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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한이 아니외다

현규호 3 736
하산하는 길에 등산로가 아닌 길로 들어섰다. 얼마쯤을 지나쳐왔을 때다. 갑자기 앞 풀섶에서 푸드덕거리는 소리가 났다. 새끼를 거느린 꿩이였다. 날지도 못하는 새끼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껴 어미와 반대 방향으로 피해가고 있었고 그것이 내 쪽이였다. 새끼에 돌발 행동에 애탄 어미는 날아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어쩌랴 난 너희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는 데, 그 자리를 빨리 피해주는 것이 상책이리라. 내려오던 길을 되지퍼 올라갔다. 힘들어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내 쪽이지 꿩 쪽은 아닐테니.

학창시절 빈 강의실에 들어가니 "김일성 동지 만세"란 글이 칠판에 대문짝 만하게 쓰여있다. 보기 민망하여 지우개로 막 지우려는 참에 전혀 모르는 학생이 들이 닥치며 '형씨, 정도가 좀 지나쳤네요.' 한다. 난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고 칠판에 글을 지웠다. 그 때는 박정희 대통령 유신 때다. 아침 일찍 산에서 내려오지는 않았지만 '너 간첩이지'하면 그 순간부터 간첩으로 곤욕을 치러야 하는 때이니 만큼 등골이 오싹했다.

5,6년전 일이다. 중소기업청에 볼 일이 있어 한 여름에 과천행 지하철을 자주 타던 때이다. 사당역에서 갈아타고 남태령을 벗어나면  경마가 없는 날이면 무척이나 한가한 시간이다. 왠 아가씨 옆에 앉아 신문을 들척이며 과천청사까지 갈 요량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는 데, 옆 아가씬 잠이 깜박왔나 보다.  나도 신문을 뒤적이다 그녀의 팔을 스척했다. 화들짝 놀란 아가씨는 나를 위 아래로 흘겨보며 황급히 옆 열차로 가버렸다. 졸지에 치한이 되였다. 그 아가씨와 나 외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얼마 전에 내 글에 어느 시인님이 답글을 쓰셨다. 나도 그 답글에 댓구를 짤막하게 달았다. 조금 후에 보니 정말 오해에 소지가 다분히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 시인님은 내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고,나도 그낭 지나치기가 거시기해서 또 사과를 하고. 아무튼 직접 뵙고 사과를 드려야 하는 데, 아직도 그분이 내 앞을 지나치시는 일은 발생않했다.
어제는 내 처지 한탄에 묘한 글을 접하고 이 글이 날 욕보이는 글이나 아닌지  한참을 생각하다 답을 못얻고 오늘을 맞았다. 지금보니 별스런 글도 아님이 보인다.
오숙자 교수님 싸이트에 접속하면 크릭하는 순간 조금 언짢은(?) 일을 당한다. 접속할 때마다 손님이란다. 처음에는 회원이 되기위한  특별한 기준이 있는 가 보다고 생각했다. 하루는 회원이 되기 위한 그 기준이 알고 싶어 짧은 글을 남기고 나왔다. 컴퓨터가 교수님 자신도 몰라보는 오작동을 하기 때문이라신다.

조그맣고 하찮은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나로서의' 대접을 못받고 있구나하는  서운한 생각이 들적이있다. 그때 그때 시시비비를 가릴 수도 없고, 그냥 넘어가자니 왠지 개운치가 않다. 또 시비를 가린답신다고 하다가 싸움판이나 되지 않으까 하는 기우...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않고 오이 밭에서는 신들메도 고쳐매지 말라는 선인들의 염려가 새삼 피부에 와 닿는다.
3 Comments
해야로비 2005.07.09 13:26  
  하찮은것 하나도 소홀히 넘기지 않으시는 현규호님~~
세심하시고...정확하시어...잘못된것은 바로 잡아야 개운하시지요?

근데...바로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아서..
그저...바라다 보고 있으면...잡혀질때가 있더군요.
바로 잡으려다 부러질까봐....겁나...기다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바로잡혀 지는것....

제가 너무 비겁한가요?
슈토팽.윤 2005.07.09 21:14  
  현선생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소인배라 앞에것만 보고 듣고 판단하거든요...^^
더 넓은 도량을 공부하겠습니다.

해야로비님..
뭐든 자연스럽게 잡혀가는것이 무탈하리라 생각합니다...
김메리 2005.07.10 19:57  
  심각한글 같은데 왜 저는 재밌게만 읽죠? 나는 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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