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꽃밭의 아버지'를 들으며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그분이 병석에 누워 합창단 식구들이 보고 싶다 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읽었습니다.
내마노 합창단이 무대에서 꽃집을 하시던 그분을 기리며 그 노래를 부르는데
얼굴도 모르는 분을 생각하며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내마노 모임에 나가기 시작한지도 그새 몇 해가 되다보니 알게 모르게
정이 들었나봐요.
다는 알지 못해도 누구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하면 마음이 참 쓰이곤 합니다.
모짜르트 카페 시절에 한지영선생님 한 번 뵌 적 있었습니다.
'청산은'을 많이 좋아하고 즐겨 부르기에 용감하게 인사를 청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또 그랬습니다.
'한지영 선생님이시지요'
'저 '청산은' 너무 좋아해요. 집에서 늘 불러요'
예의 그 조용하고 푸근한 미소로 답해주셨습니다.
무대에 올라 인사하시는 모습도 조용하고 겸손한 아름다움이 빛났습니다.
'희망으로'
무슨 격려의 노래같지만 씩씩하다기 보다 가슴에 차분히 스며드는 노래였지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기운빠지고 풀죽은 이들 모두에게 보내는 절실한 마음으로 불렀습니다.
누구나 몸은 도심에 있으며 마음은 청산을 헤매여서일까요,
청산에 대한 노래 세 곡을 부를 때 그리움으로 불렀습니다.
그날 부른 한지영 선생님의 곡들은 선생님을 그대로 닮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한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으시고 무대에 올라 흔들림없이 노래해주신 분,
성함을 미쳐 기억못해 죄송하지만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왜 그 싯귀가 생각났을까요. 윌리암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 중 한 구절이요.
은행원이 멋진 테너로 거듭나고 의사선생님께서 트럼펫으로 비목을 들려주는
아름다운 내마노의 모임, 안가거나 못가면 궁금하고 때만 되면 저절로 발걸음이 향하는 게
아무래도 옷이 함빡 젖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