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보리내음 4 223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누나와 나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힘겹게
거친 세상을 살아왔다.

누나는 서른이 넘도록 내 공부 뒷바라지를
하느라 시집도 가지 못했다.

학력이라곤 중학교 중퇴가 고작인 누나는
택시기사로 일해서 번 돈으로 나를 어엿한
사회인으로 키워냈다.
누나는 승차 거부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노인이나 장애인이 차에서 내린 곳이 어두
운 길이면 꼭 헤드라이트로 앞길을 밝혀
준다.

누나는 빠듯한 형편에도 고아원에다 매달
후원비를 보낸다.

누나는 파스칼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남모르게 한 선행이 가장 영예롭다’는
파스칼의 말을 실천하고 있다.
그런 누나가 중앙선을 넘어온 음주 운전
덤프 트럭과 충돌해 두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는 너무나 큰
불행이었다.
여자 쪽 집안에서는 내가 누나와 같이 산
다면 파혼하겠다고 했다.
그녀도 그런 결혼 생활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누나와 자신 중에 한 사람을 택하라는
그녀의 최후 통첩은 차라리 안 들은 것
만 못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로 생각
했던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실연의 아픔에서 벗어날 때쯤,
어느 늦은 오후에 누나가 후원하는 고아
원을 방문하기 위해서 누나와 나는 외출
을 하게됐다.

그런데 길에 나가 1시간을 넘게 택시를
잡으려 해도 휠체어에 앉은 누나를 보고
는 그대로 도망치듯 지나쳐 갔다.

도로에 어둠이 짙게 깔리도록 우리는 택
시를 잡을 수가 없었다.
분노가 솟구쳤다.

누나는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택시가 한 대 우리 앞에 멈추더니 갑자기
차 뒤편의 트렁크가 열렸다.
그리고 운전사 자리에서 기사가 내리는데,
놀랍게도 여자였다.

내가 누나를 택시에 안아 태우는 동안 여
기사는 휠체어를 트렁크에 넣었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캄캄한 밤이었다.
휠체어를 밀고 어두운 길을 가는 동안, 여
기사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헤드라이트 불
빛으로 길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나는 지금 아름다운 두 여자와 살고 있다.

나는 그 여자 택시 기사와 결혼해 누나와
함께 한 집에서 행복하게 살고있다.

* * * * * * * * * * * * * *
아파트 정원수에 앉아서 열심히 울음을 울고
있는 매미가 이젠 생을 다하는듯 합니다.

오늘도 기쁘고 행복한 날 되세요.

흐르는곡은 먼후일입니다.
4 Comments
강물처럼 2002.09.03 15:35  
  말씀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고 할만한 두분이로군요.
부디 행복하게만 사시기를...
박꽃 2002.09.03 23:32  
  오랫만에 훈훈하고 따뜻한
그리고 가슴아픈 이야길 접하게 되어
가슴이 뜁니다
영원히 행복하게 아름답게 사시고
행복의 열매를 가꾸는 텃밭 어서 일구시길 기도합니다
박금애 2002.09.04 19:58  
  아직도 어딘가에는 이런 따뜻한 삶이 있다니------.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이 듭니다.

보리내음님!
잘 읽었습니다.
정혜경 2002.09.04 20:09  
  부디
영원히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항상 기도드리겠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