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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다정스런 어떤 이를 사귀게 된다면.....

김형준 15 928
나는 사귀고 싶다.
누군가 다정한 이를.

그저 친한 친구로 내 곁에 오래 남을 사람,
혹은 내 맘과 몸과 혼을 주고 또 주어도
못내 더 주고 싶은 그런 사람.

늘 나만 홀로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어느 날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은데 동행이 되어 주세요!"
하고 정답고 은근한 목소리로
내게 정중히 물어 올 수 있는 사람.

내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거나
혹은 본인이
미쳐 버린 스케줄에 쫓길 지라도
슬그머니 웃으면서 내게 다가와
"바빠요? 힘들죠?
 꼭 가서 듣고 싶은
 음악회 티켓을 두 장 구했는데
 당신과 함께 가고 싶습니다.
시간을 내어주지 않으면 나 삐칠 거에요.
당신이 아닌 어느 누구와도 가고 싶지 않아."
하고 말한 뒤 윙크하며 빙긋 웃는 얼굴로
내 두 손을 부드러이 쥐어 줄 사람.

그 사람 지금 어디에서 날 기다리고 있을까.

쓸쓸한 오늘은
그런 사람과 사귀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이와 다정한 사이가 되어보고 싶다.

가을이 되어,
단풍이 세상을 아름답게 채색할 때
내게 진실된 표정으로 다가와
"단풍이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함께 단풍 물든 숲으로 들어가
우리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듭시다."
하고 먼저 제안을 할 줄 아는
그런 멋진 사람이 그립다.

겨울이 쓸쓸하고 차가운 비와 더불어
북풍을 타고 몰려 올 때
"내가 좀 외로운 데
함께 있어주어요.
당신이 내 곁에 있으면
내가 외로움에서 벗어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 거야.
때때로 그런 기댈 언덕 되어 줄 수 있어요?"
하고 자신의 진실되고 연약한
속내를 숨김 없이 내어 보일 수 있는 사람.
그래서 나를 감동시키고 눈물 흘리게 할 사람.

바로 그 사람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한 눈을 팔지 않고,
나의 순정을 이해해 줄 사람,
그 사람도 어딘가에서 나와 같은 이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걸까.

내가 가진 섬세한 감정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소중히 여겨 줄 그런 이와 다정한 사이가 되고 싶다.

설혹 내가 좀 듣기 힘든 말을 꺼내도
단칼에 무우 자르듯
"안돼! 싫어!" 하지 않고
"음, 곰곰이 생각해 볼 게요.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 세상에서
못할 게 뭐 있겠어!" 라고 말하며
어떻게 든지 나를 기쁘게 만들려고
이모저모로 애쓰는 그 모습이
너무도 고마와
울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그래서 더욱 더 다정하게 생각이 드는
그런 이와 시간을 나누며 사랑을 숙성시키고 싶다.

그런 사람 지금 어디에서 날 기다리며
뚜벅뚜벅 발자국의 여운을 남기고 있을까.

닥쳐오는 겨울은 내게
그런 사람 찾아
따스한 방 안에 앉아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둘이서 보석 같은 시간들로 가득 찬
환상적인 그림을 그리라고 소근거린다.

빠르게 돌진해 나가는 시간을
이것 저것 무의미한 일들로 마구 채우지 말고
조용히 나를 배려할 줄 아는 그 자상한 이와 더불어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추억 이야기를 써 나가 보라고
꽃 피고, 신록이 넘쳐날 봄 노래를 가슴에 따스히 품고서
바람과 더불어 온 낙엽이 내게 슬쩍 일러주곤 낯선 나라로 향했다.

그런 사람 지금 어디 있을까.
이 글을 그 이도 읽고 있는 걸까.
메모를 보낼 올까, 아님 이메일을.

아니야 직접 전화를 걸어 올거야
낙엽 지는 소리가 너무 아파 힘들다며.....
당신이 곁에 없는 이 시간이 너무 쓸쓸하다며.....

그런 자상하고 따스한 마음 가진 사람
거기 누구 없나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말 없이 기쁨의 미소를
함께 나눌 그런 사람 말입니다.

왜 이리도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 되어 흘러내리는 걸까.
15 Comments
김형준 2006.11.09 08:29  
  쓸쓸해지고 있는 나무의 허전함,
바람과 더불어 휘날리는 잎새.

누군가와 고즈녁히 시골들길을 걷고 싶다.
그럼 가슴 깊슥히 스며든 외로움이 덜어질까.

쑤실 듯 아파 오는
마음 속의 님에 대한 그리움.

온 세상에
'고독'이란 단어가
휘장처럼 휘둘러쳐져 있다.
이종균 2006.11.09 11:15  
  경건함이 감도는 따스한 마음의 방
진실된 염원이 그리도 절실한데
피그말리온의 조각에도 생명을 넣어준
베누스 신인들 어찌 무심하리까...
김형준 2006.11.10 01:36  
  이선생님!
정말 그렇게 되길 원합니다.
가끔 만나 차를 나누어 마시고,
가끔 공원을 함께 산책하고,
영화를 함께 보고,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애쓰는
그런 자상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은
늘 기쁘고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스런천사 2006.11.10 11:05  
  그런분 꼭 만나셨음 좋겟어요~  친구라해도좋구 연인이라해도좋구 아내라해도좋을 그런분,,마음이 맞는사람이 곁에잇다는것 그리운이가 곁에 잇다는것이 이리 감사한일임을 느껴봅니다,,전 우리남편이 항상 연인같고 친구같아서 좋아요~ 그래도간혹 마음의 외도를 순간적으로 할때가 잇답니다,멋진영화를보면 주인공이되어도 보고 옛추억에첫사랑의 순수했던 꿈을 꾸어보기도하고요~ 그래도 체온을 느낄수잇는 남편이좋답니다,,  이가을이 다가기전에 님에게 멋진 친구분이 계셨음고대해봅니다^^
세라피나 2006.11.10 18:37  
  김선생님^^

글을 읽을 때 마다  묻고 싶은 질문~^^

*픽션*인지요~~?^^
*논픽션*인지요~~~?^^

작가님의 글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갖는 의문 자체가
참으로 맥없이  시시하다싶지만  말이죠?^^
사람  속속들이의 내면을  참, 잘도  읽으시니  말예요.^^

해맑은 순수의 소년같으시기도 하고^^
낭만적  감상의 로맨티스트이신 듯도 ~^^
때로는 집요한 심리극의 콜롬보 형사모습까지~^^
다채로운^^  시각의  만인의 친구^^로 *딱* 이신 듯 합니다.^^
김형준 2006.11.10 21:16  
  사랑스런 천사님,
좋은 친구 같은 연인의 모습으로
누군가가 한 사람의 인생에 입장한다면
더 할 나위 없는 축복이며 행운이겠지요.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듯이
인생도 중년의 때가 급물결을 타고 흐르면
어느새 노년의 시간이 은빛과 더불어 찾아들겠지요.

위로와 격려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에는
남편 분의 어깨에다 머리를 묻고
다시 그 분의 깊은 체온과 사랑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김형준 2006.11.10 21:23  
  세라피나님,
잘 지내고 계세요.
세라님에 대해
참 명랑하고 순수한 소녀와 같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글을 쓰시는 것도
'삐삐'와 같은 느낌도 들구요.
참고적으로 저는 말괄량이 삐삐를
대단히 귀엽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fiction'일까요, 아님 'non-fiction'일까요?
제가 이곳에 올리는 글들은
100% fiction이라고 말하기는
좀 곤란한 글들도 있습니다.
허나 어떤 사실 내지는 그와 유사한 것에 의거한
주제를 가지고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쓴 글들이기에
만일 반드시 fiction/non-fiction 중
택일해야 한다면 fiction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아, 참!
이번 11월 내마노 가곡부르기에
참석할 예정이세요.
만일 오시면
제가 소년 내지는 조금 더 큰 청년과 같은 모습으로
노래를 하는 것을 보실지도 모르겠네요.

늘 기쁘게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_^)
세라피나 2006.11.10 22:24  
  반드시^^
청중으로~  자리하겠습니다.^^

노래연습  많이~~많이~~하세요.^^
김형준 2006.11.11 02:47  
  '아득히 넋을 모아 세상을 지고 서서
남도 시나위 한 장단 한 장단..........'

제가 부르려고 하는 어느 노래의 첫부분입니다.
가사를 외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라님과 모든 다른 참석자분들을 위해 노래하고자 합니다.

그날에는 작곡가 정덕기교수님과
시인 오사라선생님께서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김형준 2006.11.12 09:38  
  너무 무뚝뚝하고 자상하게 배려 하지 않는 이와는
가급적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떻게 일방적으로 한 쪽에서만
신경을 써주고 도움이 되고 하겠는가.
서로 서로 아껴주고
서로 서로 먼저 배려해 줘도 너무 아까운 시간인데.

어찌 사람이 하나 뿐이겠는가.
그저 그 사람이 다른 이들 보다 정이 가는 것 뿐이지.
약간 정이 덜 가는 사람도
정이 들면 그와 못지 않을 수도 있다.
김형준 2006.11.14 08:25  
  마음이 가는 것을 어쩔 수 없을 때가 있다.
좀 멀리 있어야 하는데
약간은 관심을 꺼야 하는데
하고 늘 생각하면서도
막상 몸은 멀어지지 못하는 인간의 인연이여!

짧은 연애를 하면 몸도 멀어질 수 있다는데
그런 치유법은 아마 동서양에 다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갑작스레 하는 연애가 쉬운가 어디....
김형준 2006.11.14 21:24  
  당분간은 새로운 사람을 깊이 새기지 않고 싶다.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인 모양이다.

겉으로 보기에 믿을 수 있고 깊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천박한 사람이었음이 드러났을 때
느껴지는 쇼크를 상상이나 하실 수 있겠는가!
김형준 2006.11.17 12:42  
  마음의 문을 활짝 열면
기쁨이 넘친다.
허나 상처를 입기도 그만큼 쉬운 법이다.

서로가 서로를 아끼는 시간이 길면 길 수록
그와 같이 상처 입기 쉬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별로 후회스럽지가 않을 것이다.
달콤하고 행복한 시간이 짧으면 짧을 수록
'왜 나는 그렇게 순진하게 행동했나?'라는
뼈 아픈 반성을 더욱 오래도록 하게 되는 법이다.

시간의 문제이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모두 그리움으로 남으리.
김형준 2006.12.05 18:38  
  가을에는 남자들이 외로움을 유독 탄다하는데
난 가을에 행복감을 많이 느꼈다.
차가운 초겨울로 들어서자 내 맘이 많이 쓸씀함을 느낀다.

가깝게 느껴졌던 사람이 멀리 있어 보이고,
멀리 있다고 오래 여겼던 이들이 다시 가까이 다가온다.

너는 이제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그것은 오히려 잘 된 일이다.

나는 자유를 찾고, 너는 휴식을 얻고....
Samuel 2007.02.16 01:58  
  세라피나님의 질문과 김형준님의 답변은 글을 읽는 저의 호기심을 풀어 주셨습니다 *^^* 회원 문단에 들어와 여러 님들의 글들을 읽다보면 솔직히 재미는 티비 연속극보다 훨씬 덜하지만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돌아가니 허기지면 다시 찾아 오게하는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기로운 꽃지짐'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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