 달다가 그만 제 실수로 삭제를 누르고 말았네요.
아. 이럴수가. 
 댓글을 달아주신 두분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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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분의 글 잘 있었습니다. 늘 뵈도 반갑고 바쁜 시간에 고맙습니다.

원래 사진도 넣고 음악을 깔아보려고도 했습니다만 자칫 잘못하면 시의 훼손이 우려되서요.
그래, 활자만 키웠는데 익숙하지 않는 활자를 고의적으로 고르다보니 모양이 좀 그렇습니다. 다음번엔 더 읽기 좋은 것을 골라보죠.

타고르나 청마 모두 생명의 예찬가라 할수 있겠지요.

박금애님의
"죽음 앞에서 생명의 가득찬 잔을 손님앞에 내어드리는",

가객님의
님으로, 뭍으로 표현되는 거대한 절대적 대상 앞에 작고 유한한 파도의 존재야말로
날 어쩌란 말이냐고 설의법으로 물을 수 밖에 없는 절망, 안타까움.....

남녀의 사랑을 이처럼 생명의 절대적 경지로 끌고 가신 글솜씨도 그러려니와
특히 청마 선생의 올곧은 정신적 지조 때문에 가객님의 젊은시절의 우상이 되셨을 겁니다.
아직도 소녀적 타고르의 설레임을 간직하시는 박금애님. 보배스런 설레임이  가을바다보다 그게 더 전 부러운데요

항시 고마운 두 분께 제가 애송하는 청마의 일월(日月) 띄워드릴께요.
여기 일월이라 함은 영원한 광명의 세계정도가 되겠지요?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 쏘냐.             

머언 미개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 그는 치욕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憎惡)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즘생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쏘냐
4 Comments
가객 2002.10.08 18:03  
  <    생명의 서 : 유치환    >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 같이 작렬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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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도 청마를 참 좋아하시는군요.
하기야 우리 세대중에 청마를 좋아하지 않는 분은 별로 없겠지요.

연서를 쓰면서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읽어보지 않은 분도 안계실 것이고요.

위의 시 '생명의서'는 제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사막에서
근무했던 80년대 중반에 아주 좋아 했던 시입니다.

자신에 대한 독한 회의와 생명에 대한 강한 열망을 동시에 그린
시로서 지금도 제 가슴 속에서 살아 숨쉬는 시입니다.
2002.10.08 22:46  
  청마를 빼닮은 시하나를 꼽으라하면 아마 십중팔구는 가객님이 사우디에서
노래한 <생명의 書>일겁니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요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란 노래가 있던데 이런 시는 정말 아무 쓰는 게 아니지요.
시인중의 시인, 남자 중의 남자. 청마가 간 이후 시단에 남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기분좋으니까 우리끼리 한수 더 나눕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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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깍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非情)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가객 2002.10.09 01:19  
  <    행    복    >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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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
청마의 시를 들 때 어찌 이 < 행복 >을 빼놓을 수 있겠습니까!
靑馬의 丁香 (이영도 시조시인)에 대한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아름다움 그 자체가 아닌가요!
평화 2002.10.10 22:33  
  제가 고등학교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책을 읽고서 유치환님과 이영도님의 사랑을 통해 나도 요담에 꼭 이런 사랑하나쯤 가슴속깊이 간직하리라 간절한 그리움 품고 살았더랬습니다.
아름다운 별님과 가객님 오랜만에 그리웠던 추억속에 시를 읽게해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미소를 머금고 돌아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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