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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계신 우리 선생님!" 전상서

김형준 4 750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선생님 생각을 하려니 눈에서 '쓰라린' 눈물이 끊이질 않습니다.

선생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신지 거의 4년이 다 되어갑니다.
전혀 믿을 수가 없습니다.

돌아가시기 3일전 병상에 누워계신 선생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진통 주사를 너무 많이 놓아서 퉁퉁 부운 선생님. 나의 선생님!
폐에서 시작한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되어 의식도 거의 없으시던 내 님이여!
그토록 지적이고 잘 생겼던 얼굴이 매우 흉하게 변해버렸군요.

그곳 하늘나라에서는 선생님의 멋진 모습을 다시 찾으셨습니까?

나 자신도 교통사고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여
반쯤 죽은 상태인 채로 찾아가 뵌 나의 스승이시여!

"거의 같은 때에 이 세상을 더불어 떠날 수도 있었습니다.
혼자 가시는 것이 외롭고 쓸쓸하셨나요?
저 대신에 제가 그토록 사랑하던 순백의 어린 강아지를 데려가셨습니까?"
그 강아지와 더불어 제 마음의 일부도 선생님을 따라 갔습니다.
선생님도 관심과 애정의 일부를 제게 남겨두고 가셨으리라 믿습니다.
 
하늘에서 잘 지내고 계신지요?
선생님이 사시는 그 곳은 분명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믿습니다.
선생님의 삶이 평화로왔고 아름다우셨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인이셨던 나의 선생님!
영국시와 미국시를 가르치셨던 나의 선생님!

아무에게도 함부로 반말을 하지 않으셨던 내 선생님!
자신이 지도하는 20대 학생들에게도 늘 존대말을 쓰시던 선생님!

인격적인 삶의 대명사였던 우리 선생님,
그 인품의 향기에 주변 모든 사람들이 흠뻑 취해 살았었는데.....

늘 다른 이들을 먼저 배려하셨던 내 스승이시여!
항상 겸손하시고, 선배 학자들을 모시고 따르며 챙기시던 님이시여!
후배들도 변함없이 정중하고 예의있게 대하시던 나의 훌륭한 역할 모델이여!

미안합니다!
이 세상에 함께 사시는 동안 더 자주 찾아뵐 것을....
좀 더 잘 해 드릴 것을.....

남들 앞에서 격의없이 나를 흉보시던 것이
나에 대한 커다란 애정 표현이었던 것을 이제는 잘 알 것 같습니다.

어느 누구도 흉보거나 비난하질 않던 당신에겐 내가 그토록 친한 존재였다는 것을......
너무도 허물없이 느끼셔서 그러셨다는 것을...
점잖기만 하고, 예절 바르시고, 늘 무거우셨던 분이셨는데.

본인이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과 교인들을 잘 섬기고
항상 진실하셨던 분이신데..

남들 앞에서 가끔 날 야단치시는 것이 무안하고 화딱지 나서

'둘이 있을 때만 야단치시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러지 마세요.
 그러시면 제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뭐가 되요.'

하고 내가 참다 못해 드디어 항의를 하며 반격의 칼을 꺼내 들자,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오랫동안 묵묵히 계시다가

'아무나 야단치는 것도 아닌데....'

하시고 입을 다무셨던 내 선생님!
그 이후 다시는 다른 이들 앞에서 내 흉을 보지 않으셨었네.

미안해라, 죄송해라!
그냥 자유롭게 내 흉 보게 하실 것을.....

아무리 친한 제자에게도 반말을 안하시던 분이
유독 내게만 반말을 하셨었다.
 
내가 그토록 편했나 보다.
선생님과 매우 가깝던 제자들도 의아스럽단다.

'너무나도 가까왔나봐요.
그 분 밑에서 박사 논문 지도를 받은
선후배들에게도 반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요.'

"이젠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이야기를 책으로 쓰겠다고
맘만 먹고 아직도 실천을 못하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선생님!"

하늘에서 잘 살고 계세요!
제 마음 속에서 늘 함께 계세요!

조금이라도 선생님 더 닮은 삶 살다가 가렵니다.
또 멍청한 짓 하면 꾸짖어 주세요!
많이 많이요. 언제든지요.

선생님 계신 곳에 가게 되면
다신 안 대들 겁니다.

천국에 있는 다른 이들 앞에서 저를 흉 보셔도
아무 말 안 할게요.

잘못 했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선생님 말씀대로 늘 하려고 노력할게요!

곧 책을 쓰겠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선생님을 알 수 있도록....
선생님과 같이 착하고 진실되고 예의바른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나도록.....

잘 지내세요, 하늘나라에서!
하느님! 선생님 닮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 선생님의 하느님이시여!
늘 선생님을 평안과 기쁨 가운데 살게 해 주세요.

미안합니다, 선생님! 아직도 이렇게 못난 사람으로 남아 있어서.....
다음에 연락할 때까지 잘 지내세요.


이생에 있는 못난 제자가.....
다음 생으로 가신 존경하며 사랑하옵는 선생님께......
4 Comments
바 위 2006.05.11 04:26  
  스승 님  그리움 야  해도 달  다 알지요

선생님 순정고움  세월도 안다 하오

배움이 끝 침이 없다  스승님이  남겼소
규방아씨(민수욱) 2006.05.12 13:18  
  스승님 아니 저에게는 선생님 두분..
언제나 이맘때면 수욱아 하고 불러주시던 김격진 선생님
또 한분
분홍 립스틱을 바르시던 뚱보아지매 이명자 선생님...
김형준 2006.05.12 13:24  
  바위님!
왜 인간은 조금 더 지혜로울 수 없는 걸까요?
함께 계시는 동안 좀 더 마음을 살펴 드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정성껏 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음 생에서 또 만나 뵈면 좋은 벗 되드리고
즐거움을 드리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김형준 2006.05.12 13:26  
  아씨님!
얼마나 기쁘세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정겹게 이름을 불러 주시는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다음 주 월요일은 '스승의 날'입니다.

찾아 뵙거나 마음 속으로 그리워할 선생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맙고 축복 받은 일이라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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