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숙자 부부와의 만남
노숙자들이 뭐 그리 프라이드가 센 거야?
대구에서 그 멀리 안동까지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
휴대전화에 답이 없는 발신기록이 20번에 육박한다.
토요일 일찍 마치고 잔무 처리 겸 실험실에서 늑장부리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순간 들려오는 전화 소리에 이걸 받아, 말아?
망설이다가, 혹시 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노을팜의 전화다.
몇 번씩 전화를 주고받고,
프로폴리스 대구 수성 점의 체인 계약이 눈앞에 있는 고로,
귀찮지만 반가운 듯 전화를 받았다.
(프로폴리스 체인점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압)
내일 미사 후에 안동으로 놀러 오란다.
나야 괜찮지만 모든 결재는 마누라에게 있으니,
그리로 전화를 해서, 꼬셔 보라고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5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마누라 전화다.
내일 안동으로 맘이 놀러 오라는데, 가자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망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웬 걸 금방 걸려오는 마누라의 전화 답이 좀 수상하다.
맘과 팜과의 그렇게 많은 교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글쎄,
그저 나이 들어 외국에 놀러 데리고 갔다가
날 버리고 돌아오지 않도록 요즈음은
그저 마누라의 의견에 100% 맞추어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내 잘 하고 있나 하고,
확인도 하는 내가 요즈음 참 귀엽단다.
그래, 나이 들어 버림받지 않기 위해
그저 마누라를 위해 ‘딸랑 딸랑’ 살기로 했다.
지금의 오기가 훗날의 피눈물을 부를 지 어떻게 알아?
당신이 가자면 내사 그저 ‘오까이’ 나는 이렇게 산다.
선배 선생들이 쓸개 빠진 놈, 이라 그래도 난 좋다.
나는 당신의 ‘딸랑 딸랑’
이 글을 마누라가 꼭 봐야 하는데,
프로폴리스, 수금 한 것만 입금시키려다가
고마워할 팜 맘의 얼굴을 생각하며 덜 팔린 것 까지
까짓거 언젠가 나가겠지, 아니면 우리가 먹지하며,
팜 구좌로 입금을 시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불통이었다.
저녁 성가연습 후 또 전화를 했는데 불통이다. 내일 하지 뭐,
마누라 이야기로는 미사 후에 대구서 출발하면 1시간 30분 정도,
2시 정도 같이 만나서 안동시내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봉장을 찾아 구경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대구에 와서 씻고 나면
엄마는 뿔이 날 것이고,
대왕은 세종이 될 것이고,
그 분답고 더러운 가족 놈들, 조강지처들은
클럽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일을 기다리면 잠을 청했다. 어째든 나는 성공했다.
속으로 나도 가고 싶지만 겉으로는 나는 바쁜데, 모든 것을
마누라의 의견에 따라 가는 게 되었으니까
이 또한 칭찬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다음날 일요일, 아이 놈들이야 12시 넘어야 일어나는 일요일이니,
미사 후 몇 가지를 챙기면서 전화를 했다.
근데 통화가 되지를 않는다.
맘의 비밀 전화를 마누라 수신 기록을 분석하여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역시 통화가 되지 않는다.
까짓 거 안동까지 가는 동안 1시간 반은 걸리니
그 사이에야 되겠지.
요즈음은 주말에 바람 한번 안 피면,
한 주 시작이 안 되는 마누라 바람기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나도 등달아 닮아간다.
(참 바람 피는 것이 아니고 바람 쐬는 것임)
나의 애마, 아토즈밴츠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우리들의 언어들을 나누며 밀어를 즐겼다.
출발 시부터 전화를 계속 때렸다. 대답이 없다,
이놈의 전파가 주소를 못 찾는가, 도대체 대답이 없다.
군위 휴게소까지 열 번을 넘게 날려도
허공으로 퍼진 전파에 대답이 없다.
서서히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맘의 전화를 집사람 휴대폰으로 계속 때렸지만
허공 에 부서진 전파의 메아리는 들릴 일이 없다,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 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갑자기 소월님의 ‘초혼’이 생각난다.
오늘 만난다는 약속을 했으니,
전화가 이렇게 함흥차사가 될 리는 없는데, 불안하다.
사고라도 났을까? 그렇담 병원에 . . . ?
그러면서 안동댐에 도착을 했다.
참 허탈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 . .
그나마 다행은 내가 가자고 해서 이런 사건이 생겼다면
나는 벌써 죽은 목숨이다.
마누라의 청에 의해서 왔기에,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마누라를 오히려 위로했다.
팜 맘을 못 만나도,
우리끼리 얼마만의 오붓한 데이트냐 고 위로까지 하였다.
틀림없이 마누라는 감동 왕창 먹었으리라.
‘정말 내가 시집을 오긴 잘 왔어. 어떻게 내 복에 저런 남편을 . . .. ’
나를 보는 마누라의 표정에 애정이 철철 넘친다.
참 내가 생각해도 나는 괜찮은 남자다.
꼭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영감, 할망구 모양,
댐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댐에 갇힌 무심한 강물을 보며,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빠는 꼴이란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그렇다, 우리는 절대 불쌍해 지지 말자.
끝까지 전화는 안 된다.
마누라는 안동댐 부근이라 그러던데 이 근방을 찾아보잔다.
조용히 달랬다. 절대 ‘퉁’을 주지 않고,
여기서 그것도 산속에 숨어있을 그들을 찾는 것은
서울역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더 어렵다.
겨우 설득하고, 그래도 안동에 왔으니 어른 산소나 다녀갈까?
아니, 할 짓 없어 오는 자손을 보는 선조의 마음인들 편할까.
그냥 점심이나 먹자.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
기왕 먹는 거 좀 분위기 있고 깔끔한 곳에서 먹고 싶다는
마누라의 청에 현수막이라도 크게 걸린 게
좀 안 낫겠냐는 의견, 한 벽면을 가득 채운 광고
‘진정한 안동 한우를 값싸고 믿을 만 하게 먹고 싶다면 오라’는
광고에 서안동IC까지 먼 길 마다 않고 아토스는 달리고 달렸다.
겨우 찾아 자리에 앉았는데, 아무리 한우 고향이라지만
가격이 이상하다 고기값 얼마에 부대 서비스 얼마에
대구의 고급 한우 고기 집 보다 영 그시기 하다.
왜 이렇게 가격체계가 이상하냐는 마누라의 말에
주인의 불손한 태도,
한 성질 하는 마누라 그런 대접 받으며 먹고 싶지 않다고
일어 서 버린다.
그 때 마누라를 따라 나서는 나는
한 마리의 늙고 힘없는 누렁이인가? 말 잘 듣는 충견인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마누라에게 위안을 받으며,
IC에서 통행 티켓을 받고 출발, 웅~ 하는데,
웬 전화 소리,
팜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고, 다소 볼멘 소리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반가워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
팜 전화라니까 마누라의 표정도 밝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보고 가는 게 위안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어떻게 다시 돌아가지?
비상 깜빡이를 넣고 직원에게 애교 섞인 얼굴로
여차 저차 방법이 없겠냐니까.
열쇠를 가지고 회차로 바를 열어 준다.
정말 지금까지 불편하게만 느꼈던 잘 생긴 내 얼굴이
오늘은 정말로 고맙다.
직원이 내 얼굴 보더니 아무 소리 않고 열어 주더라니까.
마누라 말씀, 당신 얼굴이 잘 생기긴 참 잘 생겼데.
하느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댐에서 그 한우 집을 찾아 서안동IC까지가 보통 먼 게 아닌데,
구태여 그렇게 먼 곳을 갔던 이유가 팜의 전화가 올 때까지
시내에서 조금 이라도 시간을 더 벌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섭리였던가?
마누라 그 주인과 싸우지 않고, 포기하고 고기를 먹었더라면
팜과의 식사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비극을 막으려는 하느님의 섭리였던가?
기름 값 아까운 줄 모르고 아토스는 달리고 달렸다.
전화와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서서히 아까시아 향기가 짙어지는 것을 보니,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산속 인적 드문 곳에서의
몇 십억 분의 일의 확률을 갖는 인간의 조우,
이런 재미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을 던지고 싶다.
드디어 비포장길을 수백 미터 달리다가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팜을 만났다.
그는 분명 노숙자 노숙자가 꼭 서울역에 만 있어야 되는 법은 없다.
이렇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카시아 원에서 생활하는 그들은
또한 지하철의 그들과는 다른,
도시의 잘난 그들 보다는 차원이 다른 삶의 질을 향유하는
또한 지하철 건너 우리들과 같은 또한 세계의 사람들이다.
반들거리는 눈빛과 내만한 키를 보니 분명 팜이 맞긴 맞다.
날씨가 비교적 화창한 오후라서인지
벌들의 웅 웅 대는 소리는 흡사 장판교의 장비와 맞서고
있는 수십만의 군사들의 멀리서 들려오는 듯 위협마저 느낀다.
맘도 얼굴에 덮어쓴 안전망을 벗어들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보아하니 아직 일이 마무리가 덜 된 듯,
가지고 온 과일을 꺼내 잠시 요기를 하고,
우리는 근방 아까시아 나무사이를 데이트하고 올 테니,
천천히 마무리를 하라는 부탁을 하고,
청정 중의 청정 지역을 마누라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다시 돌아와 벌들의 마무리 작업을 구경하고 있는데,
그렇게 안전망을 쓰라는 주의를 무시하고,
용감한 척하다가 결국은 위 눈꺼풀에 한 방 쏘였지만
까짓 거 벌침도 맞는다는데,
팜의 말, 보통 벌에 쏘이면 눈이 보통 퉁퉁 붓는데,
약하게 아픈 것을 보니, 그 놈들이 이 선생 이마의 반사된 빛에 눈이 멀어 약하게 찔렀던 모양이라는 팜의 시샘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참 용감한 것 같다.
뒷정리를 한 후 근방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소 쌀쌀해진 저녁 날씨에 그래도 실내보다는
바깥이 보이는 평상이 낫다는 합의에 평상에 앉았다.
식사를 하면서 18일 어제께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던 사건을 안주 삼아 술 두병을 비웠다.
반팔티셔츠를 입은 맘이 꽤나 추워 보였다.
춥다고 이야기하면 자리를 일어서야하는 아쉬움에 견디다,
드디어 내가 돌파구를 찾았다.
내가 먼저 팜에게 손을 내밀었다.
팔씨름,
승부의 세계에서는 공동 1위가 있을 수 없으니,
서로가 불안해하는 짧고 깊은 긴장감이
어둠살이 드는 노을에, 두 마리의 숫 사자들이
잡은 손바닥은 어느새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관심 없는 체 구경하는 암사자 두 마리도 곁눈질로
이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하지 말아야 하는 시합,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끝까지 남겨야 하는데 결판이 나버렸다.
결과는 . . . . ?
내 입으로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다.
팜을 통해서 들을 수 있으리라.
결국은 어두워지는 시간을 핑계로 아쉬운 자리를 일어났다.
나의 한 잔 술에 불안 해 하는 마누라를 재우고,
아토스는 대구로 대구로 달렸다.
엄마 아빠는 어떤 중요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온다는 거짓말을
우리 아이들은 참 잘 믿어 준다.
아까시아 나무 아래의 노숙자부부여,
대자연의 축복이 그대들과 함께 하리라. 아멘!
대구에서 그 멀리 안동까지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
휴대전화에 답이 없는 발신기록이 20번에 육박한다.
토요일 일찍 마치고 잔무 처리 겸 실험실에서 늑장부리다가
살짝 잠이 들었다.
순간 들려오는 전화 소리에 이걸 받아, 말아?
망설이다가, 혹시 해서 전화를 받았더니 노을팜의 전화다.
몇 번씩 전화를 주고받고,
프로폴리스 대구 수성 점의 체인 계약이 눈앞에 있는 고로,
귀찮지만 반가운 듯 전화를 받았다.
(프로폴리스 체인점 없으니 오해하지 마시압)
내일 미사 후에 안동으로 놀러 오란다.
나야 괜찮지만 모든 결재는 마누라에게 있으니,
그리로 전화를 해서, 꼬셔 보라고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5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마누라 전화다.
내일 안동으로 맘이 놀러 오라는데, 가자는 것이다.
평상시 같으면 망설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웬 걸 금방 걸려오는 마누라의 전화 답이 좀 수상하다.
맘과 팜과의 그렇게 많은 교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글쎄,
그저 나이 들어 외국에 놀러 데리고 갔다가
날 버리고 돌아오지 않도록 요즈음은
그저 마누라의 의견에 100% 맞추어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간 중간에 내 잘 하고 있나 하고,
확인도 하는 내가 요즈음 참 귀엽단다.
그래, 나이 들어 버림받지 않기 위해
그저 마누라를 위해 ‘딸랑 딸랑’ 살기로 했다.
지금의 오기가 훗날의 피눈물을 부를 지 어떻게 알아?
당신이 가자면 내사 그저 ‘오까이’ 나는 이렇게 산다.
선배 선생들이 쓸개 빠진 놈, 이라 그래도 난 좋다.
나는 당신의 ‘딸랑 딸랑’
이 글을 마누라가 꼭 봐야 하는데,
프로폴리스, 수금 한 것만 입금시키려다가
고마워할 팜 맘의 얼굴을 생각하며 덜 팔린 것 까지
까짓거 언젠가 나가겠지, 아니면 우리가 먹지하며,
팜 구좌로 입금을 시키고 전화를 했는데 전화가 불통이었다.
저녁 성가연습 후 또 전화를 했는데 불통이다. 내일 하지 뭐,
마누라 이야기로는 미사 후에 대구서 출발하면 1시간 30분 정도,
2시 정도 같이 만나서 안동시내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봉장을 찾아 구경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대구에 와서 씻고 나면
엄마는 뿔이 날 것이고,
대왕은 세종이 될 것이고,
그 분답고 더러운 가족 놈들, 조강지처들은
클럽을 만들었을 것이다.
내일을 기다리면 잠을 청했다. 어째든 나는 성공했다.
속으로 나도 가고 싶지만 겉으로는 나는 바쁜데, 모든 것을
마누라의 의견에 따라 가는 게 되었으니까
이 또한 칭찬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다음날 일요일, 아이 놈들이야 12시 넘어야 일어나는 일요일이니,
미사 후 몇 가지를 챙기면서 전화를 했다.
근데 통화가 되지를 않는다.
맘의 비밀 전화를 마누라 수신 기록을 분석하여 알아내어
전화를 했다.
역시 통화가 되지 않는다.
까짓 거 안동까지 가는 동안 1시간 반은 걸리니
그 사이에야 되겠지.
요즈음은 주말에 바람 한번 안 피면,
한 주 시작이 안 되는 마누라 바람기에
보조를 맞추다 보니 나도 등달아 닮아간다.
(참 바람 피는 것이 아니고 바람 쐬는 것임)
나의 애마, 아토즈밴츠 안에서만 할 수 있는
우리들의 언어들을 나누며 밀어를 즐겼다.
출발 시부터 전화를 계속 때렸다. 대답이 없다,
이놈의 전파가 주소를 못 찾는가, 도대체 대답이 없다.
군위 휴게소까지 열 번을 넘게 날려도
허공으로 퍼진 전파에 대답이 없다.
서서히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맘의 전화를 집사람 휴대폰으로 계속 때렸지만
허공 에 부서진 전파의 메아리는 들릴 일이 없다,
‘허공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 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마루에 걸리었다.’
갑자기 소월님의 ‘초혼’이 생각난다.
오늘 만난다는 약속을 했으니,
전화가 이렇게 함흥차사가 될 리는 없는데, 불안하다.
사고라도 났을까? 그렇담 병원에 . . . ?
그러면서 안동댐에 도착을 했다.
참 허탈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 . .
그나마 다행은 내가 가자고 해서 이런 사건이 생겼다면
나는 벌써 죽은 목숨이다.
마누라의 청에 의해서 왔기에,
이럴 때 일수록 마음을 차분하게 마누라를 오히려 위로했다.
팜 맘을 못 만나도,
우리끼리 얼마만의 오붓한 데이트냐 고 위로까지 하였다.
틀림없이 마누라는 감동 왕창 먹었으리라.
‘정말 내가 시집을 오긴 잘 왔어. 어떻게 내 복에 저런 남편을 . . .. ’
나를 보는 마누라의 표정에 애정이 철철 넘친다.
참 내가 생각해도 나는 괜찮은 남자다.
꼭 자식들에게 버림받은 영감, 할망구 모양,
댐 휴게소에서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서
댐에 갇힌 무심한 강물을 보며,
말없이 아이스크림을 빠는 꼴이란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그렇다, 우리는 절대 불쌍해 지지 말자.
끝까지 전화는 안 된다.
마누라는 안동댐 부근이라 그러던데 이 근방을 찾아보잔다.
조용히 달랬다. 절대 ‘퉁’을 주지 않고,
여기서 그것도 산속에 숨어있을 그들을 찾는 것은
서울역에서 김 서방 찾기보다 더 어렵다.
겨우 설득하고, 그래도 안동에 왔으니 어른 산소나 다녀갈까?
아니, 할 짓 없어 오는 자손을 보는 선조의 마음인들 편할까.
그냥 점심이나 먹자.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을 먹을까?
기왕 먹는 거 좀 분위기 있고 깔끔한 곳에서 먹고 싶다는
마누라의 청에 현수막이라도 크게 걸린 게
좀 안 낫겠냐는 의견, 한 벽면을 가득 채운 광고
‘진정한 안동 한우를 값싸고 믿을 만 하게 먹고 싶다면 오라’는
광고에 서안동IC까지 먼 길 마다 않고 아토스는 달리고 달렸다.
겨우 찾아 자리에 앉았는데, 아무리 한우 고향이라지만
가격이 이상하다 고기값 얼마에 부대 서비스 얼마에
대구의 고급 한우 고기 집 보다 영 그시기 하다.
왜 이렇게 가격체계가 이상하냐는 마누라의 말에
주인의 불손한 태도,
한 성질 하는 마누라 그런 대접 받으며 먹고 싶지 않다고
일어 서 버린다.
그 때 마누라를 따라 나서는 나는
한 마리의 늙고 힘없는 누렁이인가? 말 잘 듣는 충견인가?
나에게 미안해하는 마누라에게 위안을 받으며,
IC에서 통행 티켓을 받고 출발, 웅~ 하는데,
웬 전화 소리,
팜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섰다고, 다소 볼멘 소리로 이야기를 하면서도
반가워 눈물이 왈칵 날 뻔했다.
팜 전화라니까 마누라의 표정도 밝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보고 가는 게 위안은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런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어떻게 다시 돌아가지?
비상 깜빡이를 넣고 직원에게 애교 섞인 얼굴로
여차 저차 방법이 없겠냐니까.
열쇠를 가지고 회차로 바를 열어 준다.
정말 지금까지 불편하게만 느꼈던 잘 생긴 내 얼굴이
오늘은 정말로 고맙다.
직원이 내 얼굴 보더니 아무 소리 않고 열어 주더라니까.
마누라 말씀, 당신 얼굴이 잘 생기긴 참 잘 생겼데.
하느님의 섭리는 참으로 오묘하다.
댐에서 그 한우 집을 찾아 서안동IC까지가 보통 먼 게 아닌데,
구태여 그렇게 먼 곳을 갔던 이유가 팜의 전화가 올 때까지
시내에서 조금 이라도 시간을 더 벌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섭리였던가?
마누라 그 주인과 싸우지 않고, 포기하고 고기를 먹었더라면
팜과의 식사를 포기해야만 한다.
이러한 비극을 막으려는 하느님의 섭리였던가?
기름 값 아까운 줄 모르고 아토스는 달리고 달렸다.
전화와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서서히 아까시아 향기가 짙어지는 것을 보니,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산속 인적 드문 곳에서의
몇 십억 분의 일의 확률을 갖는 인간의 조우,
이런 재미를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을 던지고 싶다.
드디어 비포장길을 수백 미터 달리다가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는 팜을 만났다.
그는 분명 노숙자 노숙자가 꼭 서울역에 만 있어야 되는 법은 없다.
이렇게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아카시아 원에서 생활하는 그들은
또한 지하철의 그들과는 다른,
도시의 잘난 그들 보다는 차원이 다른 삶의 질을 향유하는
또한 지하철 건너 우리들과 같은 또한 세계의 사람들이다.
반들거리는 눈빛과 내만한 키를 보니 분명 팜이 맞긴 맞다.
날씨가 비교적 화창한 오후라서인지
벌들의 웅 웅 대는 소리는 흡사 장판교의 장비와 맞서고
있는 수십만의 군사들의 멀리서 들려오는 듯 위협마저 느낀다.
맘도 얼굴에 덮어쓴 안전망을 벗어들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보아하니 아직 일이 마무리가 덜 된 듯,
가지고 온 과일을 꺼내 잠시 요기를 하고,
우리는 근방 아까시아 나무사이를 데이트하고 올 테니,
천천히 마무리를 하라는 부탁을 하고,
청정 중의 청정 지역을 마누라와 함께 편안한 시간을 가졌다.
다시 돌아와 벌들의 마무리 작업을 구경하고 있는데,
그렇게 안전망을 쓰라는 주의를 무시하고,
용감한 척하다가 결국은 위 눈꺼풀에 한 방 쏘였지만
까짓 거 벌침도 맞는다는데,
팜의 말, 보통 벌에 쏘이면 눈이 보통 퉁퉁 붓는데,
약하게 아픈 것을 보니, 그 놈들이 이 선생 이마의 반사된 빛에 눈이 멀어 약하게 찔렀던 모양이라는 팜의 시샘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참 용감한 것 같다.
뒷정리를 한 후 근방의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소 쌀쌀해진 저녁 날씨에 그래도 실내보다는
바깥이 보이는 평상이 낫다는 합의에 평상에 앉았다.
식사를 하면서 18일 어제께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
‘그리운 금강산’을 불렀던 사건을 안주 삼아 술 두병을 비웠다.
반팔티셔츠를 입은 맘이 꽤나 추워 보였다.
춥다고 이야기하면 자리를 일어서야하는 아쉬움에 견디다,
드디어 내가 돌파구를 찾았다.
내가 먼저 팜에게 손을 내밀었다.
팔씨름,
승부의 세계에서는 공동 1위가 있을 수 없으니,
서로가 불안해하는 짧고 깊은 긴장감이
어둠살이 드는 노을에, 두 마리의 숫 사자들이
잡은 손바닥은 어느새 땀이 송글 송글 맺혔다.
관심 없는 체 구경하는 암사자 두 마리도 곁눈질로
이 세기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 하지 말아야 하는 시합,
독자들에게 궁금증을 끝까지 남겨야 하는데 결판이 나버렸다.
결과는 . . . . ?
내 입으로 이야기는 절대 할 수 없다.
팜을 통해서 들을 수 있으리라.
결국은 어두워지는 시간을 핑계로 아쉬운 자리를 일어났다.
나의 한 잔 술에 불안 해 하는 마누라를 재우고,
아토스는 대구로 대구로 달렸다.
엄마 아빠는 어떤 중요한 세미나에 참석하고 온다는 거짓말을
우리 아이들은 참 잘 믿어 준다.
아까시아 나무 아래의 노숙자부부여,
대자연의 축복이 그대들과 함께 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