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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숨쉬지 않는 이세상- 어느 여중생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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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숨쉬지 않는 이세상..










" 민희야, 밥먹어야지~!"



오늘도 아빠의 잔소리는 시작이다.


꼭 엄마없는 티를 저렇게 내고 싶을까?


정말 쪽팔려서 같이 못 살겠다... 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집에 오면, 항상 앞치마를 매고 있는 아빠 모습이


정말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내 엄마는 내가 3살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얼굴하나 기억못한다. 난...



그리고 쭉 아빠와 살아왔다.



난 아빠가 싫다.


언제나 잔소리만 하고


눈 한쪽 시력만 잃은 장애인이라고 생각해왔던


그런 아빠가 너무 지긋지긋하다.


여건만 된다면 나 혼자 살고 싶다.



우리집은 무척이나 가난하기 때문에,


난 그 가난을 만든 아빠...


그래서 아빠가 더 싫은가 보다.


방도 하나라서,


내가 방을 쓰고 아빠는 거실에서 주무시고, 생활하신다.



20평도 안되는 우리 집...



난 너무 챙피하다.



아빠도 너무 챙피하다.



어느날 부턴가, 아빠께서 자꾸 속이 쓰리신다고 하신다.


난 그럴때는, 그냥 모른채 해왔다...



3년뒤...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와 아침부터 티격태격이었다.


아니, 나 혼자 일방적으로 화내고, 아빠께 함부로 대했다.


그래놓고, 나 혼자 화내면서 밖으로 뛰쳐나온다.



그런데, 그 날.. 학교에 전화가 왔다.


아빠가 병원에 계신다고...


난 병원으로 갔다.


놀라서 뛰어가는 것도 아닌,


그냥보통 걸음으로 천천히..


느릿느릿.. 그렇게 병원으로 향했다.


귀찮게만느껴졌다.



아빠가 병원다니시는건 많이 봐온 일이니까.


항상, 몸살에 감기에... 맨날 병원신세만 지셨다.


한, 3~4년이란 시간들을...



난 간호사에게 아빠이름을 대고,


입원실을 물어보는 순간,


간호사의 말에너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돌아가셨다니...


그리고 뒤를 이으며 말씀하셨다.



"민희가 누구에요? 자꾸 민희이름만 부르시면서,


그러시더라구요.. 참 안타까웠죠."



"민희요? 저에요, 저~! 바로 저라구요!!!!


저여!! 라고, 아빠한테 말씀좀 해주세요"



난 너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내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 있었다.


하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밤을 새면서 아빠 유품 정리에 바빴다.


거실.. 아빠 옷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노트...


3년정도 전 부터 쓰여진 걸로 보였다.


그렇게 해서, 공책 8권..



"민희야, 오늘병원에 갔었거든?


그런데 암이랜다. 암... 괜찮겠지? 민희야...


아빠 괜찮겠지? 아빠 낳고 싶어..


아빠 너와 함께 이렇게 한 집에서 살고 싶어 민희랑..."




"민희야, 오늘 병원에 갔었거든?


그런데 빨리 수술을 해야한데...


수술비도 어마어마 한다고 한다...


민희는 고등학교 사립으로 가는게 소원이지?


공부도 잘 하니까, 우리 민희는...


하지만 아빠가 수술하면 그 꿈도 무너지겠지.


우리 민희의 소중한 꿈이...


아빤, 그냥... 수술하지 않기로했어.


조금의 아픔은 있겠지..


하지만.. 아빤 민희곁을 떠나지 않아..."



"민희야, 아빤, 널 정말 사랑했어...


아빠 통증이 너무 심해져가고 있는것 같아...


너무 아파, 민희야.


하지만 우리 민희를 보며 견뎌내야지.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딸 민희를 위해서 말이야.


민희야 넌 아프지 말어라...


그리고 그동안 이 못난 아빠...


그것도 아빠라고 생각해 주면서 잘 따라줘서 고맙고,


미안해, 아빠가..."



"민희야, 아빤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는것 같아.


민희 아침밥 항상 안챙겨 먹지?


아빠 없어도 아침밥은 먹어야해.


그래야 하루가 든든하지. 그리고 도시락...


민희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자!


그래서 꼭 싸가지고 가라. 응?


또, 밤엔 집 문 걸어잠구고 자구


너 혼자 이 넓기만한 세상에 두고 가야해.


아빠... 너무 미안해...


민희야, 못난 아빠를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냥... 행복해라, 민희야.."



"아빠, 청바지 주머니 뒤져보며는, 봉투가 있을거야.


거기에 너 고등학교 3년동안 다닐 수 있는 진학서 끊어놨구


또 대학교도 이 돈들로 충분히 니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얼마 되진 않지만...


아빠가 그래도 하느라구 해서 모은거니까


그냥 받아줬으면 좋겠다....


아빤 민희 지켜볼거야... 사랑한다, 민희야!"




나만 위해주고, 나만 지켜보고...


그러시던 아빠인데... 내가 너무너무 못되 게 굴어도


너무너무밉게 굴어도 다 받아주시고,


웃기만 하시던 그런 아빠인데...



이젠, 어떻게... 나 이제 어떻게해.


아빠가 숨쉬지 않는 이 세상...


나에게도 의미가 없어.






"아빠, 그곳에서 지금 행복하시죠?


그곳에서는 병원 다니세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마세요...


그곳에서는 나같은 딸, 짐승보다 못한 나같은 딸,


잊어버리세요.. 그리고편히, 행복하게 쉬세요...



사랑해요..


아니 이말도 아빠에겐 너무 부족한 말이죠...


나 웃으 면서 살거에요.


나도 행복할거에요... 근데..


아빠... 나 자꾸 눈물이 흘러요...


나도 자꾸 아파와요...


나 너무 무섭고 두렵기까지 하는데... 어떻게 해야해요?



전처럼..



웃으면서 그렇게 내 옆에서 있어줄 수는 없는 거예요?


정말 그런거에요? 나 웃을수가 없단 말이야...


나 갈때까지, 기다려요 아빠...


내가 가면, 더 좋은 딸 될게요...
착한 딸 될게요...


내가 세상에서 젤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우리 아빠...


꼭 기다리세요, 아빠...."











4 Comments
2002.09.10 03:57  
  오늘(어제)
중3 여학생 둘이 컴에 메달려 뭘 찾아 심각히 읽고 있더군요.

뭔가 보았는데 글자가 올라가는 글이었는데 나중되니 두눈의
눈물을 찍어내라더란 말입니다.
그래 뭘보나
해서 그들이 보았던 싸이트를 물어 찾아 내용을 확인해보고 놀났지요. 요즘 아이들이 이런 글들을 읽고 있구나!
그래서 급히 여기 올려 보았습니다.

요즘 혹시 아버지라는 허름한 이름을 아시나요?
엄친에게 강요당하고,
변화된 시대에 비로서 눈을 뜬, 자애롭던 아내에게 찬밥되고
신세대 자녀들에게 철저히 무시당하는 배나온 낯선 외인.

이 글을 읽던 아이들을 이심전심으로 더욱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그렇구나! 너희들도 그런 심성이 있었구나! 미안하다. 얘들아.
세대차 세대차 하면서 너희들을 무심코 무시해서.
아빠께 달려가렴. 가서 좀 안겨보렴.
바짝마른 가슴에 깊숙이 얼굴도 묻고 
 

 
 
부관리자 2002.09.10 08:34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지금에서야 사무실에 나와 읽었습니다. 눈물을 찍어내면서...
북도를 지나가시는 분들이 저를 보시면 아침부터 청승이라고 하시면서 지나가시네요
그래요 같이 살때는 모르죠, 그러나 떠나보내고 난후에야 느껴지는 안타까움, 후회, 같은 것을 느끼죠..
세월의 무게에 지쳐가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있기는 합니다만,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만은 않더군요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모님 두분다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하는 마음뿐,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
평화 2002.09.10 10:27  
  별님! 안그래도 저 눈물많아 수도꼭지인데 시작부터 끝까지 엉엉 울었습니다.
이렇듯 삭막한 세상에서 우리 어른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아름다운 감성과 영성이 무디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오늘 아침은 가져봅니다.
그러면 누구나 살기좋은 세상이 되겠지요.
머리좋은 사람보다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더욱 그리운 가을입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정혜경 2002.09.10 11:24  
  눈물은 어디서 이렇게 자꾸 나와서 흐르는지 ....
어제도 산에 올라 아빠가 생각나서 몰래 훌쩍였는데...
오늘은 목이 메어 소리도 못내고 울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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