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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낙서

barokaki 2 853
비오는 날의 낙서



오랫만에 아무 일이 없는 주말을 맞았다.
직장에 있는 사람들과 설악산에 가기로 했었지만
비(산엔 눈)가 온다기에 일정을 취소하고
창가에 번듯이 누워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렇게 좋을 수가 또, 더 없다.
왼쪽으로 두 번 굴러보고 오른쪽으로도 굴러보고
그러다 소주 생각에 한 잔 뜽금 없이 쭉 마셔보기도 하고
......

누구한테 전화를 걸어볼까..
아니면 멸치국물에 국수를 먹어볼까..

 

얼마전 집사람이,
"우리 소주를 박스로 들여놓자"
" ? "
무어? 박스?
"어차피 마실건데 쪼잔하게 병으로 하지 말고 박스로..응? 박스..
매일 한뱡씩 쭉--쭉-- 들이키자고...응?"
" .......나  참..."
집사람을 술을 못 마신다. 한 두 잔이면 더 이상 마시지 못한다
그걸 잘 아는 나이기에
" 뭔 생각으로 박스고?  박스가?  잡아묵을라카나? "
" 잡아 묵긴? 역시 술은 소주가 최고지!!  산사춘 백세주 다 먹어 봤다 구.
허나 빨간 뚜껑이 젤로 깔끔했다 이거여!! "
.......  .....
그 후... 난 소주를 됫병으로 바꾸었다.

 

오전에 교향곡 4곡을 들었다. 뒹굴면서리...
굳이 곡명을 말해보자면
차이코프스키 4번 5번, 쇼스타코비치 6번 9번, 차이코프스키는 카랴얀 연주, 쇼스타코비치
는 마리스 얀손스 연주. 지금 4명의 이름이 나왔다. 이중 3명이 러시안이고
한명은 오스트리아인이다.
지난 2월에, 학교에 휴가원을 냈었다. 휴일 제외하고 2주일 정도. 약 20일 가량.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할 작정이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기차를 타고 바이칼호를 거쳐
모스크바, 파리까지. 파리에 당도하면 바로 서울로...
그러나,
직장은 불허했고, 난 가지 못했다.
약 두 달전 나보고 호주를 다녀오라길래(순전히 여행 차),
" 전 못 갑니다. 가지 않겠습니다."
" 아니 왜요 ?"
뜻밖인 듯 했다.
" 지난번  제가 낸 휴가원이 결재가 안된 것이 20일이라는 장기간의 휴가일수 때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개인이 필요해서 요청한 장기간의 휴가는 허락이 안되고, 학교가 결정한 휴가는 허용된다는 것입니까? 받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시지요. "
흠. 흠 .

*********

모처럼 이틀을 집에서 뒹굴었습니다.
됫병을 두개나 비우면서...
제 집 아파트에서 보면 불암산,수락산 도봉산 북한산 보인답니다.
비록 작은 창이지만 그리로 흘러가는 구름들을 바라보며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부침도 부쳐먹고..음악도 크게 듣고..
아 참. 지난주엔 마이스키 연주회에도 다녀 왔답니다.
슈만 협주곡...
꼭  중세의 어느 작은 성에 들어와 있는 듯한 연주를 들려 주더군요.
앵콜곡으로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 3번중 사라방드와 부레를 연주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좋을 정도..
다음연주는 룩셈부르크 필의 베를리로즈 환상교향곡 ..
타악기군이 인상적이었어요. 기립박수에..
저도 정신없이 박수를...
...
2 Comments
정우동 2003.11.11 01:19  
  barokaki 님은 참 한량이십니다. 비타령 소주타령으로 시작 하시더니 살짝 마누라님 자랑도 하시고 (혹시나 했는데) 역시 무거운 교향곡타령으로 끝내시는군요.
barokaki 2003.11.11 10:04  
  지난달 상트 페트르부르크 필의 연주를 보고 부터는 차이코프스키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한량이라니요. 과분합니다. 그저 비와 술이 좋아서요. 有酒當飮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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