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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나 가요대상 먹어시요!

이동균 22 1334
일 년에 한 번씩 하는 총동창회 체육대회,

옛날에는 기다려지기도 하더니만 그거도 낫살이라고

돌아서면 또 일 년, 벌써 또 총동창회체육대회야,

모교에 근무하는 죄로,

무조건 얼굴 내밀고 접대에다, 은사님들 시중과

학교 직원들의 음식 챙기기 등 정말 귀찮다.

언제 이걸 면 할꼬?

그래도 이제 후배들이 많이 들어와 고참 행세에 세련되기도 하지만

한 번씩 무슨 핑계가 있으면 빠지고 싶은 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나마 우리 학교라 피곤하면, 바쁜 척 내 방에 가서

슬쩍 한 숨 자고 오기도하는 것을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이 선생은 참 바쁘거니 하면서 인사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항상 그렇듯이 아침 입장 전부터 술에 찌들어 해롱해롱하는 놈들,

그놈 술버릇이 항상 저모양이라고 손가락질하는 놈,

내가 보기에는 욕하는 그 놈은 정확하게 오후 2시쯤

저 놈과 꼭 같이 취해 곤드래 만드래 취해서,

마누라 창피해 죽겠다고 다시는 동창회에 안 나온다고 싸울 놈이다.

그러나 내년에 또 양복 입고 꼭 나타난다.

일 년 내내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한 번씩 나타나,

볼 때 마다 자 이름이 뭐냐고 묻는 놈,

누구 결혼식에 친구라는 놈들이 그렇게 안 오면 어쩌나 면서 떠드는 글마는

우리 엄마 돌아가셨을 때 분명 안 왔는데. . .

술째리기 전까지 요즈음 정치하는 노무 새끼들 전부다 싸질러 확! . . . 

열을 내다가, 경산 시장하는 친구가 오니까,

제일 먼저 옆자리에 앉는다.

그저 올해는 종합 우승해야한다면서

운동화 끈을 조이고 또 조이면서 몇 번 헛발질에 다리를 삐어

술을 빨면서 화려한 옛날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놈,

평범하던 친구가 굴지기업의 CEO가 되어,

모두의 부러움과 경원의 대상이 된 친구가 오면,

저 새끼 학교 댕길 때, 내 보다 공부도 못했는 기

우예다가 돈은 벌어 갖꼬 똥폼 잡아샀는 꼴 못 봐 준다고 빈정 체질 놈들,

한 때 동창회 하면 온 몸 바쳐 뛰던 친구들이 요즈음 안 보이는 친구들,

근황을 물어보면, 사업이 아주 어렵단다.

부도냐고 물으면 그냥 짐작만 하래 . . .

요즈음 부쩍 친구들의 얼굴이 많이 어둡다.

섬유하던 친구들이 많았는데, 세상 흐름에 발 빠르게 전업하지 못한 친구들,

동기회에 안 나오는 친구들이 많다.

무사히 잘 살아야 할 텐데.

만나봤자 뻔 한 놈들이지만

이제는 모두 서서히 안부가 궁금해지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작년부터는 장년부로 편성되어 산만한 배를 앉고 뛰어도 꿀리지 않는 연배가 되었다.

술 몇 잔 돌리고 오니 아지매들 우리가 배구 우승했다고 난리법석이다.

이참에 더 늙기 전에 우승하자고 하다가 족구에서 한 놈 다리 부상의 훈장을 땄다.

가요제 예심 방송이 나온다. 회장이 날 보고 나가란다.

옆의 그래도 음악을 좀 안다는 친구가 성악가는 그런 데 안 나간다고, 핀잔을 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나갔는데,

순간 에라이,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망가져 보자.

예심이 한참이다.

등록을 했는데 27번이다. 뭐가 이리 많이 왔어?

여기가 뭐 전국노래자랑 송해 라도 온 거야?

아님 상품이 아파트 당첨권이라도 있는 건가?

총 접수 31명, 여기서 9명이 예선 통과, 1절만 하란다.

클리이막스는 2절에 있는데 , , 

이거 예심에서 떨어지면 쪽팔려 우째?

까짓거, 떨어지면 똥 밟는 거고,

예심만 통과하고 본선에 떨어지면 클래시컬하게 불렀더니,

심사위들의 수준이 못 따라온다고 핑계되면 되니까,

예심만 통과하면 밑져 봤자 본전이다.

아직 내 차례가 되려면  15명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한 바퀴 돌고 술 몇 잔 걸치고 갔더니,

아직 7명 정도 더 기다려야한다.

지루하게 기다리다 내 노래만 하고, 또 한 바퀴 몇 잔 걸치고,

강당이 조용하여 어찌되었는지 궁금하여 갔더니, 아무도 없다.

예심이 끝 난 모양인데 결과를 알 수가 있나?

돌아다니는 스텝들에게 물어도 모른다.

에라이, 부르면 나가고 안 부르면 떨어졌고,

회장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모르겠다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자기가 미리 알아보고, 되었다고 알려 준다.

휴! 그래도 체면 치례는 했으니 됐다.

벌써 운동장 한 쪽 구석에는 술에 절어 눈이 풀린 선배,

선후배 말 함부로 한다고 시비 붙어 싸우는 분, 말리는 놈,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 없이

담벼락에 오줌 갈기며 배설의 쾌감을 만끽하는 후배 놈도,

모두 모두 우리 배달의 민족이다.

그렇게, 그렇게 해는 저물어 가는데,

강당에서 가요 대잔치를 벌린다고 방송에는 빨리 강당으로 모여라, 모여라!

방송은 왕 왕 대는데 감정의 찌꺼기를 아직 못 푼 그 친구는 술잔을 기울인다.

가요제 시작을 알리는 젊은 댄스 그룹의 화려한 세리모니가 이어지고,

내 순서가 2번째라고 알려준다.

뭔 순서가 두 번째야 이건 주체 측의 농간이잖아 . . .

나의 실력을 알아 버린 것일까?

까짓거, 앞에 하지 뭐,  . .  .  퍼뜩 생각난 게 있다.

여름 수업 중  덥다고 웃통을 벗어던지고 수업하는 중

티셔츠의 팔을 때 버리고, 목은 가슴까지 파서,

흰옷에 온갖 낙서를 한 옷을 입은 학생이 있었다.

그 놈의 옷을 뺏어 둔 게 생각이 나서 찾았다.

잘 보관 되어 있었다.

머리에는 휴지로 장식을 하고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며

무대로 화려한 등장을 했다.

범상 찮은 등장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전주에 맞추어 박수를 유도했다.

내가 누구냐? 박수가 서서히 분위기를 돋운다.

1번 아지매, 모니터 보고 노래하는 걸 넘어,

나는 무선 마이크를 빼서 화려한 액션과 함께

객석으로 내려가며 자신감을 보였다.

딜라일라의 원어 가사를 중국말처럼 꼬아가며 풀어내다가,

드디어 내가 분위기에 취했다.

몸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다가,

마이클 잭슨의 스텝에다 비의 현란한 몸짓을(물론 나 혼자 생각)

근육질의 내 몸으로 토해 내며,

강당을 가득채운 청중들은

21세기에 부활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혼을 입은 이동균의 현란한 음악에 취해,

주체 측 추산으로 21명 심장마비로 사망, 50명 기절하여 응급실로 후송, . .

그러나 나의 음악은 사람 몇 명의 사고로 그칠 수는 없었다.

2절까지 이어지려는 순간 마이크의 스위치가 내려지고,

장내 사고 방지를 위해 1절까지만 해 달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애절한 부탁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무대에서 내려오는데, 온 천지의 아지매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동균! 이동균! 오빠! 오빠!  하는 괴성을 뒤로 한 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히 강당 밖으로 바바리코드를 휘 날리며 사라지는

나의 뒷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내가 생각해도 내가 멋있다!

피곤했다. 

행운권 추첨에다 별별 이벤트와 마치려면 최소한 1시간 반 이상은 걸려야,

에라이, 지구과학실로 갔다. 한 숨 곤하게 잤다.

세상이 조용한 듯 문득 어떻게 되었는가?

궁금했다. 서서히 걸어서 강당으로 갔다.

강당에서 나를 찾고 난리다. 가요 대상자가 사라졌다.

회장은 임원들을 풀어 나를 찾고 난리였다.

순간 나도 깜짝 놀랐다.

아마추어 성악가가 가요계에 진출하여 대상이라구라!.

이건 아니잖나?  이건 아니잖아? 

샤방, 샤방,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잖아?

박사부님, 가요대상 먹었시유.

가곡대상도 아니고 가요대상이 뭐냐구요?

아니 가곡도 가요처럼, 가요도 가곡처럼 하셨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 .  근데 부상이 뭐요?

아니 사부님, 제자가 대회 나가서 상 받았으면 그것으로 기쁠 일이지,

부상이 왜 궁금하냐구요? 부상 나누어 상납하라구요. 알았시유.

반을 상납하고, 온통 인터넷에 다 까발실테니까요.

우리 사부님 제자들 상 받으면 그기서 대라 뜯는 다고, . . 

그래도 부상이 궁금하십니까? 설마 .  . .

기어이 이누묵 시끼들 2차 한다고 놓지를 않는다.

2차에서 상품권 30만원의 술을 쳐 묵고, 내보고 계산을 하라꼬 . . .

아휴,  근데 상품권으로 계산하려면 수수료 20%를 뗀데 .  . 

나, 미쳐 완죤 손해, 무신 이런 일이,

내일 학교서도 뜯겨야할 낀데. . . .

설마 가곡교실에서야 한 턱 내라고 하겠나?

친절한 우리 회장님, 자기 돈으로 축하 주 오히려 사주실테니깐 걱정은 없는데,

이게 일간지에 나면, 조폭들이 가만히 있지를 않을 텐데 . . .

걱정 속에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들려오는 마누라의 자장가

“동창회라고 갈 때 마다 그렇게 술에 떡이 될 것 같으면

이제 동창회 가지 마라! 가요대상 좋아하네, 다 싫다. . . . !”

“여보, 그래도 난 당신을 사랑해! 알지?”

“시끄럽다. 마, 사랑이 밥 미기주나? 자거라 마!”
22 Comments
다솜미 2008.10.15 10:46  
늘 이동균님의 글은
건질 건질한 내살갓들을
곰탁 곰탁(?) 시원스레 해결해 주시네요.
요넘의 끼란게
시도 때도 없이 발동 하여 변죽을 울릴때는 황당함의 극치를 이루지요.
대상건.......ㅎㅎ
1차 2차 그거이 문젭니껴.
아니지예.
님의 기분이 엄청 만땅으로 좋았다는거
그걸로 된것 아입니껴.
지도 더러는 님과 같은 경험이
쪼매 있거던요.........
아주 머~언 옛날 이지만
흡사 합네다.
암튼 대상 추카 함다....^^*
이동균 2008.10.15 15:24  
다솜님, 반갑습니다.
남부지역을 가곡으로 다스리신다고 수고 많으십니다.
글은 그냥 장난으로 조금 과장도 하다보니
픽션이 많습니다.
절대 심장마비 없었습니다.
응급실 따위는 없었습니다.
고광덕 2008.10.15 14:58  
이동균님은 소설을 써도 베스트 셀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구수하기 이루 말할 수 없고 아무리 길어도 중도에서 멈출 수가 없으니...*^^*
기승전결에서 제일 중요한 결을 어찌나 맛갈지게 만드는지 원래의 전공을 의심하고 싶습니다.

친구란 정말 편해서 좋죠.
망가지든 바보가 되든 친구들 앞에선 체면 차릴 것도 없고...

그나 저나 가요대상 축하 드립니다.*^^*
서울에서도 한턱 쏘신다면 안말립니다.*^^*;;
이동균 2008.10.15 15:28  
고총무님 수고 많으십니다.
평소 혓소리가 취미인 고로
그냥 혓소리 지껄인 소리에 지나친 진지함은
사람을 부담스럽게 합니다.
제가 올라 갈 수 없으니 부탁드립니다.
국제녹음실 밑의 식당에서 서울 식구들
모두 불러서 일인당 3만원정도의 식사와 회식을 하시고
제 이름을 대면, 그 주인 뭔 답을 줄 것입니다.
수고해 주십시오.
부탁합니다.
운영자 2008.10.15 15:12  
이동균 샘! 참말로 축하드리옵나이다...비디오도 있으면 올리시구...
내마노 계좌번호도 아시죠? ㅋㅋ
이동균 2008.10.15 15:34  
하이고, 운영자님께서 황감하게도 . .
이렇게 친필을 주시고 황공무지로소이다.
중이 제 머리 못깍지요.
남 찍어 조 봣지 내꺼 내가 찍은 적은 없으니까요?

근데 

계좌번호?!?!?!?!  . . . . . . . .

상품권은 계좌번호로 안 들어간는데요?

어떤 사람이 상품권을 계좌번호로 억지로 넣다가

컴퓨터 서버가 폭발을 해버려

그 사이트가 완전 분해 되어버린 일도 있다던데.

우짜까예?
운영자 2008.10.15 15:48  
혼자 다 잡수이소~
다솜미 2008.10.15 15:56  
이동균샘
전국 내마노에 불 났슴다.
어쩔거나
운영자까지 나서고
상품권은 계좌번호 억지로 몬 넣고.......ㅋㅋ
클~~~났다
째까이 고민 좀 하이소~~
이동균 2008.10.16 09:29  
다솜님, 운영자 댓글 끌어내는 거야 누워서 떡 먹기죠?
대구 박범철 가곡교실 박사부님 컴퓨터생기고 자판이라고는 두르려 보지 않은 분을 댓글 쓰게 하는 기적을 만들었슴다. 확인해 보십시오! 내용이 "댓글" 입니다.
심우훈 2008.10.15 16:20  
축하드립니다
가요대상에 꼬리글 대상에
왕대박입니다  ^^
덕분에 오늘 오후 행복합니다
이동균 2008.10.16 09:31  
심원장님 빠쁘신 중에 다 읽어 주시고 감사합니다.
항상 감동적이 연주 기대합니다.
오경일 2008.10.15 16:52  
축하드립니다.
항상 재미있고 기쁜 소식에 올려 주셔 감사합니다.
혹시, 그 가요도 사부께서 전수해 주셨나요?
저도 한수 배우러 가야겠습니다.
게그게 진출은 언제쯤 하실런지요.
그날도 사모님 고추 씻가 줍디까?
이동균 2008.10.16 10:26  
오장로님 MS존 250사이즈 다 팔지 말고 제 거 잘 보관해 주십시오.
정년퇴직 일시 불 받아서, 두켤례 껴 신고 다닐테니,
고추는 뭔 고추요?
열린세상 2008.10.15 17:48  
능히 그랬으리라 짐작합니다.
만났을 때마다 주체하지 못하는 끼를 볼 수 있었으니까요!
아무튼 축하해요!!
이동균 2008.10.16 10:28  
죄송합니다.
몇 번 만났는 것 같은데 성함과 얼굴의 매취가 좀
저는 참 점잖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하늘곰 2008.10.16 00:58  
가요대상은 당연하지요.
그래도 어느 동창회나 똑같은 모양으로 이어지는 걸 글로 재미있게 써 주시니 제가 동창회에 갔다 온 거 같으니 우리 동문인가요?ㅎㅎㅎㅎ
즐거운 이야기 고맙습니다.
이동균 2008.10.16 10:30  
하이고, 하늘곰님,
사실 동창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너무 부정적인 면만
묘사된 것 같아 언젠가는 아주 따뜻하고 긍정적인 면만을 골라 풀어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바다박원자 2008.10.16 10:38  
역시 스타는 다릅니다.
  아따! 겁나게 축하허요. (전라도 빛고을 버전)
이동균 2008.10.17 13:39  
바다님 안녕하신지라?
사실 저가 가요대상, 그게 뭐그리 대수겠소?
그저 그 건수 하나 갖꼬 웃을 일을 만든게 대수죠!
건강하시쇼, 잉?
열무꽃 2008.10.17 07:13  
어른이 하면 대박,
마눌과 아들이 그라모
와 못 봐주노?
이동균 2008.10.17 13:42  
아이고, 원장님,
뭘 그리 깊은 뜻을 담아 이야기 해 샀소. 마!
나도 그리 할라꼬 노력하잖소?
뒷날이야 우예됐던 가네,
지금이 불안해서 그렇제?
규방아씨민수욱 2008.10.21 11:11  
하하하
대상 축하드립니다...


대상후의 뒷풀이들..
ㅎㅎ
생각만으로도...하하하


여하튼
축하 또축하드립니다...만세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