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선 시인작 /
황진이(黃眞伊)
노류장화(路柳墻花)*라 비웃지 마소
38년 간, 사랑이 되어 살았으니
또한, 내 앞에서
사랑이 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아, 나의 엷은 미소로
짧았던 삶을 대신 말하리
중천(中天)의 반달은 오늘도,
고요한 그리움의 잔(盞)에 들고
밤에도 푸른 바다를 뜯는,
내 님의 거문고 소리에
달빛처럼 환해진 영혼 하나
언제나 사랑이었음을 기억하며
펼쳐지고, 또 펼쳐지는
붉은 꽃잎 같은 세월 속에
곱게 곱게 안장(安葬)이 되었으니.
내 죽어서도
일점(一點) 후회없는, 사랑이 되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