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지난 겨울 어느날에

노을 8 739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출근길 걱정부터 될만큼
서울에 내리는 눈은 낭만 이전에 근심꺼리지요.
머리를 쓴답시고 늘 타던 좌석버스 대신
지하철을 탔습다.
모두 저처럼 머리를 썼는지
전철 안은 한 치의 틈도 없이 만원이어서
합정역에 다다랐지만
도저히 내리기 힘들어 거의 절망감까지 생겼는데
환승역이어서 다행히 내리는 사람이 많아
쏟아지는 인파에 휩쓸려 잘 내렸습니다.
밖에 눈이 오니
지하에 웬 사람이 그리 많은지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복잡한 구내를 빠져 나오는데
시달려 지친 내 귀에 갑자기 청량한 음악소리 들려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어...'
지하철 역 구내에서 가곡이 흘러나옵니다.
잔뜩 찌푸려있던 심신이 스르르 풀리며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앞 서며 뒤서며 스쳐가는 사람들이 모두 따라 흥얼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밝은 달만 쳐다 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어떤 이는 아예 큰 소리로 부릅니다.
모두 만원전철에서 시달려 지쳐있을텐데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벼운 얼굴로 흥얼거리며 걸음걸이마저
유유해지는 겁니다.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는 나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띄우며
행복한 마음이 들었어요.
우리 가곡이 사람들에게 어떤 노래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기에...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사람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들리는 가곡을 많이 들려줄 수만 있다면
삶에 지치고 찌든 마음들을 위로하고 정화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창작가곡은 좀 낯섭니다. 먼저 옛날 많이 듣던 가곡들로부터 시작하여
차츰 창작가곡, 예술가곡으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그리고 너무 높지 않고 부르기 쉬우면서도 아름다워서
목소리가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따라 부르고 싶고 또 부르는 가곡이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봤습니다.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그날 올리고 싶었던 생각, 이제야 올려봅니다. 


 
8 Comments
김경선 2006.03.04 10:10  
  영화의 한 장면이네요.
마산교도소에도 가끔 들려 줄 수 있는지?
물어 보아야겠어요.
수패인 2006.03.04 11:10  
  음악은 얼었던 마음도 녹이나 봅니다.
마산교도소 하시니 영화 쇼생크탈출의 한장면이 떠오릅니다.
김경선 2006.03.04 11:21  
  맞아요, 모짜르트의 편지 이중창(Sularia).
저 이노래 무척 좋아하는데.
서들비 2006.03.04 11:47  
  이런글 지하철 홈페이지에 올려도 좋겠어요.
칭찬의 힘!!~~~
^^*
노을 2006.03.04 11:52  
  안녕하세요?
김경선 원장님!
저도 원장님 답글 보고 딱 쇼생크탈출을 생각했더니
수패인님도 같은 생각이셨네요. 즐거워라^^**^^
서들비님
그래도 되겠어요? 한 번 올려볼까요?
아울러 가곡좀 많이 들려주세요 부탁도 하고..
산처녀 2006.03.04 12:55  
  네 가곡을 사랑하다 보니 어디서 가곡이 흐르면 꼭
내것인양 마음이 흐뭇해지죠 .
그런데 신가곡보다는 어릴 때부터 귀에 익은 가곡이 더 친근감이 가는것은 노을님도 그러신가요 ?
전철을 함께 타고 오면서 " 임승천시인님" 이 산처녀님은 어떤 가곡을 좋아 하세요 ?
저는 서슴없이 " 가고파" 요 .....
대답을 드리고 민망했던적이 있어요 ^^^
송세희 2006.03.04 23:39  
  앗! 가고파... 너무 좋지요?
그 가곡을 듣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해지는것이 ㅎㅎ
마치 내 고향이 남쪽인 양...
눈물이 다 납니다.
음악의 힘이란....
靜 軒 2006.03.07 07:03  
  안녕하세요? 노을님.
반갑습니다. ^^
왜 안보이시나 했더니....비밀번호를 잊어버리셨었군요.^^
그 번호가 노을님의 비밀을 지켜드리기가 어려웠나 봐요. 도망을 가 버리게...^^
전요, 그래서 여기저기 똑 같이 해요. 번호들의 반란을 막으려구요.^^
안그러면 도무지 통제가 안되더군요.^^

말씀하신 가곡은 제가 오랜 세월, 혼자있을 때 듣기를 회피했던 곡이에요.  오늘은 한번 도전해서 들어봐야 겠어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
제목
게시물이 없습니다.