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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그냥 즐긴다는 것

노을 6 751
일단은 다른사람들과 실력을 겨루려 하면
그냥 즐긴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듯 하다. 

글쓰기를 그야말로 즐겨했었다.
그러다가 어디 한 번 내볼까 하는 유혹에 슬그머니 사로잡히게 되고
한 번 그 마음이 들면 도저히 벗어나기 힘들어
급기야는 되지도 않으면서 응모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후에 겪어야 되는 그 기다림의 고통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어서
마음이 타들어가 마침내는 생선찌개 졸아붙듯 탄 내가 날 지경에 이르른다.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결국은 아무 소식도 받아보지 못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좌절이라는 날카로운 쓰라림을 맛본 후여서 겉으로만 여전할 뿐
한동안 속앓이를 해야 한다.
차라리 시도를 안 하는 게 백 번 나을 것을 하며 뒤따르는 후회까지
얹어서 자칫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내마노 가곡교실 모짜르트 카페 시절에
동호인 무대에 서신 분들의 자못 성악가 같은 가창력과
목소리를 보며,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가곡을 저렇게 잘 불러야만 한다면 우리같이 그저 즐기기만   
하는 사람에게 불러볼 기회는 없을 것 같군'
아마 그 생각의 밑바닥에는 '나도 한 번 불러보고 싶지만
깜도 아니네' 하는 은근한 솔깃함도 있었을 것이다.
그 은근한 욕심을 눈치 챈 분들의 성화로 나도 한 번 무대에 섰다.
그러나 다행히 내 분수를 잊지 않아서
애교처럼 동요 한 곡, 그것도 입술에 경련을 일으켜 가며 부르고
내려온 기억이 새롭다.

청중 앞에서 기량을 나타낸다는 일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우리는 다 안다.
프로에게 거는 기대는 이미 기대 이상이다.
그러나 아마추어에게는 그 기량 이외의 즐거움을 더 기대한다.
풋풋함과 순수함, 그리고 그 떨림까지 우리는 같이 경험하며 즐긴다.
같이 조마조마 하면서 다행히 고음처리가 잘 되면 한숨까지 쉬어가며...

글을 낸다는 일은 심사하는 사람을 눈 앞에 보지도 않으면서 졸아들지만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은 수많은 눈길 또한 의식해야 하니
더 어려울 듯 하다.
그런 면에서 무대에서 노래하거나 연주를 하는 일은 글을 써서 응모하는 일보다
훨씬 힘들고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신작가곡경연대회 광고를 듣는 순간
나는 열정이 넘치고 용감하고 또 보기에 실력도 만만치 않은
우리 동호회원들을 떠올리고
급하게 소식을 올렸었다.
그리고 참가 소식도 듣고 결과도 듣고 직접 다녀오신 분의 얘기도 들으면서
애석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서 격려하셨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참 흐뭇하기도 했다.

오늘
이런 저런 이야기들과 댓글들을 보며
그냥 즐긴다는 일이 너남직 할 것 없이 참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한 번 해보았다.
6 Comments
바다박원자 2007.11.13 14:25  
체증이 다  풀리는 가슴 시원함을 느끼는 글입니다.
누구나 혼자서 즐기는 일도 어렵지만 남 앞에서
아무리 잘 한다 해도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의 만족은 끝이 없으며
늘 채워지지 않는 빈 가슴이지요 .
뭔가 꼭 잡힐 것 같았는데 놓치고 허공만 바라보는..
 그러나 잘 하건 못 하건 남 앞에 설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부러움의 대상이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너무 잘 하려고만 한다면 진정 노래하는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겠나요.
성악가처럼 부르지 못하면 어떻고 박자가 좀 틀리면 어떻고
음정이 좀 불안하거나 숨소리가 거칠게 들리면 어떻겠나요?
기왕이면 다 지켜지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냥 우리는 우리의 가곡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연초록 2007.11.13 15:50  
노을님, 바다님, 동감입니다.
그냥 가곡을 사랑하고 즐기기에 아마츄어는 행복한 것입니다.
아는 분이 작곡 전공하셨다 하여 너무 반가와
00곡 아세요? 00님의 00곡 참 좋지요?하니
잘 모르신다고...같은 학교 안 나온 분이라 큰 관심없다 하셔서...
속으로 깜짝 놀라 '아니, 저기에도 학연이? '
많이 알면 마음이 다칠 것 같아 그냥 대화를 접었더랬습니다.
프로가 아니기에 나는 참 행복합니다.
바다박원자 2007.11.13 16:06  
연초록님!
  이제 누구신지 알았습니다.
아까 선생님의 노래<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들으며 참 잘 하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구나 제가 알고 있는 < 이선희>님의 친구분 되시고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노래하시는 교장 선생님...
프로가 아니기에 진정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



이번에  서울 올라가면 서로 인사 나누십시다. ^^*
심우훈 2007.11.13 22:09  
노을님의 글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솔직히 저도 경연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습니다만..
매인몸이 자유롭지 못하고..
솔직히 떨어지면 ..의기소침 해 질까 두렵기도해서..
노래 실력에 자신이 없어 참가 신청을 못했습니다..
제 마음을 훤히 다 알고게시는 도사님앞에 서 있는듯 합니다 ㅎㅎㅎㅎ
그냥 가곡을 사랑하고 살면 좋은일 아닌가 합니다..
淸想 2007.11.14 05:55  
그냥 우리 노랫말로 된 가곡이 좋습니다.
그냥 제 역량에 맞게 좀 쉽게(?) 부를수 있으면 더 좋습니다.
그냥 의자 깊숙히 앉아서 흥얼 거리면서 따라 부르고 조금은 부러운 눈길로
노래 부르는 모습을 바라 봅니다.
복잡하게 '내장된 컴퓨터'를 굳이 쓰지 않아도
가슴 절절한 사연... 노랫말 속에 아름다운 풍경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열렬한 환호로 박수를 드립니다. 
브라보~~~.  브라봐~~~ _()_ _()_ _()_ _()_ _()_
규방아씨민수욱 2007.11.15 23:31  
즐기면서 따라부르는....
그래서 노래가 더 좋은....
못부르는 실력이지만
듣기도 좋지만 따라부르는것은 더 더 좋은
아니다 흥얼거린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때로
무대에 올라 열창하는 모습을 상상!!
ㅎㅎ
괜히 즐겁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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