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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눈물단지를 안은 백두산

정우동 0 783
정채봉 시인은
백두산도 천지같은 눈물 단지를 안았기에 더 높다랗다란 뜻의 말을 하였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그늘을 사랑하고, 그늘이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였습니다.

마침 집에 있어서 '오물덩이처럼 딩굴면서'라는 권정생 선생의 글모음집에서 '강아지똥'
을 잠시 읽으니 강아지똥이 참새의 더럽단 놀림에 우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비에 녹아
민들레의 거름이 되어 노란꽃을 피워내며 웃는 이야기로 끝나더군요.
이어서 '하느님의 눈물' '까치 울던 날' 등등 눈물나고 불행한 이야기가 많은데
내가 알기로는 권 선생의 온삶이 눈물의 삶이고 불행의 삶이 아니던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엮은 이철지님은
"권 정생님, 그가 행복해 지길 바라지 않는다.
그가 행복해지면 하느님이 불행해 지신다 " 라고 써 놓았습디다.

며칠 전 명동에서 님과 만나 한 이야기로 - 딴 사람과 한 이야기인지도 모르지만 -
내 나이 서른쯤에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를 읽으면서 그들 형제의 막내 알료샤가 학구적-사
변적이며 고금의 신학-철학이론으로 무장한, 거룩하다고 할 정도의 종교-신앙생활을 하는
것에 감명받아 나이 어린 알료샤의 뛰어남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였더니 듣던 한 친구가 
알료샤의 행위는 노회한 도스또옙스끼의 생각일 것이 분명하니 그렇게 상심할 일이 아니란
위로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도스또옙스끼가 알료샤의 나이라면 그 정도의 인생관을 확립하고 
사리이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상적-요청적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응수한 일이 있습니다.

마지막 소절의 님의 유구무언운운은 자기반성 내지 자기파지로 생각됩니다.
소크라테스가 네 자신을 알라고 충고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을 아는 지식이 나는 참으로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깨치고 깨우쳐서 철저히 아는 것이 覺悟인데  이 말은 바른 앎에서
행동이 결단된다는 사실을 극명히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며칠전에 '벌과의 동거'를 읽고 님의, 모든 사람을-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았기에
맹자가 양혜왕이 가진 측은지심으로 미루어 보면 어진 임금이 될 소지가 있다는 증언과 격려
를 했듯이 나는 님의 마음을 귀히 여기고  님의 큰 그릇에 기대를 가집니다.
우리 선조들은 미물들이 소생-활동을 시작하는 봄에 코가 성긴 짚신을 신어서 설사 미물
들이 밟혀도 다치지 않도록 했다는 마음을 대를 이어가며 가르치고 배워온 우리들이지만
또 무슨 먹이인지는 모르지만 대롱속에 이까지 먹여가며 키웠다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를
요즘의 님과 내가 어떻게 따르고 실천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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