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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고, 오랜만에 들렀더니

모탕 6 2115
운영자님께서 우리집(한시공방)을 무단으로(?) 수색하여 딱지를 붙여놓으셨네요.(링크)
저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지만 어째 못 보일 곳을 보여드리는 듯해 쑥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까지 줄기차게(?) 건설중인 관계로 먼지만 날리는 곳이기는 합니다만
가끔 찾아주시면 오래오래 기억하도록 하겠습니다.
공방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아무래도 10월은 되어야 할 듯하여
그 때가 되면 낙성식을 사이버상에서나마 거행할 것임을 약속드리며
오늘은 이 가을에 감상함직한 시 한 수 소개드리고 물러가도록 하지요.
모두들 좋은 가을 맞으시길...



달 쳐다보며 님 그리고

                        당(唐) 장구령(張九齡)


바다위로
밝은 달 돋는 이 때
그이도 멀리서
저 달 보리라

고운 님
긴긴 밤 원망하며
이 밤 다하도록
그리움의 정 불러일으키리

촛불을 꺼야지
가득한 달빛이 아까우니
옷 걸치고 뜰에 서면
밤이슬은 촉촉이 젖어드는데

저 달빛 손에 가득
담아드릴 수 없어
꿈에서나 뵈올까
자리로 돌아오다


望月懷遠(망월회원)

海上生明月(해상생명월)
天涯共此時(천애공차시)
情人怨遙夜(정인원요야)
竟夕起相思(경석기상사)
滅燭憐光滿(멸촉련광만)
披衣覺露滋(피의각로자)
不堪盈手贈(불감영수증)
還寢夢佳期(환침몽가기)
6 Comments
미리내 2002.09.16 08:50  
  안녕하세요^^
오래만에 오셨군요ㅡ~ 저도 모탕님 홈에 나들이을 갈려고 합니다,,
빨리 낙성식을 하세요^^
하이타이라도  ^^ㅎㅎㅎ..
택배로 보내드리겟습니다,,,
사무치도록 애달픔인것 같습니다,,
평화 2002.09.16 10:33  
  안녕하세요.
시 너무 잘 읽고 두고 읽어보려고 수첩에 베껴 두었습니다.
친구가 중문학과엘 다녀서 가끔 한시를 접하는데 좋은시가 많더라구요.
앞으로도 좋은시 더러더러 올려주시면 호사를 누리겠습니다.
가을날 늘 아름답고 충만하게 보내시기를....
민주민정민영 2002.09.16 13:00  
  한시가 멋스럽다는 사실은 익히 알았으나
이렇게 가까이서 뵐줄이야 어찌'.....
가끔씩
짧으나 뜻깊은 한시 한수 올려 주세요
스님들의 한시는 또 어떤가요

 
솔바람 2002.09.16 23:06  
  운영자님,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이안삼 작곡가님이 얼마전 보내준 CD중에 송문헌 시 ,김성은 작곡의 '봄밤' 이란 곡이 있을겁니다. 한번 들어보시고 올려주셨음 해서요. 그 시는 제가 아끼는 시 이기도 하지만 신예 작곡가가 쓰셨는데도 곡이  참 좋아서요. 참조 바람니다. 아래에 제 졸시 한 편 올립니다. 혹여 작곡가님께서 보시고 곡을 붙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면 연락 바랍니다. 제 홈피는 예술 가곡편 중 '겨울 들국화' 메모란에 주소가 있습니다.


그날 밤

송뭄헌

덜컹대는 창문에 성에 하얗게 서리는 밤
바람도 없는 빈방 촛불이 어둠을 흔들고
난 홀로 찻잔에 이는 허공의 파문을 보네
떠나는 것은 그대를 잊지 않기 위함이요
한마디 아무런 말 도 하지 못 함은 또한
먼 훗날까지 더욱 그리워하기 위해서라네

그 밤 차가운 벽에 얼싸 안은 그림자 둘이
얼크러지자 무심히 마주한 시선 부끄러워
애써 찻잔을 들어 빙긋이 웃던 그가 말없이
타박타박 외진 골목 들썩이며 걸어간 길에
어스름 달빛이 장승처럼 내려와 서서 적막을
한동안 뒤돌아보던 그를 쓸쓸히 전송하였네.

 
 
모탕 2002.09.17 02:53  
  어설픈 글과 어설픈 역시에도 정성껏 답글을 달아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소개드린 시는 당나라가 한창 번영을 구가하고 있을 무렵에 재상까지 지냈던 노시인이 쓴 것인데
그 감각이며 정서가 동시대 젊은이는 물론 천년을 격한 이 시대 젊은이들의 그것과 비교하더라도
전혀 손색이 없는 시가 아닐까 합니다.
제가 이 시를 처음으로 접했을 무렵은 음, 언젠지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오란씨(음료수 이름) 광고의 카피가 이미 널리 세간에 퍼진 뒤였습니다.
"하늘에서 별을 따다 두 손에다 가득 담아..."로 시작되는 그 카피, 다들 기억나시죠?
참 운치있는 카피라 생각하던 차에
이보다 1천년 이전에 이미 그토록 감각적인 표현이,
그것도 아주 유사한 표현이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저는 짜릿한 전율을 느꼈습니다.
아, 그 때 그 짜릿함이란!
음악이 그러하듯 시 역시 양(洋)의 동서(東西), 시(時)의 고금(古今)을 나누는 것 자체가
어쩜 무의미할 수 있다고 느낀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제겐.

시가 좋아 시를 전공하고 그 시가 이제는 삶의 방편이 되어버렸음에도
솔직히 저는 아직 시를 잘 모릅니다.
그저 있기에 읽고, 읽으니 좋다는 것만 알뿐...
시를 밥으로 삼다 보니 때로 허기를 느끼기도 하지만
시는 아무리 먹어도 체하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합니다.
제 집사람은 내가 미워 시도 싫어하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스님들의 한시(대개 선시라고 합니다)는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좀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시가 많으니 시집을 사서 읽어보시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듯...

틈나는 대로 제가 좋아하는 한시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기대는 마십시오, 제가 워낙 허접한 사람인지라...

미리내님! 저는 하이타이보다는 하이트를 좋아합니다.
(참고는 않으셔도 됩니다^^)

솔바람님께서 올리신 글은 아무래도 잘못 올려진 것인 듯.
운영자님께서 알아서 잘 처리하겠지요.
솔바람님의 시가 곡에 얹혀지기를 저 역시 기대해보겠습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가을 빚어가시길...
2002.09.17 14:03  
  참 오랜만에 외길의 '선뷔'를 뵈온 것같아  뿌뜻합니다.

  짜릿한 전율은 각자 다르지만
  이르게 하는 종착점는 같으리라 봅니다.
  물이 한곳에 고이는 암반 지하수처럼 말입니다.

  정형화된 율격 속에서 -유한성의 한계-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얻는다는 자체가 가슴 떨리는 일입니다.
  한시가 무절제한 자유시를 구가하면서도 표현의 미궁에 빠진  현대 사회에 새 빛을 비추게 되었으면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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