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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 - 한국예술가곡의 요청, 두번째

BigMouth 5 2187
한국가곡의 중흥을 위한 한국적 예술가곡에 대한 요청의 글에서
가곡을 작곡하는 작곡가들에게 일차적인 부담을 드렸습니다.
(본의 아니게 작곡가 평가로 오해될 부분도 잘 양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가곡의 중흥은 결국 어머니역을 맡은 작곡가들의 손길에 달렸을 겁니다.
어머니의 정성이 아니고는 이 세상의 누구라도 존재하기 어렵겠죠.
예술가곡의 요청을 위해 가끔 생각나는 것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저는 나운영의 <달밤>을 참 좋아 합니다. (나운영을 편애하지는 않습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정말 귀가 번쩍 트이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오페라 아리아 못지 않은 풍부한 표현과 간단하면서도 멋진 기악 파트의 조화
시인이 못다한 마음을 다 되살려주는 예술가곡으로서의 뛰어난 면모.
아무튼 수준높은 예술적 감성의 표현이 담겨있는 곡인듯 해서...

다른 가곡들은 멋진 가락의 표현만으로 어필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잘 조화된 음악으로서... 나운영의 실력(?)을 새삼 감탄했습니다.
(이런 말이 또 오해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후로 제법 즐기고 있었는데, 풍문에 이런 일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느 외국(독일?) 음악(성악)가가 방한 중에 한국가곡을 접하고 싶다 하여,
당시.... (개인적인 취향등에 따라) <달밤>을 소개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으쓱~ 이만하면~) 그런데...그의 반응은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듯한 표정.
이유인즉, 달밤이 음악적으로 훌륭한 가곡임에는 틀림이 없고 만족스러운데...
한국가곡이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독일가곡 같다...는 식의 아쉬움.

글쎄... 얼마나 동의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좋은 시사점이 있는 일화같습니다.
나운영은 비교적 동양적 화성과 가락을 잘 구사하는 작곡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표작(출세작)이랄 수 있는 <달밤>이 그런 아쉬움을 주었다고...
(사실 달밤은 좀 나운영식 특징이 잘 나타난 곡은 아닌듯 하지만)
허면... 다른 한국가곡들은 <그런 면에서는> 얼마나 아쉬움이 많을까요?

가곡은 다른 음악과 달리 반드시 시(詩)의 정서와 공존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한국가곡은 한국인의 시(詩)가 담은 정서를 잘 살려야 제격일 겁니다.
한국인의 <살내음>이 잘 나타날 수 있지 않으면... 예술적 가치가...
(대중적인 가락의 필요성과 가치를 폄하하는 의미가 아니지만,)
한국인의 시적 정서를 담은 예술가곡은 상당히 부족하지 않은지...

그것이 꼭 동양적/한국적 전통음악이나 민요조를 의미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뜻에서 윤이상 등의 가곡과 성악곡들은 다른 아쉬움이 있습니다.)
서양 악기와 서양 창법을 사용하는 것을 인정하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우리 나름의 표정과 어법이 속히 형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채동선, 조두남 등 민요조를 직접 담은 곡들은 대중성은 되나 예술가곡에는 부족하고,
윤이상, 최동선 등에게서 보았던 국악기 도입은 시도가 거칠어 보였습니다.
그러니... 정덕기, 이건용, 이영조 등의 노력이 식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사실 한국가곡으로서 <달밤>정도면 만족하고 또 만족하여 남을 일이지만,
그래도 더 나은 예술가곡이 봇물터지듯 출현하기를 고대하는 마음입니다.

한가지 대표적으로 예술가곡이 아쉬운... 최근의 예를 들어 보자면...
정지용의 <향수>같은 멋진 시(詩)를 대중적 노래에 맡겨둔 모습입니다.
(명성황후등을 작곡한 대중작곡가 김희갑님의 실력이 어떻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
한국의 예술가곡으로서 <향수>가 작곡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김희갑 작곡 <향수>가 나쁜 곡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시일수록 작곡이 어렵다는 것은 잘 알지만...
작곡가들이 그런 부분에서 자존심을 발휘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이 어머니께 모든 것을 다 의지하듯이... 부탁드리는 말입니다.
5 Comments
바다박원자 2008.07.29 16:40  
BigMouth님의 글을 읽으면서 가곡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전문적인 해박한 지식으로  진실로 우리 가곡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계십니다.
예술가곡과 애창가곡.. 등
어느 곡이든  감상곡으로든 애창곡으로든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는다면
시인이나 작곡가는 더없이 행복할 것입니다.

 만약에 <내 마음의 노래> 사이트가  생기지 않았다면 또다른 방법이 있을수도 있었겠지만
그 동안 가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었을지  생각해봅니다.
 어떻든 간에 우선 우리 가곡이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도록
중고등학교에서는 음악시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며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가곡을 많이 방송해준다면 대중가요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곡이 불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우리 가곡은 순수한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시로 우리의 작곡가들이 혼을 불어넣어준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제 글이 BigMouth 님의 글에 합당한 댓글은 되지 못할 지라도 우리 가곡을
이토록 사랑하시는 분의 글을 읽게 되어 몹시 기쁩니다. 
님은 예전에 가곡감상실 댓글에서 가끔은 뵈었던 닉인데 아주 오랜만에 뵌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자유게시판에서 이런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덕기 2008.07.30 01:13  
나운영선생님은 곡에서 대가다운 맛이 느껴지는 작곡가입니다. 그 때 곡들 중에서 어법도 서툰 곡들이 많은데 정확하시고 저는 한번 대면한 적도 없지만 그 분을 우리나라 최고의 작곡가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분의 가곡중에서 최고의 작품은 누가 뭐래도 '접동새'입니다. 우리 사이트에도 있습니다. 그런 곡이 우리 사이트에서 최고의 히트작으로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들의 수준이 덩달아 올라가지 않을까요. 그런 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고대하고 고대합니다.

  그리고 한말씀 더하자면 우리 가곡의 문제점은
  첫째 가사와 곡이 따로 논다는 점입니다. 억양 고저장단 그리고 내용 등 등 ---
  둘째 음악어법의 문제점, 음악의 기초 이론 부터 음악의 발전, 기승전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셋째 피아노 반주의 문제점 등입니다.
  우선 이것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말은 쉬운데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서양 어법으로 는 잘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어순이 그들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의 '바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마르고 닳도록 저는 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위해 기꺼이 한줌의 거름이 될 것입니다. 한국의 바흐가 탄생하는 날, 그 날로  우리 음악은 세계의 음악이 될 것입니다. 독일음악이 세계를 지배했던 것처럼 우리 음악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그날이 하루 속히 오기를 정말 고대합니다. 그리고 저의 살아 있는 생애 안에서 보기를 원합니다. 그것을 위해 저의 생애의 모든것을 걸어 한줌의 거름이 되겠습니다.

  정말 이런 이야기에는 하고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되도록이면 끼어들지 말고 그냥 잠자코 지켜 보려했는데 참으려 했는데 나운영선생님이 거론되어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최고의 작곡가는 나운영선생님과 김순남선생님으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김형준 2008.07.30 01:47  
정덕기교수님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언어학자이며 글을 쓰는 제 입장에서 문제점으로 제시하신
첫번 째 것에 대한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만 이곳에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물론 두, 세 번째 문제점들에 대한 것들도 이야기하고 싶지만 삼가하겠습니다.

'한국의 바흐'를 기다리고 있으시다는 표현에 관심이 가서 이 글을 남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몹시 궁금합니다.

'생애의 모든 것을 걸어 한 줌의 거름이 되겠습니다'라는 비장한 말씀까지
하시는 걸 읽으며 저도 그 마음에 깊은 동감을 표명하는 바입니다.

(P.S.) 덕분에 나운영님의 '접동새'를 잘 들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이네요.
자주 열심히 듣고 공부를 하겠습니다.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 곡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인기곡(?)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분의 다른 곡들도
세밀히 듣고, 분석하고, 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를 늘 들으며
그분을 생각하곤 했는데 이제 그분이 작곡하신 가곡들을 들으면서 그분과 진솔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작곡가들이 주어진 시에 대해 어떠한 해석을 하였나에
대해 깊이 분석하는 것이 너무나도 흥미진진합니다.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감사드립니다!
BigMouth 2008.07.30 10:50  
전문가이자 당사자가 이런 비공식적인 대화에 나서기는 참 어려웠을텐데...
작곡가 정덕기님이 답글을 붙여 주셔서... 매우 감사+송구하였습니다.
더구나 전문성이 엿보이는 의견과 함께 결연한 의지까지 보여주시니,
다시금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가곡의 중흥을 기대하게 됩니다.

첫째, 나운영의 음악적 기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서양음악 어법에 어긋나는 부분도 많다는데, 대부분 의도적 시도로 보이기 때문에...
작곡가(특히 한국가곡 작곡가)로서 그런 나운영을 매우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작곡의 힘든 수고를 몰라 하는 말이지만, 나운영과 같은 시도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처럼... 서양음악의 한계나 요구에 머물거나 제약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할만한 그런 한국예술가곡 작곡가/연주회가 많아지길...

둘째, 나운영의 대표곡 <접동새>에 대해서 두가지 상반된 마음이 듭니다.
접동새가 좋은 가곡이라는 작곡가 정덕기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와 같은 좋은 예술가곡이 성악가들에게 그리 선호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동범 등 몇몇 이외에는 접동새에 심혈을 기울여 연주한 가수가 있는지...)
왜 그럴까? 결국은 작곡가들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성악가들이 접동새를 선택하지 않는 이유의 상당부분은 작곡가의 몫이라고 봅니다.

셋째, 가사와 음악의 조화 필요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적극적인 제안이 있습니다.
가곡 작곡가 대부분이 시의 이해가 뛰어날텐데도, 가사와의 조화가 여전한 숙제입니다.
언어학에서도 현대 한국어의 음성학적 다양성이 억제되는 경향이 지적되고 있는데,
가곡에서 그런 압박에 눌리지 말고 오히려 뛰어 넘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그런 구체적인 <가곡기법>이 개발/정립/전수되지 않고 있는 현실...
(과문하여 김동진 문하에 일부 한국가곡 작곡법이 사사되었다는 소문만 들었습니다.)

넷째, 뛰어난 예술가곡 작품들에 대한 적극적인 소개와 해석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그냥 무심히 감상하는 입장에서는... 접동새와 같은 가곡의 맛을 제대로 접하지 못하고
귀한 보석을 그냥 스쳐지나가는 안타까운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겁니다.
작시자/작곡가/성악가 등 한국가곡의 주체인 분들이 적극적으로... (정덕기님 처럼)
<나는 이곡이 이래서 좋다>고 그 깊은 속내를 내어 놓으신다면... 큰 도움이 되겠습니다.
한국가곡중에서도... 멋진 예술가곡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제일 절실한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예술가곡의 이해는 녹녹치 않은 장벽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기획을 통한 예술가곡의 진작 노력을 기대해 봅니다.
가곡제나 작곡경연이 대중성에 많이 치중되기 때문에... 또 다른  창구나 방식으로...
예술가곡이 나오도록 자극하는 기획이 제안/논의/실행되면 좋겠습니다.
기업이나 단체의 예술투자를 권고하는 차원에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한성훈님과 같은 개인 투자로는 예술가곡에는 한계가 클 것같기도 하고...)
<정다운 가곡><신작가곡>같은 방송 꼭지를 방어하는 것만으로는 아쉽고,
적극적인 제안과 기획을 논의해보자는 말씀입니다. (박경규회장님 등에게 부담?)
정덕기 2008.07.30 22:29  
사실 우리 가곡도 많은 작곡가님들의 노력으로 참으로 발전되었습니다.
어떤 곡들은 외국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물론 옛날 가곡에 머물러 있는 곡들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후퇴한 곡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런 곡만 찾는 안일한 성악가와 청중이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런 곡 중에 저 곡도 다수 포함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게 좋은 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 흐름이 문제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라도 전체가 전진해야합니다.
왜냐하면 음악은 역사적 산물이기때문입니다.
좋은 작품 하나 하나는 결과적으로 아무리 크더라도 하나 하나의 물방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전체의 물방울이 모여야합니다. 그래야 모여서 시냇물이 되는 것입니다.
우선 시내가 되어야, 도도하게 흐르는 큰 강도, 이루고 넓디 넓은 바다도 이루는 것입니다.
그것이 역사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우선 시냇물을 만들 Bach가 진정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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