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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 생진 -

평화 4 1798
그리운 바다 성산포

아침 여섯 시

어느 동쪽이건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운다.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 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눈으로 살자
4 Comments
오숙자 2003.02.02 14:57  
  바다가 보고싶어서
바다가 있던 자리로
바다를 보러 갔더니

그곳엔 바다는 보이지 않고
덤프트럭이니, 포크레인이니,
산더미 같은 모래둑만 쌓여.......

조병화 시인의 시 <바다를 보러> 란 싯구 가 생각납니다.
평화님이 올려준 <그리운 바다 성산포>  감명깊게 읽었어요.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하고
술운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하고...

그리운 성산포의 바다도 문명의 이기에 홰손되지 않고 그리움이 가득찬 그섬과 바다가
영원하길 바랍니다.
평화 2003.02.02 23:09  
  교수님!
시 읽으시고 좋은 느낌 받으셨다니 기분이 참 좋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 어느날인가 이 시를 라디오에서 듣고선
그 때부터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별러다 제주도 성산포에 갔을때 아름다운 에머랄드빛
바다를 내려다보며 속이 훤히 보이는 투명함에 그만 매료되었지요.

또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에 영혼을 묻은 '버지니아 울프'도 생각났어요

할수만 있다면 그리움이 없어질때까지
딱 한달만이라도 성산포에서 살고싶네요.

그래도 이따금 살아가는것이 쓸쓸해질땐 성산포는 아니지만
차를 몰고 가까운 해운대 바다로 달려가는 행복을 누려봅니다.

교수님!
계미년 한해 더욱 건강하시고 마음속에 소망하는일 뜻대로
잘 이루어지시고 날마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가객 2003.02.02 23:19  
  바다...
파도가 잔잔할 때에는 잔잔함대로
흉용할 때에는 흉용함대로
바다는 언제나 우리들의 가슴 속에 벅찬 감동의 물결을 짓지요.

평화님이 올려 주신 '이생진님'의 시를 읽으면서,
대지를 적시며 건너와 대숲에 부딪히는 바다바람 소리에서
대자연의 경이와 신비를 가슴 가득히 얻곤 했던
어린 시절을 다시금 추억하며 커다란 행복을 느낍니다.
평화 2003.02.03 09:55  
  가객님!
대숲에 부딪혀 아름다운 울음을 토해내는
은빛 파도를 타고온 바닷바람 소리를
잿빛 아스팔트 위에서 기억하노라면
참으로 쓸쓸한 기분이 들것 같네요.

그래도 추억속의 바다는 님의 가슴 속에서
늘 평온한 모습으로 넉넉하게 살아 출렁이도록
놓아두세요.

때로는 갈매기의 청량한 울음 소리도 들으며
짭짤한 갯내음도 맡으며 행복햇던 어린날의
기억들을 되살리며 행복에 젖을 수 있도록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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