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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날, 푼수가 날린 문자 메시지

별헤아림 16 1623
미리내님과 못다한 얘기는... .

 그 해 3월 <그녀>를 쓴 이튿날인 27일부터 학교와 병원 응급실, 양쪽에 출근을 했다.
 30일 병가를 내고 두 번째 혈전용해제를 주사를 맞고는 제대로 판막이 뚫린 걸 느낄 수가 있었다.
 31일 토요일이라 병원 직원들이 퇴근하기 전에 겨우 심장촬영실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한다는 확인을 받았다. 내일 퇴원시켜 주겠다면서 링거 줄도 빼고 나니 홀가분하기 이를 데가 없다.
5월의 마지막 날, 뜰로 나오니 비 갠 뒤의 초여름 바람이 상쾌하다. 그저 공원이나 강가라도 나가지 않으면 억울할 것 같은 날씨다. 잠시 뜰의 매력에 취해 있다 문득 좀 점에 저지른 나의 푼수적(?) 행동이 생각나 웃음이 터져 나왔다.
- 난 왜 인간이 이 모양일까?-

 응급실<심혈관 관찰지역>에서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들 노인이다. 40대인 내가 올 곳은 아닌 것 같다. 뇌사로 눈만 멀겋게 뜨고 있는 35세의 얼굴 시커먼 아가씨를 제외하곤 모두가 70-80 대 노인들이다. 묘한 상실감을 느낀다.  게다가 혈전용해제 주사를 맞을 때는 혈압, 맥박, 그리고 산소 포화도까지 체크하느라 엄지손톱에 빨간 불까지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것이었다. 그것도 <집중관찰지역>에 밀고 가설랑... . <집중관찰지역>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간호실에서 가장 근접거리에 위치한 환자 중에서도 가장 문제아(?)들이 모인 곳이다. 전에도 내가 병원에 들를 때면 구경 꼭 지나쳐 가던 곳이다. 이곳을 지나다 보면 의사들이 여러 명 매달려 다리미 같은 것으로 충격 요법을 실시하기도 하고, 때로는 10여명의 친지들이 둘러서서 눈물을 짖는 가운데 여러 생명들이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생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지나다 보면 주로 침상 곁에 뭔가 주렁주렁 많이 달려 있고 의식 없는 환자가 많다. 바로 그 처절하고 진한 감정이 교차되는 곳에 내가 외 있는 것이다. 이참에 나도 병원에서 나가기만 하면 노인 행세해 버릴까 싶기도 하다. 삶과의 남은 거리. 죽음과의 남은 거리.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그 거리가 문제이다.
4일 간의 어수선한 시간이 흐르고, 하루 동안 약 조절해서 내일은 보내 주겠다는 의사를 말을 듣고 나는 비로소 큰 굴레를 벗은 느낌이다. 다시 <집중관찰지역>에서 벗어나, 달고 다니는 링거 줄도 없다. 청바지에 반팔 T셔츠를 입고 누워 있으니, 혈압 재려 와서는 환자 어디 갔냐고 한다. 환자 여깄다고 했다.
병원에 오겠다는 딸에게 오지 말라며 전화를 하고 나니, 또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끊고 나서 고개를 탁 드는 순간 , 맞은편 병상에 뭔가 눈에 들어 왔다. 남자의 거시기였다. 이상해서 다시 자세히 봤다. 100% 오픈한 상태에서 그 옆에 한 남자인턴이 서서 여자로 말하면 마치 바느질하듯 소변 줄을 꽂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스무 명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 혼자 눈치를 살핀 듯하다. 그래도 그렇지 한쪽으로 밀쳐진 커턴 좀 치고서 작업하면 좋을 텐데... . 다시 한 번 초점을 맞추었다. 난 시력이 좋아서 100 미터 전방에 오는 버스 번호도 알아보는 시력인데, 남자일까 여자일까 다시 한 번 더 본 것이다. 나이 들면 평준화 어쩌고 하더니만 참 남녀가 평준화 된 건지 내가 견문(?)이 없는 건지?
다시 고개를 돌리고 벽을 보고 있으니, 왠지 처량한 생각이 든다. 보이는 쪽도 보는 쪽도 부끄러움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하지? 이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이 며칠 전에 쓴 시의 구절이 맴돈다.
병원에 있는 나는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는 생각이... .
무심코 들고 있던 휴대폰에다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이라고 눌렀다.
어디다 보낼까? 망설였다.
친구 몇을 떠올려 봤다. 건강한 것들이 내 맘을 알 리가 없지!
만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친구하기로 한 이름을 떠 올려 봤다. 밤 12시에도 일하는 사람이니, 어쩌면 방해가 될지도? 에라 모르겠다. 그래도 나이가 좀 많은 분이 낫겠지? 어느 듯 나도 나이를 한참 더 먹은 듯. <마로니에>에서 이름을 적으면 금방 아실 연세가 좀 있으신 두 분의 전화번호를 검색해서 힘차게 날려 버렸다. 속이 시원한 것도 잠시. 10초도 지났을까 두 분 중 한 분에게서 전화가 오더니만 끊겨 버린다. 그때서야 아차 싶어서
- 병원에 있는 제 자신이 왠지 <힘없는 짐승, 쓸모 없는 짐승, 외로운 짐승>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전화가 와서 끊긴 분에게만 날렸다.
금방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군가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근간의 궁금한 안부를 여쭤 보고는 통화를 끝냈다.
잠시 까먹고 딴 생각을 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무슨 문자 메시지를 그런 걸 보내서 사람 놀라게 하느냐고 하신다.
화 나셨냐고 여쭈어 보니, 화난 건 아니지만 놀랐다고 하신다.
아마 두 분은 유명세가 있으신 분들이라, 나와는 다른 상황이 때로 발생하는가 보다. 시기를 하여 익명으로 비난하기도 하고, 장난 삼아 전화도 하고 ... .
내게는 그런 전화가 없다 시기할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 삼아 걸어 봐도 재미가 없으니까.
발신자가 표시가 실시된 후로는 고의로 잘못 걸려온 전화라곤 없다. <달콤한 전화방 어쩌고....>. < 다이어트 어쩌고> 이런 광고 메시지는 몇 번 날아 왔어도.
두 분께서 괜찮다고 하셨지만 푼수 같은 행동으로 잠시라도 놀라게 한 점 사과 드립니다.환자라서 그랬거니 이해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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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Comments
오숙자 2003.06.03 18:41  
  몸이 아펐을때 아픈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듯이
고통중에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것을 깨닫게 되고
그로 인해 또한 새로운 느낌을 얻게되는 계기도 되는것 같아요.

아플때 힘없고, 쓸모없고, 외롭다 고 생각지 마시고
육신이 활발할 수 없을때 마음으로라도 내 육신을 더욱 사랑하여
재 충전의 기회로 삼는 것도 미래를 위한 위로가 되지않을까요....

마음이 풍성한 별 헤아림 님!
곧 힘있고.쓸모도 꽤 많고, 많은 사랑받는
또한 별까지 헤아림 받는
아름다운 별헤아림님 이 될꺼에요....곧.....
소렌 2003.06.03 19:17  
  별헤아림님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플 때 우린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도 하지요. 내 말을 들어 주기만해도 위안이 되고 무거움이 한결 가벼워지잖아요. 가끔 푼수면 어떻습니까, 한 밤중에 문자 날릴만한 사람이 떠오른다는 자체만도 행복한 일이지요. 힘내고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바다 2003.06.03 19:25  
  별헤아림님!
머지않아 이렇게 될 것입니다.
힘있는 짐승. 쓸모 있는 짐승.결코 외롭지 않은 짐승

문자메세지는 정신이 초롱초롱해야만 보내지더군요
건강하시길 빕니다
평화 2003.06.03 20:57  
  별헤아림님!
지난번에 언듯 어디 편찮으시다는 언질만 하셔서
여쭤보기도 조심스럽고해서 그냥 지나쳤었는데
동안 많이 외롭고 힘드셨겠군요.
그럴땐 언제라도 제게 문자 날리셔요.
그러면 탁구공처럼 제때 화끈한 답장 날려드릴테니까요.^^
어디 문자만 보내겠어요 전화해서 끝없이 이얘기 저얘기
다 들어줬을꺼예요.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문제없으니 이젠
언제라도~~~ 아셨죠? 우린 나이 초월한 좋은친구잖아요.

별아림님! 힘내세요. 제가 매일 그대를위해 기도할께요.
오늘 문득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노래를 들려주고싶네요.*^-^*
평화 2003.06.03 21:01  
  아이고 미안혀요. 별헤아림님을 별아림님으로 오타를쳐서 에공 에공~~~!
박금애 2003.06.03 21:47  
  환하게 웃던 별헤아림님이 떠오릅니다.
예전에썼던 달작지근하면서도 유머있는 글들과 함께.
그러나 오늘은 좀 서글퍼집니다.
그리고 이곳까지 오심에 반갑고 한결 마음이 놓입니다.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가객 2003.06.04 09:02  
  별헤아림님께서 그 동안 그런 고통을 겪으셨군요.
단순한 질환이 아니었기에 마음 고생이 너무 크셨겠군요.
이제 퇴원하여 뜰이 주는 매력에 빠질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찾으셨으니
다행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우리 나이에 이르도록 살다보면 여러 난관을 거치게 되는 것같습니다.
자신 또는 가까운 주변의 사람들에게 어려움은 일어나게 마련이더군요.
그렇다 해도 인내하고 때로는 순명하는 자세로 그것들을 이겨내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닌가싶습니다.

앞으로는 별헤아림님께 그런 어려움이 일어나지 않고
학교로만 출근하셔서 사랑스런 아이들과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며
고운 글 많이 쓰는 일만이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별헤아림 2003.06.04 19:52  
  오숙자교수님. 소렌님, 바다님, 평화님, 박금애님, 가객님..!
바다님을 빼곤 모두 뵌 분들이시군요. 언젠가 바다님도 뵐 날이 있겠죠?
제 딴에 올린 글이 주제를 좀 벗어났다고(?)나 할까요. 저의 띨빨함(경상도 버전?)을
표현한다는 것이 오히려 여러 분들께 어리광을 피운 형상이 되었으니까요.
*^^*
그래도 고맙기만 합니다.
저의 건강을 연려해 주시는 여러 님들..!
게다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문자 메시지 날려고 되고
전화해서 노가리(?)를 장시간 풀어도 된다는 후원자를 확보했으니...!
<힘없는 짐승>이 힘이 솟아 납니다.
내용이 좀 그래서 망설였습니다만 동대구역 그릴에서
관음사랑님과 미리내님을 잠시 만났다 못다한 예기.. 여기에 올릴테니
시간 나면 보기로 했습니다.
소렌님과 평화님은 쪽지로 꼭 전화번호를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무섭죠?)
오밤중에 전화할까 봐서... .  ^ ^*
바다 2003.06.04 21:09  
  별헤아림님!
저는 사진에서 님을 뵈었답니다.
언젠가는 바다도 뵙게 되겠지요.
저도 별헤아림님을 만나 한 잔 걸치면서 쓰러진 술병 위로 별이 쏟아지도록 술한잔 할 날이 오리라 기다린답니다. 아무튼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별헤아림 2003.06.05 12:24  
 
.
.
 저는

바다님 뵌 적이 있습니다.

.
.
.
.

동해 바다도 뵈었고...

남해 바다도 뵈었꼬...

서해 바다는 아직...?
평화 2003.06.05 21:41  
  지는 별헤아림님 직접 뵌적 없는데 그대는 지를 오데서 봤을꼬???
그~참....희안하고 요상타???  *^-^*

그리고 어젯밤 문자로 그대에게 제 전화번호 남겼는데 똑똑히 찍혔던감요???
요담에 기회되모 꼭 써묵기요...늘 건강하고예~~~!




별헤아림 2003.06.06 11:51  
  평화님은 <꿈속에서...>

평화님의 전화 번호 9시 20분 경에 분명히 찍혀 있었습니다.

부산 가면
써 먹을 날이 있겠지요.
부산 항구도시에서
외로울 때도 써 먹을 수 있겠고...
차비 떨어져도 써 먹을 수 있겠고...

하지만
차 한 잔
술 한 잔
같이 마시자고 써 먹을 날이
꼭 있을 것 같네요.

소렌님 전화 번호도 저장해 두었습니다. 뗑~! 
바다 2003.06.06 12:16  
  별헤아림님!

언젠가는 광주에도 오시겠지요?
그러시면 차 한 잔은 멋지게 마실 수 있고
술 한 잔은 멋지게 걸칠 수 있으니 제 휴대폰 번호도 정보란에있으니
광주에 오시면 연락 주세요.

혹시 아시나요?
광주가 너무 좋아 차비가 떨어진 줄도 모르고 넋을 뺏길 수도 있지 않을지요
아니 차비가 넉넉히 있어도 바다가 그냥 고속버스비 내드릴수도 있어요.

그럼 언젠가 그 날을 기다리면서...
평화 2003.06.06 20:29  
  그래요. *^-^*
설레임으로 임을 기다리듯 그대를 기다리며 사는동안
참 행복할것 같아요.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따스해져올듯한 그대!!!
어느날 갑자기 울컥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때 기차타고 꼭 오세요.
별헤아림님! 사랑해요.

임현빈 2003.06.06 23:41  
  별헤아림님!
모두들 사랑을 표현 하시는 모습들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이 글들만 읽으셔도 건강을 회복 하실것 같아요
다음에는 더 건강하신 이야기도 쓰실 날이 있으실테죠

사랑은 나눌 수록 커진다는 말
사랑은 나눌 수록  따듯해 지는 것 인가 봅니다.
별헤아림 2003.06.12 09:23  
  임현빈님..!
음악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라 마음도 아름답고
따뜻한가 봅니다.
열심히 출근하고,
<망우공원>에서 가곡 가사도 써 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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