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졸릴까요.
왜 이렇게 졸음이 쏟아질까요. 밥 먹고 커피도 마셨는데...
정말 나른한 오후 시간입니다.
도저히 작업을 할 수가 없어 딴 짓 좀 해야 쓸 것 같습니다.
이럴 때 어젯밤에 들은 홍일중 선생님의 휘파람 소리라도 들려오면 잠이
달아날지 모르겠어요. 휘익~
늘 아침마다 집 근처에서 울어대는 휘파람새가 저를 따라온 줄만 알았어요.
휘익~~ 휘익~~
‘여자 출연자에게만 불어주세요?’ 했더니 시침 뚝 뗀 엄숙한 얼굴로 그러시더군요.
‘아 나는 여자 출연자한테만 불어줍니다.’
‘아니 그럴 수가...’ 하려던 참에 ‘그것도 아마추어한테만...’ 하고 덧붙이시더니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앞만 바라보십니다. 아마 옆모습에 자신이 있으신 모양입니다.
아무리 좌석에 편히 앉으시라 해도 통로의 간이의자에 엇비슷하게 앉아계시는 바람에
그 멋진 휘파람 부는 모습을 그것도 두 번씩이나 보게 되었지요.
가운데 손가락과 엄지를 맞대어 고리를 만든 다음 입에 넣고 힘껏 바람을 부니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나오더군요. 반백의 수염과 무표정한 얼굴이
그 익살스러운 휘파람과 묘한 대조를 이루어 더 재미있었습니다.
민승연님, 송월당님의 솔로는 그렇게 홍시인님의 열렬한 호응으로
박수갈채와 더불어 더욱 흥겨운 여운을 남겼지요. 휘파람이 얼마나 분위기를
고조시켜주는지 새삼 놀랐습니다.
무슨 일인지 좌석이 꽉 찼어요. 옹색함이 즐겁다고 느껴진 일은 처음이었습니다.
어제 출연자들의 팬들이 몰고 온 훈풍이 아니었나 합니다만
어찌되었던 좌석이 꽉 찬다는 일은 보암직하고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더군요.
뜻밖의 아는 얼굴도 만나고 오래 궁금해 하던 세라피나님도 만나 정말 반가웠어요.
임긍수 선생님의 ‘그대 창밖에서’를 유난히 좋아하는 요들님이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노래 한 번 못 불러보고 돌아간다고
많이 아쉬워했어요.
우연히 옆자리에 앉으신 분이 임긍수 선생님 부인이셔서 소곤소곤 정담도
나누었습니다. 참 소박하고 맑은 인상이어서인지 늘 알아오던 사람처럼
그렇게 편하고 친밀할 수가 없었지요.
어제는 오히려 순서들이 너무 빨리 지나간 듯 하여 어딘지 허전해서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컸던지 돌아가실 생각들을 못하고 삼삼오오 모여계시고
사진도 찍느라 바빴지만 장소를 빌려 쓰는 입장의 한계가 절실한 시간이기도 했답니다.
그러니 뒤풀이라도 해야 할 판이지요. 못다 푼 흥들 다 석기시대에서 푸셨겠지요?
모처럼 걸음하신 김영선 선생님, 시민대학 가곡교실 가족들, 그밖에 처음 오신 분들
모두 즐거우셨는지 모르겠어요.
바람이 방향도 없이 불어대며 간간이 빗방울도 이마에 선뜻선뜻 부딪치는 봄밤,
저만치 앞에서 정치근 선생님 혼자 가시는데 긴 백발과 굽은 허리가 눈에 시렸습니다.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분의 뒷모습이 왜 그리 고적하게 보이는지요.
3월 가곡교실에 다녀가는 밤은 그렇게 깊어 갔습니다.
어제 일을 더듬어 보노라니 이제 졸음에서 좀 해방이 됩니다. 농때이 그만 부리고
다시 일을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