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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의 가을빛

모탕 2 1817
오늘은 근인(近人)의 한시(漢詩) 한 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독교인으로 평택에서 한의원을 경영하시다가 10 수년 전에 세상을 떠나신
경신(景信) 이충헌(李忠憲) 선생의 <고궁의 가을빛>이란 시인데
제가 번역하였던 그 분의 시 300여 수 가운데
지금처럼 가을비 추적이는 이 깊은 밤에
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이 시를 고르게 되었던 것은
가을비, 그것도 밤비란 으레 쓸쓸함을 더하기 마련인 때문이겠지요.
이 비 그치고 나면 어디 가까운 들녘이라도 찾아
비추(悲秋)의 상념을 낙엽인 듯 갈피갈피 떨구어 볼 생각입니다.
다들 좋은 계절 아름답게 보내시길...


고궁의 가을빛

잎새 하나 가지에서 떨어져 천하엔 가을이 들고
제왕의 옛 일 더없이 깊어만 가는 사념의 머리맡 ―
남산의 나무에 단청이 짙어갈 때
한강 모래톱은 희디흰 빛이 길고도 길구나
침침한 전각은 볼수록 한이 묻어나고
물상마다 시름 어리는 적막한 도성 안,
가을 벌레도 고궁(古宮)의 주인 없음을 서러이 울거늘
우뚝한 섬돌이며 님이 드나드시던 그 문은 뉘 있어 거두리


古宮秋色

一葉落枝天下秋
帝王古事最深頭
丹靑鬱鬱南山樹
浩白長長漢水洲
沈陰殿閣看看恨
寂寞城中物物愁
蟲聲즐즐無宮主
高陛龍門孰有收

* 즐 : 口+卽
2 Comments
평화 2002.10.03 10:08  
  인생의 덧없음이 느껴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덧없다함은 내일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라고...
올 한해 깊어가는 가을에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만드시기를 바랍니다.
시 고마운 마음으로 잘 감상하였습니다.
모탕 2002.10.05 03:53  
  너저분한 일상으로 며칠간 바빠 들어와보지도 못했더랬는데
평화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우울하게 해드릴 의도는 전혀 없었더랬는데...
미안함을 느끼며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가을은 점점 깊어가건만 묵은 계절의 일에 발목잡혀
추억이나 제대로 만들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여유가 결코 시간의 잉여가 아님에도 늘 시간탓으로만 돌려온 낡은 버릇을
올 가을에는 꼭 고쳐볼 요량입니다.
님도 아름다운 추억 많이 만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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