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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내민 손

바다 12 1033
향적봉에서 내민 손


일년에 두 번 있는 남편의 고교시절 모임은 반드시 부부가 동반하는 모임이다.
지난 1월 내 개인의 공적인 일때문에 겨울모임에는 참석하지 못하여 이번만은
꼭 참석하리라 벼르고 있는데 며칠 전부터 남편은 자꾸만 안갈 핑계를 대곤했다.

23일은 그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내 딴엔 서둘러 일어나 준비하고 남편의 눈치를
이리저리 살피는데 또 가지 않겠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가 준비를 서둘러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니 그 속셈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면 나도 가지 않겠다고
오히려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고 하니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나서는 것이었다.

말은 서로 그렇게 주고받았지만 오랜만에 둘이서 긴 시간 차를 타고 여행을 하니
그 오붓함이란...

내 주위엔 무주리조트를 겨울엔 스키를 타러 갔다 온 사람들,
여름이면 피서를 다녀온 사람들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이번 여름방학이 끝나면 나도 그들 틈에 끼어 한 마디 할 수가 있겠다 싶어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몇 해 전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마지막 공사 마무리를 하던 모습을 한밤에 살짝
보았기에 늘 마음속에 남아있던 그 무주리조트에 가는 것이다.

무주리조트는 덕유산 자락에 어미닭이 알을 품은 형상으로 그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품속으로 안아 들이고 있었다. 이국적인 건물에 넓은 대지, 잘 정돈된 주위
환경은 전국에 있는 마지막 피서객들의 발길을 재촉할만 했다. 

우리 일행이 떠나기 직전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는 설천봉
마치 태고의 원시림을 보는듯 했고 중간중간 고압선이 지나가는 곳에 말라죽은 나무.
누군가가 ‘불타는 강대나무’ 노래에 써 놓았던  ‘강대나무- 선 채로 말라죽은  나무’를
실제로 보노라니 무슨 사연이 그리도 많기에 선 채로 말라죽었을까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설천봉에 도착했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모든 지역이  특징이 있겠지만  12년 전 겨울에 보았던
그랜드캐년과 작년 여름 보았던 아소산의 활화산보다 더 아름다운 경치에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앞으로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먼저 우리나라의 방방곡곡의 절경을 다 살핀 다음
외국을 가고 싶은 마음이 사실이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한 시간의 여유를 주면서 희망자는 올라갔다 오라고 하니 
그 걸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아침 산책시간이 너무 길어 오랜만에 많이 걸어 반은
지쳐있는 상태인데 오를 것인가 말 것인가?

저만큼 앞장서서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다.
나도 질세라 뒤따라가건만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중간중간 가쁜 숨에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나의 마음을 격려하는 것 같아 끝까지 올라갔다.
남편은 지친 나를 뒤만 돌아보고 빨리 올라오라고 재촉만 할 뿐이지 기다려주지도
손도 잡아주지 않고 내달린다.

 
소백산맥의 한줄기 덕유산 향적봉
해발 1614m
발아래 보이는 세상은 그대로 머무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순간을 카메라에 담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 자, 이번에는 돼지털(디지털)로 한판 더!"
“ 김치!”

 별것도 아닌 길인데 나는 거의 지쳐 있었고 정상의 바위에 오르려 하는데 비틀거렸다
먼저 오른 남편은 함박웃음을 웃으며 그 높은 곳에서 내가 쓰러지려할 때야 그 든든한 손을 내밀었다.
12 Comments
♧수채화 2003.08.25 17:16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몇해 전 그곳을 갔었는데 비가 얼마나 오던지
길 끊길까 걱정되어 서둘러  나왔답니다.

바다님 글 보니 다시 가고 싶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남은 방학 잘 보내시길...^^
정우동 2003.08.25 18:59  
  화면에 안 보이시어 궁금하던 그 날,  夫君 선생님과
무주 리조트에 잘 다녀 오셨다니 경하 드립니다.
참고 참아 쓰러지려 할 때에야 내민 든든한 그 손,  믿음직도 하셔라.
오숙자 2003.08.25 19:06  
  늘~푸른바다님!

어느 한 학문에 연구에 몰입하는 분들...
대개 여기 저기 관찰력이 부족하지요
또한 이곳 저곳 섬세함도 부족한듯 하고요

높은곳에서
바다님 거이 쓰러지려는 큰 모습만이
눈에 띄운답니다.

그러나
깊고 깊은 사랑
자랑스런 내아내임을

그것을 어찌
다 표현하리오....
아까 2003.08.25 23:08  
  바다 선생님. 까꿍.
리플 답니다.
바다 선생님. 엄살이 심하시네요.
쓰러지긴 뭘 쓰러져요.
튼튼하시면서.
가냘픈 아까라면 이해가 되지만요.

선생님.
저 이렇게 까불어요.
옆에 있으면 한대 콕 쥐어박고 싶으시죠.

대학 3학년 때 친구들이랑 다녀 왔습니다.
이십년이 지났으니 많이 변했겠죠.
저 잘 있다고 안부 전하고 오셨죠.
제 안부 빠트리셨다면 저 삐침입니다.

바다 선생님.
선생님은 워낙 점잖하셔서 쓰러지기 직전이죠.
저는 아예 '때는 이때다 ' 하며 아예 뻗어버릴 겁니다.
그래야 우리 애들 아빠가 인공호흡해 줄 거 아닙니까?
바다 선생님.

이제 저는 뿅 하겠습니다.
음악친구 2003.08.26 00:03  
  무릉도원을 다녀오신 그대는 신선이 되셨는지요? ㅎㅎ~

바다가 산엘 올랐으니.. 뭘까요?

바다와 산이 함께 있는 바로 자연~!
신비의 자연~!
그대는 자연~!

아름다운 자연이십니다~

근데, 너무 부러워요
난 한번도 못가본곳...에고 에고 부러버라
평화 2003.08.26 00:36  
  우~와! 바다님 정말 착하시네요.*^-^*
저는 예전에 백담사 오르면서 남편더러 저두고 가고싶으면
혼자가던지 아니면 내 손잡고 끝까지 챙겨가던지 하면서
길가에 널버러져 노래부르며 '그래도 있을때 잘하는게 좋을껄'
약올리면서 능청스럽게 앉아있었지요.

그랬더니 손잡고 오르다가 낑낑거리며 업어서 오르다가 그래도 힘드니까
어디서 막대기 하나 주워와서 자기는 앞에서 끌어주고 저는 뒤에서 잡고
느릿느릿 걸으며 '자기야! 그래도 마누라가 최고재' 하면서 콧노래 부르며 갔지요.^^

또 때로 밖에서 맥주 한캔 먹는날(일년에 겨우 한번 있을까말까하지만)은
무조건 '자기야! 업어라 나는 마 술취해서 못간다아이가...좀 심했나요???

바다님도 이젠 저처럼 배짱으로 밀고나가보세요...
우리의 연약한(?) 바다님께 행운이...*^-^*

바다 2003.08.26 00:47  
  아름다운 평화님!
애교만점인 평화님!

와~~ 그대는 정말 나보다 한차원 높은 여인
그대의 허즈는 정말 행복할끼다
그런데 세상에 그 힘든 곳에서 허즈를 그렇게 고생시켜서야스리..

언니의 허즈는 내가 제일 지치고 힘들 때 든든한 손을 내민거야.
사람에게는 제일 힘들때 베풀어주는사랑이 진짜라는 것 몰랐지?

그런데 평화의 그 애교스러운 지혜는 언니가 배워야겄다. 
 
하늘곰 2003.08.26 13:48  
  지칠줄 모르는 바다님의 정열이 부럽습니다..
저는 작년에 무주를 갔었는데 덕유산 자락에서 쳐다 보기만 하구 왔는데..ㅎㅎ
바위 2003.08.26 23:29  
  알맞은 사랑과 복을
여민
박선생님 이시네요...
재치
九단 아니온지.

바다 2003.08.26 23:35  
  바위 님!
항상 감사 드립니다.
재치가 구단은 아니지만 구단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모두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힘이 되어주신 바위 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신재미 2003.08.27 07:53  
  바다님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아름다운 추억은 사랑을 돈독히 하는 좋은 기회이죠
저도 아직 못가봤는데 기회가 오거든 한번 올라봐야겠어요.
사랑 2003.08.28 20:07  
  바다님! 얼마나 바가웠던지요.
같은고향에다 같은마음으로 우리 가곡을 사랑하고있으니 이에 더한 반가움이 있을까요? 나이많아 때때로 포기하려다가도 그래도 마음깊은곳에서의 목마름이 나를 깨웁니다. 조두남님의 여러곡들이 특히 마음에 들어요. 특히 길손은 얼마나 아름다운노래인지 부를때마다 누군가의가슴깊은곳에서의 아련한 아픔과 시린마음을 함께 공유하는듯합니다. 아침의 통화중에 금방 악보를 손에 쥔듯한 기대가 있읍니다. 우리 노래를 사랑하고 함께 즐거워하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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