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밑에 선 봉선화야
길섶이나 어느 집 울타리 밑에서 키가 웃자란 봉선화를 본다.
어느새 여름이 그 막바지에 들어섰음을 느낀다.
봄에 전철역에서 농협 직원들이 봉선화 씨를 나누어주기에
받아놓고 심지도 못한 게으름이 생각이 난다.
올 여름에도 또 봉선화 물을 들이지 못하고 가을을 맞게 되었다.
해마다 벼르기만 하고 들이지 못하는 봉선화 꽃물,
그 선연한 붉은 색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린 시절에는 여름에 치르는 가장 중요하고 재미난 일이
손톱에 봉선화 꽃물 들이는 일이었지.
장마가 그치고 뜨겁고 건조한 날이 계속되면
봉선화 꽃잎이랑 이파리를 따서 꾸득꾸득 말린 다음
넓적한 돌 위에 놓고 백반을 섞어 콩콩콩 짓이겨 놓는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는 세 딸들 손톱 위에 그것을
얹은 다음 낮에 따다 놓은 아주까리 잎으로 돌돌 말고
굵은 실로 칭칭 동여맨다.
때로는 살에 물들지 말라고 밀가루를 개어 손톱 주위에
돌아가며 붙이기도 한다.
손가락마다 새큼하고 풋내 나는 초록색 골무를 끼고
열 손가락을 벌린 채 자리에 누우면 동여맨 손가락이
욱신욱신거린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곱게 물들어 있을
손톱을 생각하며 기대에 차서 얌전하게 자야지 마음먹고
잠이 들지만 아침이면 손가락 몇 개는 비어 있기 일쑤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손가락에서 동여맨 아주까리 잎을
살살 풀어내면 손가락은 엷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퉁퉁
불어서 실로 동여맨 자국이 뚜렷하다.
가끔은 타는 듯한 붉은 색으로 착색이 잘 되기도 하지만
분홍색으로 연하게 물이 들어 있으면 왜 그리도 속상하던지...
손가락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연한 꽃물도 다 빠지고 손톱에만
붉은 꽃물이 선연하게 보이면 그때 본격적으로 손가락은
손톱 덕분에 화사해지고 빛나게 된다.
소녀들이나 여인들은 누구 손톱에 물이 더 잘 들었는지 서로
보여주며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손톱이 점점 길어 손톱 뿌리 부분이 하얀 초승달처럼 나오며
점점 커져 반달 모양이 되다가 나중에는 손톱 끝에만 붉은
초승달이 뜰 때가 되면 여름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이 바빠져서인지 그 아름다운 풍습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매니큐어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손톱 치장해주는 직업도 생겼다지만
나는 봉선화 꽃물 곱게 든 손톱이 더 정답고 이쁘다.
마치 옛날 얘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봉선화 꽃물이 나는 왜 해마다 아쉽고 그리운 지 모르겠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너도 소녀들 손톱을 곱게 물들여 주던 그때가 그리울까?
어느새 여름이 그 막바지에 들어섰음을 느낀다.
봄에 전철역에서 농협 직원들이 봉선화 씨를 나누어주기에
받아놓고 심지도 못한 게으름이 생각이 난다.
올 여름에도 또 봉선화 물을 들이지 못하고 가을을 맞게 되었다.
해마다 벼르기만 하고 들이지 못하는 봉선화 꽃물,
그 선연한 붉은 색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어린 시절에는 여름에 치르는 가장 중요하고 재미난 일이
손톱에 봉선화 꽃물 들이는 일이었지.
장마가 그치고 뜨겁고 건조한 날이 계속되면
봉선화 꽃잎이랑 이파리를 따서 꾸득꾸득 말린 다음
넓적한 돌 위에 놓고 백반을 섞어 콩콩콩 짓이겨 놓는다.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는 세 딸들 손톱 위에 그것을
얹은 다음 낮에 따다 놓은 아주까리 잎으로 돌돌 말고
굵은 실로 칭칭 동여맨다.
때로는 살에 물들지 말라고 밀가루를 개어 손톱 주위에
돌아가며 붙이기도 한다.
손가락마다 새큼하고 풋내 나는 초록색 골무를 끼고
열 손가락을 벌린 채 자리에 누우면 동여맨 손가락이
욱신욱신거린다. 그래도 내일 아침이면 곱게 물들어 있을
손톱을 생각하며 기대에 차서 얌전하게 자야지 마음먹고
잠이 들지만 아침이면 손가락 몇 개는 비어 있기 일쑤다.
가슴을 두근거리며 손가락에서 동여맨 아주까리 잎을
살살 풀어내면 손가락은 엷은 분홍빛으로 물들어 퉁퉁
불어서 실로 동여맨 자국이 뚜렷하다.
가끔은 타는 듯한 붉은 색으로 착색이 잘 되기도 하지만
분홍색으로 연하게 물이 들어 있으면 왜 그리도 속상하던지...
손가락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연한 꽃물도 다 빠지고 손톱에만
붉은 꽃물이 선연하게 보이면 그때 본격적으로 손가락은
손톱 덕분에 화사해지고 빛나게 된다.
소녀들이나 여인들은 누구 손톱에 물이 더 잘 들었는지 서로
보여주며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손톱이 점점 길어 손톱 뿌리 부분이 하얀 초승달처럼 나오며
점점 커져 반달 모양이 되다가 나중에는 손톱 끝에만 붉은
초승달이 뜰 때가 되면 여름은 이미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세상이 바빠져서인지 그 아름다운 풍습이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매니큐어의 종류도 다양해져서 손톱 치장해주는 직업도 생겼다지만
나는 봉선화 꽃물 곱게 든 손톱이 더 정답고 이쁘다.
마치 옛날 얘기가 되어버린 것 같은
봉선화 꽃물이 나는 왜 해마다 아쉽고 그리운 지 모르겠다.
울밑에 선 봉선화야
너도 소녀들 손톱을 곱게 물들여 주던 그때가 그리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