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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팔공산> 초연

별헤아림 8 1429
이수인 선생님 댁에서 <팔공산> 초연
권선옥(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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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의 반주에 의한 문상준 회원님의 연주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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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로부터 <파랑새 작곡가회>의 작곡가 진동주님, 작곡가 김애경님, 작곡가 이수인 선생님,
작곡가 신상춘님 그리고 동호회원 테너 문상준님. -

지난 5월 13일 토요일 오후 한 시가 넘어서 이수인 선생님 댁에 전화를 드렸다.
대단한 인간도 아니면서 서울에 올라온다고 미리 약속하기도 무엇해서 무작정 상경한 것이었다.
예술의 전당 근처의 예식장이라시며 집에 할머니께서 계시니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하셨다.

선생님 기다리느라 할머님과 과일도 깎아먹고 커피도 한 잔 마셨다.
다시 전화벨이 울리길래, 객 주제에 받아 보았습니다. 보통 때는 2-30분이면 되는 거리인데 차가 밀리니까, 소파에 누워서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서 기다리라는 사모님의 시원스런 말씀에 정말 소파에 누워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문상준님께 전화를 했다. 10 여 년 전에 업무상 선생님을 만난 인연이 있단 얘길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가곡 매니아 치고 이수인 선생님 댁에 오시라고 하면 거절하실 분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체육대회가 거의 끝났다면서 집도 전철 한 정거장 거리니까 오겠다 하신다.

내외분께서 들어 오시고, 곧이어 <파랑새작곡가회>의 작곡가 분들이 오셨다. 선생님께서 작곡가분들과 소개를 시켜 주시는 과정에서 '김애경 작곡가'라는 말씀에 '박수진 시인의 옆지기 다른 김애경 작곡가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김애경' 이 바로 이 '김애경'이라고 하셔서 놀라면서 바라보니, 참으로 조신하고 조용조용 품위 있는 분이셨다. 곧바로 회원님 길 안내를 위해 잠시 골목에 나갔다 오는 사이에, 이수인 선생님께서 벌써 악보를 펴 놓으시고는 커피 한 잔을 또 주신다.

불러 보자고 하시며 저를 쳐다 보시는데...... , (위기)
얼른 뒤 따라 들어오는 문상준님께 넘겨 버렸다.
노래라면 음치에다, 음표를 봐도 까막눈인 나에게
동호회원 문상준님은 그야말로 구세주 중의 구세주였다.

이미 우편으로 <팔공산>악보를 전해 받고 바로 김경선 원장님과 문상준님께 악보를 보낸 터였다.
집에서 아드님 반주로 한 번 불러 보았다는 회원님의 말씀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팔공산' 초연이라시며 이수인 선생님 피아노 앞에 앉으셨다.
나는 공연장에서 처음 연주되는 것을 '초연이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께서 이것이 초연이라고 하셨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시원스레 뿜어져 나오는 테너 문상준님의 목소리.
악보를 받아 봐도 나는 그야말로 눈이 보이지 않는 헬렌켈러이다.
처음 들어보는 <팔공산>.
헬렌 켈러가 펌프의 물을 손으로 느끼며 '물(water)'이라는 단어를 익히듯,
나는 누가 노래를 불러 주어야만 비로소 내가 쓴 노랫말이 작곡가 선생님에 의해서 어떤 빛깔로 어떤 형태로 만드어진 옷을 입고 나타났는지 알 수가 있다.

지난 달 29일 내마노 공연에서 편치 않다시던 목소리가 다 회복된 듯
'팔공산' 노랫말의 의미가 한 구절 한 구절 거침없이 청각적으로 형상화 되어 가는 순간
그야말로 가슴 벅찬 전율이 느껴졌다.
연주가 끝나자, '은행나무 아래서'의 작곡가 김애경 작곡가를 비롯하여 모두 박수를 쳤다.
이수인 선생님께서도 매우 기분이 좋으신 듯, 고개를 끄덕이시며 한 번 , 두 번, 세 번 반복하셨다.
아파트가 아니라 돈은 되지 않아도, 이 집에서 엄정행, 박세원, 강무림 ... 모두 노래를 불렀다시며,
문상준님께 미성이라며 자주 보자고 연락처를 적으려 하셨다.
그리고 가곡집과 CD를 챙겨 주시면서 한 개밖에 없는 것은 문상준님만 주시면서 총애하셨다. -

팔공산
권선옥 작시 / 이수인 작곡

- 1 -
팔공산 비로봉에 봉황이 높이 나니
고난 넘어 왕건이 후삼국 통일했네
골짝마다 맑은 소리 기원 담아 오르면
갓바위 석조여래 만호중생 굽어보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 2 -
달구벌 감싸듯이 둘러 선 너른 품새
오동나무 보랏빛 꽃 그 향기 넘쳐나네
몸 바친 장절공 왕산 아래 흙을 깨워
임금 신하 굳은 믿음 목숨도 바꾸었네
화창하게 살아볼 날 태양아 더 빛나라
새 숨결 열리도록 팔공산아 우뚝 서라

<2005. 4. 8.>

<참고1.> * 만호중생(萬戶衆生) : 억조―창생 (億兆蒼生)[―쪼―][명사] 수많은 백성. 온 세상사람.
<참고2.> * 동인 시집 <섬은 물소리를 듣지 않는다> (2005. 12.) 모닥불 시선2 수록
8 Comments
수패인 2006.05.16 16:07  
  멋진 만남을 가지셨군요.모두 그 방면에 전문이신 분들께서 만나셨어요.
하나쯤 비전문가인 제가 관객으로 있었어도 좋았을 자리인데..
집도  병원도 그곳에서 멀지 않구..
문테너님의 미성에 대한 부러움은 평생토록 갈것 입니다.
김경선 2006.05.16 16:38  
  축지법을 사용하시는
별님의 시가 이수인선생님을 만나니
또 다른 맛이 나네요.
가곡을 미치도록 사랑하다보면
우리들도 문테너처럼 이수인선생님 곡을
초연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수수한 가곡의 산실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버그린 2006.05.16 19:29  
  별~님!
팔공산이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시가 이수인 선생님의 곡으로
아름답게 탄생되었네요.  언제쯤 들어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강하라 2006.05.16 21:14  
  정다운 가곡 시그널 뮤직을 들을 때마다 이수인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궁금했는데-- 아~ 쇼핑몰에서 사진으로 잠깐
뵌것 같긴 한데-- 그래도- ^^  사진으로 보는거랑은 또 다르니까요
가셨던 분들 부럽네요~^^
별헤아림 2006.05.17 07:00  
  슈패인님
만나고 싶은 분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라도 오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관객으로, 때로는 트럼펫 연주로~. 많은 분들을 행복하게 만드시는 분으로~

김경선 원장님께서도 크리스천이시지만
어떤 분들은 불교적 색채가 있다는 말을 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구 분지의의 동북쪽을 감싸고 있는 팔공산(서남쪽은 비슬산)에는
신라와 고려의 유적과 사찰이 곳곳에 서려 있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는 주로 기독교 학교를 다녔었고, 지금은 냉담자이지만
한 때는 제 의지로 성당엘 다닌 적도 있지요.
우리 나라의 문화는 문화 대로, 개인의 종교는 종교 대로 인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에버그린님 강하라님 ...!
두 분께서는 노래 부르는 분들과 더 가까운 곳에 있으시니
다른 분들보다 더 음악과 함께 즐겁게 사시겠지요.
규방아씨(민수욱) 2006.05.17 15:28  
  어머...늘 이름만으로 가까이 계시던분을 이렇게 뵙네요...
영광입니다
정우동 2006.05.18 08:17  
  나는 오랫동안 별헤아림님을 벼리 와 혜윰 이의 어머니로만 기억
하고 있다가  최근의 빛나는 활약상을 보면서 별헤아림님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시인으로 대성하시기를 빕니다.

그 방은 아니지만 나도 이수인 선생님댁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선생님을 뵙지 못하고 사모님께서 챙겨 주시는 불타는 강대나무의
악보를건네 받고 또 달포전에 가곡교실에 모실수있을까 댁으로
전화 드렸다가 성사는 못 시켰으나 자상하신 사모님께서
파랑새작곡회원님들이 낸 씨디를 선물로 우송해 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어서나마 사모님께 감사를 드리고
이수인선생님도 가곡교실에 모시는 영광의 날을 고대합니다.
별헤아림 2006.05.18 18:03  
  2000년 이후 저의 제일 큰 소망은
정우동 사무국장님이 기억하시는
벼리와 혜윰의 엄마로 2016년까지 사는 것입니다....^^*
그외의 모든 것들은 제게 '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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