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복숭아를 그리는 중
그 1
김삿갓이 환갑 잔치집에 갔다가 푸대접에 심드렁하여
*彼座老人不似人 (저기 앉은 늙은이가 도대체 사람같지 않다)
하고 약을 올려 아들들이 분노하여 일제히 달려드니
*疑是天上降眞仙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 와 앉은것 같다)
달래놓고 이번에는 칙사대접을 받으면서 슬며시 다음 구를 던졌다.
*其中七子皆爲賊 (그 일곱 아들은 다 도적놈이다)
술과 음식을 포식한 김삿갓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자리를 떠났다.
*偸得天桃獻壽宴 (천도를 도적질 해다가 수연에 드렸다)
그 2
具尙시인과 李仲燮화백은 막역한 친구였다.
병으로 시인이 입원하여 문병하러 여러 사람이 다 거처갔는데
기다리는 화백은 정작 나타나지를 않더니 몇날이 지나서야 왔는데
위문품으로 꾸러미를 하나 들었다.
예끼 이 사람 왜 늦었어 하는 역정에 화백은 머리를 걱적이며
(선물 살 돈은 없고) 이걸 그려 오느라 늦었다는데
많이 먹을수록 오래 산다는 먹음직한 천도복숭아 그림이 아닌가
그 3
옛 이야기로 들을 때는 천도니까 하늘에서 따오는 복숭아인줄로만
알았는데 이제와서 알고보니 복숭아의 첫 열매를 의미하고 이것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이 있다.
그 4
이 미완의 천도복숭아는 환갑의 산처녀님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