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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로눈병을 앓다보니...

가객 8 2197
제발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던 아폴로눈병이 내게도 찾아와
내 눈이 완전히 토끼눈이 되어버려 사람들 보기가 민망하고
손님이 찾아와도 여느 때와는 달리 반갑지가 않다.

구름만 가득 끼어 을씨년스러운 하늘이 답답하기도 하여
마음만으로라도 푸른 하늘을 찾으려고 고운 피아노선률에
내 가슴을 맡겨 보지만 눈이 시큰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놈의 아폴로 아폴로..." 하다 보니, 아폴로가 원망스럽다.
아폴로는 우리들에게 아름다운 신화와 전설의 세계였던
그리이스 로마신화에서 "詩와 音樂...의 神"인데 이 게 뭐야?
하다 보니 어렸을 적의 아폴로 생각까지 난다.

고향에서 다니던 중학교 1학년 때인 69년엔가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다며 그 착륙 순간에
온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암스트롱, 올드린과 콜린즈는 얼마나 행복할까....
고향읍내 중학교에서도 온통 그 얘기가 화제가 되어
인간의 위대한 업적인 '과학의 개가'에 찬탄을 보냈다.

닐 암스트롱이 자기가 달 표면을 밟은 것을 두고
"인류를 위한 거보(one giant leap for mankind)"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 것이 정녕코 거보인지 알 길이 없다.

대신에 달에 있다던 토끼와 계수나무는 어디로 가버렸는지
아무리 해도 찾을 길 없고,
달 속의 미인 항아도 가슴 속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가슴 설레는 전설의 자리에
물과 공기가 없어서 생물은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
위대한 과학의 업적인 양 앉아 있다.

그 게 내겐 공허하고 메마른 지식으로만 보이니
내가 청맹과니인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뒤틀린 내 심사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어쩌면 다행스러운 세대가 아닐까.
달을 우러르며 그 전설을 노래하며 산 세월이 있었기에
아름답던 유년시절을 그리워하며
행복에 젖는 기쁨이나마 누리는 것이 아닐까!

다시는 우리 곁으로 다가오지 않을지라도
그 가슴 설레게 하는 신화와 전설을 기다리며 사는 것도
어쩌면 또 하나의 행복이라고 차라리 생각하고싶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아폴로우주선이 신화와 전설은 달 저편에 묻어버리고
대신에 눈병만 가져다 준 것은 아닐까 하는 공연한 생각이
끝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8 Comments
정혜경 2002.09.12 17:53  
  아폴로우주선 ....없어진 토끼와 계수나무...가객님 오늘  이른 아침 
병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볼일을 보려고 시내로가니  9시가 넘은 시각에도
활기가 없었어요 거리가....또 다른 병원은 의사가 10시 40분에 출근을 하고 .. 부자인가봐요. 그 옛날  이른 아침이면 구멍가게도 새벽 일찌기 문을 열고 집 앞을 쓸며 서로 인사를 나누던 그 활기 차고 신선했던 노동의 아름다움은 어디서도 그 시각에 찿을수 없었죠. 가난했지만 희망이 있고 긍정적이던 그 나날들 ....서울우유의 두꺼운 종이를 손톱으로 긁어내며 마시던 그 병 우유  그것이  종이팩으로 편리하게 바뀌었어도 .... 배달원의 나이가 무척 젊었던  ...열심히 뛰며 공부했을 ,지금은  어디선가  사장님이
되어있을지도 모르지요. 아폴로는 인간의 낭만도 빼앗아 가고.....
 어제 밤은 휘황찬란하고 정신없었을 저녁과 ,
진정 활기 차고 밝은 미소가 고개를 내밀 그 시각에  ...
아무 볼일도 볼수 없었던  우리나라의 아침거리 ....
우린 진정 선진국인지.....
가객님의  좋은 글을 읽다보니
저도 답답해서 ....그냥
정혜경 2002.09.12 17:55  
  아참
빨리  눈병이 나으셔야 할텐데요.
빨리 쾌차 하시길 빕니다.
운영자 2002.09.12 18:58  
  운영자는 좀처럼 말을 하지 않을려고 했는데....편찮으시다는 분을 뵈니....
그러게 저처럼 세상사 신경 안쓰고 초야에 묻혀 지내면 괜찮을텐데....(전 유행을 좋아하지 않걸랑요.)
속세에 그것도 도심에 사시다 보니 유행에 민감해질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정혜경선생님이 위로의 글을 두 통씩이나 써주시니... 제 아무리 무서운앞폴론지 뒤폴론지 몰라도 금방 말끔해지실것입니다.
약 제때에 드십시요....
가객 2002.09.12 19:10  
  사랑 많으신 정혜경선생님의 위로와  그 과묵한 우리 운영자님의 염려
말씀 덕분에 내일이면 깨끗하게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왜 이리도 유행에 민감한지 원...
운영자님을 본받아야 하는데...
바다 2002.09.12 19:33  
  아폴로눈병은 사랑처럼 원하지 않아도 찾아오고 사랑처럼 보내지 않아도 떠나가더이다.
그것은 혼자서는 제대로 치료할 수 없는 병 환자가 의사의 지시에 따라  며칠동안 고생하면 다 낫겠지요. 고생하셨네요. 그러신 중에도 동호회원들을 위해서 끊임없이 글도 남겨주시고...
수선화 2002.09.12 20:18  
  교실마다 아폴로 눈병으로 결석이 속출했던 지난 한 주 였는데
찬바람이 불면서 이제는 그 기세가 한풀 꺾인듯 합니다.
눈병 걸려 집에서 쉬는 친구가  마냥 부러워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를 쫓아가 
눈병 걸릴 연구(?)를 하는 철없는 아이들도 있어
선생님들은 철부지들과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기도 했답니다.
선생님이 눈병 걸리시면 선생님도 쉬세요?라는 질문에
선글라스와  흰면장갑으로 무장하고
교단을 굳건이 지키겠노라고  하자
교실은 순간 아이들의 비명소리로....

이번주는 결석했던 아이들이 하나 둘.. 교실로 돌아오고 있어요.
가객님도 곧 좋아지시겠지만
그런 중에도 글을 올리신 그 정신력 !
대단히 존경스럽습니다.

평화 2002.09.12 23:30  
  '보왕삼매론'은 말하고 있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병고로서 양약을 삼으라"하셨느니라.
병을 앓을 때 신음만 하지말고
그 병의 의미를 터득하라는 말이다.
몸이 건강했을 때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병을 앓을 때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내가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왔는가?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나는 얼마나 충만하게 살아왔는가?
스스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라는 것이다.
이상은 법정 스님의 "가난한 삶"이란 글의 일부입니다.

가객님! 동안 아폴로눈병으로 많이 힘드셨겠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호회를 위해 애정어린 따뜻한 관심 가져주심에 존경을 드립니다. 그리고 모든님들의 위로와 격려의 바램 때문에라도 빨리 나으시리라 믿어집니다. 저는 아플때 한번쯤 우리가 인내하면서 사색해 봤으면하고 법정 스님의 글을 일부분 적어보았습니다.
가객님! 신의 보살핌속에서 항상 건강 유의하시고 날마다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미리내 2002.09.13 05:48  
  허~참으로 행복한 님이시여^^
모든분에 염려로 빨리 쾌차하세요^^
이제는 제법~바람이 찹니다,, 그녀석도 이제는 가객님을 싫어하것소..
남들은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은디...
유독 혼자만~~유행을 타는군요ㅡㅡ 대단한 가객님이시랑께요^^
아~폴로는 저~~~~~~~~~~~바람에 날려보내버려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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