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어느 날 친구의 시 한 편을 읽게 되었는데 전혀 생소한 말 한 마디가 있었다
‘丁香을 꿈꾸며...’
“丁香이 무슨 뜻이지?”
“丁香은 靑馬가 평생을 두고 사랑한 이영도 시인이야.
넌 연애편지도 안 써 보았구나!”
“그래, 나는 연애편지 한 번도 못 써본 바보였다. 이래도 바보고 저래도 바보다”
“누구나 젊은 시절 연애편지를 쓸 때는 靑馬의 편지가 모델이 되어
으례히 보게 된다는 뜻인데 너 오해 안했지?”
“그럼, 오해는 무슨 오해를...”
그 날 이 후 도대체 얼마나 열렬한 사랑의 편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그 편지들을 읽게 하고 흉내내게 하였을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좀 알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전혀 모르는 무식한 나.
나는 언젠가는 그 분들의 성결한 사랑의 편지를
때가 늦었지만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연말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
작년 12월 말 경에 눈이 제법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운데도
혼자서 눈 노래도 부르고 동요도 흥얼거리며
눈길을 걸어 충장로에 있는 서점을 찾아갔다
먼저 음악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산 다음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그 책은 아주 오래된 책일텐데 아직도 있을까?
중년여인이 그 책을 찾는다고 웃지는 않을까?
왠지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게 되고 뭔가 훔치러 온 사람처럼
연신 두리번거리곤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청마의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 라는 책이 있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혹시나 그 책이 없다고 할까 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점원이 없다고 할까 봐 저만치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데
“여기 있습니다.”
“아! 있었군요.”
마치 거저 주기나 한 것처럼 고마워하며 돌아서는
내 모습이 너무나 우스웠다
도대체 이 나이에 누구에게
연애편지를 쓰려고 이 책을 샀는지...
읽어보려고 샀는지...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청마처럼 뜨거운 가슴이 되어
밤마다 조금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유성에게 악보를 부치려고 우체국에 들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부쳐보는 편지라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편지를 넣는지도 잘 몰랐다
우표값은 단돈 190원
겉봉에 서툴게 써진 내 글씨를 보며 나는 丁香이 아닌
또 하나의 靑馬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여자이지만 丁香이 되는 게 아니라 靑馬가 되어
靑馬같은 뜨거운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우표를 붙이며 속으로 말해본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나는 홀연히 우체국 문을 나섰다
유성님께 악보를 부치던 날 2003.2.4
어느 날 친구의 시 한 편을 읽게 되었는데 전혀 생소한 말 한 마디가 있었다
‘丁香을 꿈꾸며...’
“丁香이 무슨 뜻이지?”
“丁香은 靑馬가 평생을 두고 사랑한 이영도 시인이야.
넌 연애편지도 안 써 보았구나!”
“그래, 나는 연애편지 한 번도 못 써본 바보였다. 이래도 바보고 저래도 바보다”
“누구나 젊은 시절 연애편지를 쓸 때는 靑馬의 편지가 모델이 되어
으례히 보게 된다는 뜻인데 너 오해 안했지?”
“그럼, 오해는 무슨 오해를...”
그 날 이 후 도대체 얼마나 열렬한 사랑의 편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그 편지들을 읽게 하고 흉내내게 하였을까?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는 좀 알 것 같은데
그 외에는 전혀 모르는 무식한 나.
나는 언젠가는 그 분들의 성결한 사랑의 편지를
때가 늦었지만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연말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이 거의 마무리가 되어
작년 12월 말 경에 눈이 제법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운데도
혼자서 눈 노래도 부르고 동요도 흥얼거리며
눈길을 걸어 충장로에 있는 서점을 찾아갔다
먼저 음악서점에서 필요한 책을 산 다음 대형 서점으로 향했다
그 책은 아주 오래된 책일텐데 아직도 있을까?
중년여인이 그 책을 찾는다고 웃지는 않을까?
왠지 주위 사람들을 살펴보게 되고 뭔가 훔치러 온 사람처럼
연신 두리번거리곤 하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청마의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 라는 책이 있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혹시나 그 책이 없다고 할까 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점원이 없다고 할까 봐 저만치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데
“여기 있습니다.”
“아! 있었군요.”
마치 거저 주기나 한 것처럼 고마워하며 돌아서는
내 모습이 너무나 우스웠다
도대체 이 나이에 누구에게
연애편지를 쓰려고 이 책을 샀는지...
읽어보려고 샀는지...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청마처럼 뜨거운 가슴이 되어
밤마다 조금씩 읽어가기 시작했다.
오늘은 유성에게 악보를 부치려고 우체국에 들리게 되었다
오랜만에 부쳐보는 편지라 우표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편지를 넣는지도 잘 몰랐다
우표값은 단돈 190원
겉봉에 서툴게 써진 내 글씨를 보며 나는 丁香이 아닌
또 하나의 靑馬가 된 기분이었다
나는 여자이지만 丁香이 되는 게 아니라 靑馬가 되어
靑馬같은 뜨거운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그리고 우표를 붙이며 속으로 말해본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그리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나는 홀연히 우체국 문을 나섰다
유성님께 악보를 부치던 날 20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