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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능선

barokaki 0 893

아직도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여름이 갈 즈음  설악산 공룡능선 등반을 한 후,
메모해 두었던 것을 올려 보겠습니다.

엊그제는 마등령에 다녀왔습니다.
눈에 덮혀 있는 설악산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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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9일 * 19시 서울출발. 3시간 후 속초 도착.


      9월 20일 * 08 : 20분 비선대 출발. 하늘에 먹구름 가득. 멀리로는 푸른 하늘도 보임. 전날 내린 비로 길 위의 돌들이 젖어 있음. 계곡의 물소리가 요란함. 물이 많이 불어 있었음. 겸재 정선이 그린 '인왕제색도'를 연상케 하는 비선대의 바위가 물기를 머금은 채 우뚝 솟아 있음. 금강굴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약 20분쯤 오르자  뒤쪽으로 천불동 계곡이 발 아래 펼쳐지며 감추어둔 비경을 서서히 드러냄. 이후 숲 사이로 이어지는, 역시 가파른 능선길을 3시간 가량 올라 마등령(해발 1320미터)에 다다름. 마등령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고 안개가 휘몰아치면서 멀리로 공룡능선이 구름과 안개사이로 언뜻 비치기 시작함. 잠시 후 잔뜩 찌뿌렸던 하늘이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가면서 비로소 설악의 풍모가 나타남.


                * 12시 마등령 출발. 이때부터 공룡능선의 5.1키로미터의 암릉 길이 이어짐. 이 길은 탈출구가 없는 험로로서 초보자는 삼가야 할 길. 지도상에는 5시간이 소요된다고 명시되어 있음. 그러나 이 능선은 설악산을 관통하면서 절경을 이루고 있어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 바위와 숲 사이로 아기자기하게 길들이 숨어 있는가 하면 100미터이상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장쾌하게 능선이 연결되고 있음. 특히 마지막 봉우리인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가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꿈 속 같은 절경임. 여기서부터는 하산. 어지간한 체력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여기서부터 지치기 시작함. 또 양폭산장과 귀면암 비선대로 이어지는 하산길이 다소 길기 때문에 더욱 하산을 힘들게 함. 같이 갔던 동행인들도 이 길을 매우 힘들게 내려옴.


                * 오후 3시 반 공룡능선 완주. 하산 시작. 오후 4시30분 양폭산장 도착. 양폭산장은 수해를 입은 듯, 주위의 시설이 모두 부서지고 산장 자체가 축축히 젖어 있었음. 계곡 주위의 하산길도 흐르는 물이 넘치고 있었음. 하늘은 청명함. 높은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들이 어릴 적 고향하늘에 떠오르던 그 구름을 연상케 하여 까닭 모를 그리움에 가슴이 아파옴. 비선대에 도착하니 오후 6시 20분.


                * 6시 30분 설악동으로 출발. 척산온천에 숙소를 정하고 온천욕으로 피로를 푼 후 생선 매운탕과 구이로 식사.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이미 밤 새 비가 많이 온 듯 개울물이 흙탕물로 변하여 쿨쿨거리며 흘러내리고 있었음. 설악산은  검은 색의 묵화와 같이 하얀 안개에 쌓인 채 침묵하고 있었고, 내리는 빗소리 외에는 모든 것이 정적에 묻혀 있었음.


      9월 21일 8시 도루목 매운탕으로 아침 식사, 그리고 귀경.  돌아오는 길은 어느 덧 개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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