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영토 - 시도 읽읍시다
세간에 한창 뜨고 있는 "독서권장 프로그램"("하자하자하자"라던가)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만
이 TV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책읽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던 애들이
서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는 이상 신드롬을 두고
고무적인 현상으로 파악하는 관측이 지배적인 듯합니다.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청소년 독서량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좀 더 성숙한 청소년 문화가 열린다면 이 아니 반가운 일이겠습니까만
문제는 상당수 청소년의 독서 열풍이
진정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이라 보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뜨고 있는 TV 프로그램에 대해 할 얘기가 없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요행(메스컴을 타는 일)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작금의 베스트셀러만 권장하는 독서 유도 방식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 전문가의 의견이
변방의 군소리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데서 저는 비애감을 느낍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책 몇 권을 읽지 않았대서
잘못된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냐고 비아냥 거리는 걸 접할 때면
때로 분노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든 책을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베스트 북인 것은 아니지요)
몇 백 년 동안 꾸준히 읽혀 확고하게 베스트 북으로 자리잡은 책보다
가치 기준을 높게 책정하는 듯한 프로그램 진행은
얄팍한 상술(TV 프로그램도 상품이지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 여겨보면서...
다들 레이몬드 위버 교수의 얘기를 아시겠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여대생이 컬럼비아 대학의 레이몬드 위버 교수에게
요즈음 한창 인기 있는 베스트 셀러를 읽었느냐고 물었을 때의 일입니다.
교수가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 여대생은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출판된 지 석 달이나 지났으니 빨리 읽어보시라고 하였다지요.
그러자 교수는 그 여학생에게 단테의 <신곡>을 읽었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여학생이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책은 나온 지가 600년이 넘었으니 빨리 읽게."라고 했다는 바로 그 이야기..
독서가 시류를 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시류에만 묻혀버린다면 고전이란 필요조차 없는 것이겠지요.
새 작가, 새 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유행은 끊임없이 만들어질 테니깐...
내가 아는 한 양반이 최근에 읽은 책 몇 구절을 들먹이며 무척 신이 나서 떠들기에
제가 익히 알던 얘기인지라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오는 고전 한 권을 소개하였더랬는데
얼마 후에 그 양반이 내게 전화를 했더라구요.
아무래도 젊은 작가가 그 고전을 표절한 듯하다면서...
그러나 전 그게 표절이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책의 저자는 그 고전을 읽어보았을 것이고
그 고전에서 따온 것이라는 걸 굳이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니깐...
서론이 길었네요.
제가 오늘 진짜 하고싶은 얘기는 소설가의 대부분이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시는 포기하고 소설을 쓴다는 그저 그렇고 그런 얘기입니다.
그들의 시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라거나
시가 문학적으로 뒤떨어지는 양식이어서가 아니라
시를 지어서는 밥 먹고살기 힘든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시에서 소설로 전향한 일군의 작가들을 볼 때면
글을 쓰는 이나 책을 만드는 이나 책을 파는 이들이
결국에는 수요자(고객)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이 시대의 준엄한 논리, 그에 수반하여 점점 더 왜소화되어 가는 시인의 영토가
그저 안타깝게 여겨질 따름입니다.
시는 시대로 소설이나 여타 글과 마찬가지로 분명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아예 없다시피 하지요)
대학에는 시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고
시를 배웠다는 이들마저 소설로 시나리오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인터넷에서 읽을 거리로 시를 요긴하게 취급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좋은 시는 지어지기 어렵고 종국에는 시도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요.
시인은 늘 가난했지만 지금처럼 그리 서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내 시를 사랑하듯이 내 삶도 사랑해 주리라고 여기는, 그런 꿈속에서 사는 시인이 아직껏 있어
우리는 시를 인터넷에서 무시로 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인들의 분노가 폭발한다면 "소리바다 ' 사태와 같은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를 양해하는 그들 시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마음으로, 이 가을에
베스트셀러는 아니래도 자기에게 맞는 시집 한 권쯤은 사서 읽도록 합시다.
시인의 영토가 점점 왜소화되어 마침내 시가 이 땅에서 사라지기 전에...
이 TV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책읽기를 죽기보다 싫어하던 애들이
서점을 찾는 일이 잦아졌다는 이상 신드롬을 두고
고무적인 현상으로 파악하는 관측이 지배적인 듯합니다.
TV 프로그램으로 인해 청소년 독서량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좀 더 성숙한 청소년 문화가 열린다면 이 아니 반가운 일이겠습니까만
문제는 상당수 청소년의 독서 열풍이
진정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 책을 가까이 하게 된 것이라 보기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뜨고 있는 TV 프로그램에 대해 할 얘기가 없으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요행(메스컴을 타는 일)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작금의 베스트셀러만 권장하는 독서 유도 방식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 전문가의 의견이
변방의 군소리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데서 저는 비애감을 느낍니다.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책 몇 권을 읽지 않았대서
잘못된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냐고 비아냥 거리는 걸 접할 때면
때로 분노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불과 몇 달 사이에 베스트셀러의 대열에 든 책을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베스트 북인 것은 아니지요)
몇 백 년 동안 꾸준히 읽혀 확고하게 베스트 북으로 자리잡은 책보다
가치 기준을 높게 책정하는 듯한 프로그램 진행은
얄팍한 상술(TV 프로그램도 상품이지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 여겨보면서...
다들 레이몬드 위버 교수의 얘기를 아시겠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한 분들을 위해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여대생이 컬럼비아 대학의 레이몬드 위버 교수에게
요즈음 한창 인기 있는 베스트 셀러를 읽었느냐고 물었을 때의 일입니다.
교수가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 여대생은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출판된 지 석 달이나 지났으니 빨리 읽어보시라고 하였다지요.
그러자 교수는 그 여학생에게 단테의 <신곡>을 읽었느냐고 물어 보았지요.
여학생이 아직 읽지 않았다고 말하자
"이 책은 나온 지가 600년이 넘었으니 빨리 읽게."라고 했다는 바로 그 이야기..
독서가 시류를 타는 것은 어쩜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렇다고 시류에만 묻혀버린다면 고전이란 필요조차 없는 것이겠지요.
새 작가, 새 책은 계속해서 나오고 유행은 끊임없이 만들어질 테니깐...
내가 아는 한 양반이 최근에 읽은 책 몇 구절을 들먹이며 무척 신이 나서 떠들기에
제가 익히 알던 얘기인지라 그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오는 고전 한 권을 소개하였더랬는데
얼마 후에 그 양반이 내게 전화를 했더라구요.
아무래도 젊은 작가가 그 고전을 표절한 듯하다면서...
그러나 전 그게 표절이라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책의 저자는 그 고전을 읽어보았을 것이고
그 고전에서 따온 것이라는 걸 굳이 밝힐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을 테니깐...
서론이 길었네요.
제가 오늘 진짜 하고싶은 얘기는 소설가의 대부분이 시인으로 등단했다가
시는 포기하고 소설을 쓴다는 그저 그렇고 그런 얘기입니다.
그들의 시에 대한 열정이 식어서라거나
시가 문학적으로 뒤떨어지는 양식이어서가 아니라
시를 지어서는 밥 먹고살기 힘든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시에서 소설로 전향한 일군의 작가들을 볼 때면
글을 쓰는 이나 책을 만드는 이나 책을 파는 이들이
결국에는 수요자(고객)의 요구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이 시대의 준엄한 논리, 그에 수반하여 점점 더 왜소화되어 가는 시인의 영토가
그저 안타깝게 여겨질 따름입니다.
시는 시대로 소설이나 여타 글과 마찬가지로 분명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시집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고(아예 없다시피 하지요)
대학에는 시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이 해마다 줄어들고
시를 배웠다는 이들마저 소설로 시나리오로 발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인터넷에서 읽을 거리로 시를 요긴하게 취급하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면 좋은 시는 지어지기 어렵고 종국에는 시도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요.
시인은 늘 가난했지만 지금처럼 그리 서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내 시를 사랑하듯이 내 삶도 사랑해 주리라고 여기는, 그런 꿈속에서 사는 시인이 아직껏 있어
우리는 시를 인터넷에서 무시로 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시인들의 분노가 폭발한다면 "소리바다 ' 사태와 같은 일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를 양해하는 그들 시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마음으로, 이 가을에
베스트셀러는 아니래도 자기에게 맞는 시집 한 권쯤은 사서 읽도록 합시다.
시인의 영토가 점점 왜소화되어 마침내 시가 이 땅에서 사라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